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김용갑 용퇴, 윤여준 복귀해야"

[인터뷰①] '재창당' 깃발 든 남경필 의원

등록 2005.04.25 15:57수정 2005.04.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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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당내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마디로 집권 가능성에 대한 회의다. 그 핵심에 '사람'의 문제가 있다. 지난달부터 가동중인 혁신위원회(위원장 홍준표)는 제도·이미지·정책 혁신의 축으로 출발했지만 인적 혁신 없이는 안된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때마침 한나라당의 선거전략가 윤여준 전 의원도 외곽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형근, 김용갑 등 '상징적인' 인물을 거명하며 과감하게 틀을 깨라고 주문한다. 소장파를 대표하는 원희룡 의원 역시 "한나라당의 존재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남경필 의원은 좀더 단호하다.

남 의원은 지난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내 '수구' 잔존세력을 향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5, 6공 세력을 다 털어내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그분들이 근대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국민은 새로운 보수세력의 탄생을 바란다"며 "집권을 위해 가장 걸림돌이 뭔가를 성찰할 수 있다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이어 "(인적혁신이) 안되면 새로운 구성이 필요하다"며 "개혁이란 가죽을 벗기면 피가 나는 것 아니냐"고 말해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암시했다. '새로운 구성'에 대해 남 의원은 "일단 제 2창당을 위해 최대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합당, 뉴라이트 세력과의 결합도 그 다음 문제다. 남 의원은 정형근 의원이 주장한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 "자기 혁신 없는 합당은 구세력간의 연합으로 비춰진다"며 "인적 혁신을 위해 어떤 절차와 방법이 동원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뉴라이트'에 대해서도 "혁신위 활동의 결과로 당명과 지도체제 등이 바뀌면 당연히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이미 굳어진 권력 구도하에 벌어지는 전대가 아니라 무주공산의 상황에서 대안세력이 들어와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를 혁신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과정' 속에서 뉴라이트든 민주당이든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이든 "결합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깃발 주체? "물밑 작업중...지금은 탐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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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시기에 대해선 올 9월부터 내년 1월 사이, 내년 3월이 마지노선임을 분명히 했다. 남 의원은 홍준표 의원이 주장한 '7월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 굳이 7월일 필요는 없다면서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 지도부가 기득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누가 '깃발'을 드느냐. 혁신의 주체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탐색기"라는 말로 대신했다.

"혁신위도 하나의 구심력이 될 수 있지만 워낙 다양한 입장이 포진되어 있어 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물밑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우리도 그렇고, 반대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2중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세력이 있는데 방향은 다르지만 그 분들도 한나라당의 에너지라고 본다. 어떤 분들이 나설지 지금은 탐색하고 준비하는 기간이다."

최근 '입'을 열기 시작한 윤여준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대해 "일을 시작해야 할 때다"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교감'에 대해서도 남 의원은 "소통이 있어 왔고 문제에 대한 진단 등 우리와 교집합이 많다"며 "내 걸 깃발이 뭘지에 대해 고민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 '비주류'인 수투위 3인방(이재오·김문수·홍준표)에 대해서는 "서로 순수성과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세력"이라면서도 "노선이 다르다"고 말한다.

가령 노무현 정권을 규정하는데 있어 비주류 3인방은 "노 정권을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진보라고 보고, 그냥 놔두면 한나라당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보는 반면 우리(원희룡·남경필·정병국)는 노 대통령의 국정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카운터파트너로 인정한다"고 말한다.

남 의원은 "검찰·국정원의 독립, 외교노선이나 지방분권, 복지정책 등에 있어 방향은 공감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아마추어리즘, 지나친 정치공학적 판단, 포퓰리즘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성문을 써야 할 세력으로 소장파도 예외가 아니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남 의원은 "노 대통령이 과거 자기를 버림으로써 얻은 것들, 오세훈 전 한나라당 의원이 기득권을 버린 것이 결국 한나라당의 자산이 되는 것을 보면 부끄럽다"며 "과연 니들이 그럴 자격이 있냐, 지도부만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결국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에 안주했던 과거와 앞으로 어떻게 기득권을 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와 선언이 있어야 한다"며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다소 비장한 투로 말했다.

"국회의원 떨어져도 좋다. 도지사 이런 거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보수가 집권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내가 먼저 그런 역할을 하고 한명, 두명 모이고 나중에 큰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물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그랬던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배 의원들 중에 나와 비슷한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한두 분이지만 굉장히 감동을 느낀다. 또 소장파 내에서도 공감대를 얻을 것이라고 본다."

"니들이 그럴 자격 있냐"
남경필 의원이 말하는 한나라당의 '5적'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1년간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온 남 의원은 당직을 내놓고 난 뒤 '놀면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5세∼35세 수도권 사람들이다. 이른바 '포스트386'이라 불리는 이들이 차기 대세를 결정할 세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장학자들을 비롯해 후원회원들, 빈둥빈둥 노는 이들을 만나서 한나라당 하면 떠오르는 게 뭔지 묻는다고 한다. 남 의원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힘 긍정적인 힘이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폭압적인 힘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과거의 철권통치를 부활해 국정원, 검찰을 동원해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침해하고 과거로 되돌려 놓을 것 같은 불안감. 한나라당의 강한자에게 비굴하고 약한자에게 군림하는 이미지를 지적하는 것이다.

▲숭미 한나라당이 미국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은 미국이 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힘 없는 북한은 깔본다. 내부의 권력 있는 총재 앞에서는 굴종하는 반면 힘없는 대통령은 탄핵했다.

▲부패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오일게이트' 의혹을 한나라당이 제기하면 공허하게 들린다. 니들이 과거에 더 해먹지 않았냐는 반대급부가 돌아온다. 지적은 맞지만 니들이 자격이 있냐는 얘기다. 과거의 과오를 반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도부는 반성했다고 하지만 독일 봐라. 매번 반성한다. 그래서 일본과 다르지 않나.

▲비전 부재 우리가 니들 찍어주면 어떻게 잘 살게 해줄 건데 라는 비전 제시가 없다. 애들 교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고 고령화 사회 노후는 어떻게 보장해 줄 것인지 한마디로 어떻게 잘살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구호만 있고 실천이 없다.

▲닫힘 바깥세상과 대화를 하고 있나. 문 닫아 걸고 니들끼리 나눠 먹는 것 아니냐. 딴 세상에서 딴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외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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