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공항(DFW) 상공배우근
가만히 앉아 있으니 답답함과 불안감이 비행기의 소음처럼 증폭된다. 그나마 손에 잡히는 건 기내잡지 뿐, 영어로 도배되어 있다보니 보지 않았는데 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 책을 펼쳤다. 앞 뒤로 뒤적거리는데 낱말퀴즈(Cross word puzzle)가 있다. 그중에 가로 94번 문제가 눈을 확 잡아챈다.
질문의 내용은 '한국의 차는 무엇인가?'이다. 답은 누군가가 벌써 표시해 놓았다. 'KIAS'라고. 한국 브랜드 자동차가 '기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도로를 달리는 다양한 자동차들 속에 국산 브랜드의 자동차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 자동차의 종류와 수가 늘고 있다. 미국 비행기의 기내에서도 한국자동차는 달리고 있었다.
에피소드 #26
점심을 먹으러 아침에 빨래방에 갔다오면서 봐 둔 록키(Rocky)네 가게로 갔다. 록키네 식당은 중국식당이다. 점심때는 뷔페식으로 운영하는데 주 종목은 국수(noodle)다.
록키의 아버지가 안내해준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는데 건너편에 있던 붉은 벽이 움찔움찔 움직인다. 그것은 벽이 아니라 소형차 크기의 비대한 사람 등이었다. 살더미 때문에 머리와 팔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온 그는 말도 하지 않고 게걸스레 먹기만 했다.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접시를 다 비우고 새로운 뷔페음식을 담을 때만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내가 주문한 국수가 나온 짧은 시간 동안 아마 다섯 접시는 비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