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임대주택 개편방안과 관련한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하기위해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며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이혜경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이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을 따라 '헨리 조지스트'로 거듭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 국정과제회의에서 "주택시장에서 생기는 모든 (투기적) 이익은 국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내뱉었다. 해석하자면 주택시장에서 발생한 부동산 투기는 국민이 공유하기 위해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은 마치 토지단일세론을 주장한 헨리 조지의 철학을 연상케 한다. 헨리 조지는 토지사유제가 빈곤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 토지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할 것을 주장했는데 이와 맥이 닿아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탄핵 당시 청와대내 대표적 '헨리 조지스트'인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으로부터 <헨리 조지 100년만에 다시보다>라는 책을 선물 받으며 헨리 조지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날 발언은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보유세 강화론자인 이 위원장이 최근 주택가격 상승국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설득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공급확대만이 해법'이라는 시장주의적 토지정책 접근방식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징표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시장주의자들은 최근의 토지가격 상승의 원인을 강남권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주택공급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공급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주택공급에도 집값 상승 기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노 대통령이 결국 시장주의적 접근법과 거리를 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작 헨리 조지 전문가들은 "좀더 지켜봐야 알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은 이어졌지만 매번 주요 정책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시장주의적 시각으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본뜻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전 교수는 "토지가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같이 누려야 한다는 것이 헨리 조지 사상의 핵심인데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와 맥이 닿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냥 한마디 한 것만을 가지고 깊은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남 국장은 "노 대통령이 가끔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내왔는데 실질적인 정책으로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그냥 충격으로 넘어가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과대해석을 삼갔다. 다만 남 사무국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만큼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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