▲무대 밑에서 초조하게 동료들의 공연을 지켜 보는 출연자들.나영준
하지만 코너를 마친 개그맨들과 담당 작가들은 연신 무대와 관객을 바라보며 웃음 반, 걱정 반의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반응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김소영 작가는 시청률을 묻는 질문에 "주 시청자층은 주부와 어린이고, 매주 1%씩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이지창 작가는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힘들여 준비하고 '의미'를 담아 내놓은 코너에서 실제 관객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를 풍자한 '천상의 몸매'는 상당히 호응이 좋았지만,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 본 어른들의 세계를 표현한 '노노 이야기'와 학원의 '왕따' 현상을 비유한 '배신자'는 꽤 공을 들인 티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크지 않았다.
녹화 전 여자친구와 함께 자리를 잡은 심아무개(25)씨에게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묻자 "웃찾사다, 쉽고 딱딱 와 닿기 때문에 고민 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지체 없이 대답했다.
"오늘 솔직히 아는 사람이 있어 MBC에 오긴 했지만 큰 기대는 안 해요. 예전에 '브레인 서바이버'는 재미있었는데. 젊은이들은 거의 다 <웃찾사>를 좋아해요."
녹화현장을 다 지켜본 뒤에도 심씨의 위 답변이 유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또 코너가 진행될수록 하품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현란한 음악과 노래가 있는 코너가 시작되자 다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7명의 개그맨이 한 곡의 노래에 맞춰 유명 가수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하나 되어'의 경우,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에 모든 녹화가 끝난 후 '앵콜 공연'까지 펼쳤다.
그들의 희망, 웃음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사고'를 패러디 한 생방송 뉴스데스크에 출연 중인 고명환, 전환규씨.나영준
무대 가까이서 지켜 본 그들의 모습은 성실했고 '노력'이라는 한 단어로는 부족할 정도로 온 힘을 쏟아 붓고 있었다. 최국, 김성규 등 한동안 코미디 무대를 떠나 있었던 중고참들의 복귀도 반가운 모습이었고 코너 내에서 세대간의 조화도 적절히 이루어 진 편이었다.
하지만 '준엄한' 평가는 관객과 시청자가 내리는 것이다. 아직 그들의 시도는 진행 중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객관적 지표인 시청률조사에서(TNS 미디어 코리아) 지난 몇 주간 <웃으면...>의 제목은 전국은 물론 서울 수도권 20위내에도 들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는 코너도 손에 꼽을 정도일 뿐, 대부분은 여전히 '실험 중'이다. 또한 웃음의 속도는 빨라지고, 캐릭터 자체에 익숙해지고 있는 젊은 시청자들을 감안한다면 <웃으면...>이 추구하는 '의미'가 과연 유효할까라는 의문부호도 떠오른다.
그러나 21일 방송 되는 분량까지 감안하더라도 그들의 시도는 이제 겨우 여섯 번. 아직 <웃으면...>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이런 방식(공개 녹화)은 이제 더 이상 '따라하기'가 아닌 2005년의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비공개 때의 습관이 남아 있기도 하지만 서서히 '감'을 잡아 가고 있습니다. 15회, 20회 정도만 가면 완전히 몸에 익습니다. 또 MBC의 개그맨들은 타사에서도 인정하는 연기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어느 덧 고참급이 되어가는 고명환(33)씨는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덧붙여 그는 방송 3사의 코미디가 인기 있게 되면 서로 좋은 것이라며, 현재 MBC가 약간 처져 있어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우리가 어디를 잡아먹겠다는 게 아니라 함께 잘 되면 나라 전체에도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라며 넉넉한 웃음을 보이는 그의 여유가 단순한 립 서비스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와 함께 '생방송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전환규(25)씨도 "처음에는 조급하기도 했지만 노력은 배반 안 한다는 말을 믿습니다"라며 선배를 거들었다.
▲'이것이 슬랩스틱이다'의 경우는 코너의 난이도 상 사전녹화까지 2번을 촬영했다.나영준
그러나 그들의 희망과는 달리 아직 <웃으면...> 에 쏟아지는 관심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그들의 바람대로 MBC 코미디에 다시 '복'이 올 수 있을까? 그건 노력 하는 그들의 몫이 아닌 시청자의 선택이다. 아직 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해 보였다. 어쨌거나 그들의 실험과 모험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 | 경쟁이 아닌 웃음의 파이가 커졌으면 한다 | | | <웃으면 복이 와요>의 이민호 PD | | | |
| | | ▲ <웃으면 복이와요>의 이민호 PD. | ⓒ나영준 | 이민호 PD. 그는 인터뷰 내내 여유만만이었다. 후발 주자로서의 안달이나 고뇌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는 '개콘이나 웃찾사 촬영방식 따라하기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웃으면...>가 사실은 예전 공개 코미디로서의 '원조'"라며 "공개녹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 방식의 차이일 뿐 중요한 건 컨텐츠"라고 일축했다..
"물론 다른 프로그램과 색깔은 조금 다르다. 그러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은 안에 있는 컨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린 것 같다. 솔직히 <개콘>과 <웃찾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고 단지 시간대에 있어 우리는 40~50대가 많이 본다. <웃찾사>가 좀더 젊은이들 코드에 맞추는 것은 사실이다."
이 피디는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심야시간대로 옮길 것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시간(목요일 오후 7시20분)대에 있는 동안만큼은 전 세대가 이해하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시청률에 관한 질문에는 나아지고 있다며 길게 본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시청률 분포도를 보면 40~50대가 반이다. 그렇지만 지금도 10대에서 20대의 시청률도 동시간대에서는 1위이다. 분명히 호소력은 있다. 희망적으로 본다."
이 피디는 "모든 코너의 생존은 철저하게 현장 반응 위주로 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언제든 새 얼굴이 들어올 수 있는 무한경쟁 시스템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단,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웃음보다는 '의미'가 담긴 코미디여야 한다고 못박는다.
"'이것이 슬랩스틱이다'는 예전의 향수 같은 것을 현대화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오! 짜장' 같은 경우는 내가 코미디를 하는 이유이다. 한마디로 짜증날 때는 웃으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다. '바게트 형사'라는 코너의 큰 의미는 의사소통의 부재다. '천상의 몸매'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열풍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시중에 떠도는 '컬투(정찬우, 김태균)' 영입설에 대해 묻자 "애초부터 생각도 안 했다"며 두 손을 내저었다. 개인적으로 친하긴 하지만 굳이 끌어오는 것이 그들 이미지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피디는 "남들 잘 된다고 데려다 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영입의사가 절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몇 개월 쉰 후에라면..."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그는 <웃으면...>을 <웃찾사>와 <개콘>과 대결구도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경쟁보다는 '파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나영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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