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의 어릴적 보리피리 불던 왕년의 실력을 아이들이 쏙 빼닮았다.한석종
우리나라에서는 '보리'가 여성을 뜻하기도 했다. 며느리가 산고를 치르고 아이를 낳으면 산실 앞에서 지키고 섰던 시어머니가 '고추냐, 보리냐' 하고 아이의 성별을 물었던 연유에서 보리가 여자를 나타내는 은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남자는 고추를 많이 먹어야 보다 남자다워 지고, 여자는 보리를 많이 먹어야 여성스러워지며 아들도 잘 낳고 예뻐진다고 해서 보리밥을 많이 먹기를 강요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쌀이 부족한 시대에 남성위주의 사회의 단층을 보여주고 있어 입맛이 씁쓸해져 온다.
하지만 이 같은 속설은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을 보면 보리는 안색을 좋게 하고 피부를 곱게 하고 매끄럽게 한다고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피를 맑게 하고 핏속의 독기를 해독하며 혈맥을 젊게 하여 풍기를 예방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맥식문화권에서 심장질환이 적은 것에 착안, 보리가 혈맥 속에 콜레스테롤이 덜 끼게 작용을 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보리의 존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천덕꾸러기의 신분에서 건강식, 다이어트식 등 별식으로 크게 격상되어 꽁보리밥 전문점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점심 때면 줄지어 설만큼 인기를 얻고 있는 걸 보면 사람이나 곡식이나 인생유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