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흩어짐과 뭉쳐짐이 자유분방하다. 그것도 느린 시간에. 서로에게 상처주는 일이란 없다. 우리 마음의 실타래도 이렇기만 하다면 아픔의 흔적이란 없을 텐데.박태신
코엑스와 무역센터 건물 주변은 빌딩 숲이면서도 한가운데 뻥 뚫려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건 빈 공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중 무역센터는 하늘의 영상을 중계하는 안테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영화 <콘택트>는 외계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통해 외계인의 메시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그 메시지는 자신의 세계로 올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였습니다. 하늘의 구름도 어쩌면 자연의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아니겠는지….
구름은 제 의지대로 만들어지거나 흘러가지 않습니다. 수분의 응집과 바람의 방향, 세기에 따라 모양과 흐름이 좌우되는, 전적으로 타자의 의지에 순응하는 변형 조형물입니다. 구름은 그래서 자연의 생리를 보여주는 표지판입니다.
솜털보다 새하얀 구름을 보면 마음 설렙니다. 마음이 깨끗해집니다. 미소가 절로 납니다.
구름은 무정형이기 때문에 구름을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과 상념에 따라 연상되는 이미지는 다양합니다. 또 보는 이가 제멋대로 형상화할 수 있습니다. 영화 <아멜리에>의 주인공 아멜리에의 눈에도 구름은 친근한 동물 형상으로 변합니다.
<구름빵>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우연히 발견하고서 조카 사주려고 주문했습니다. 저도 더불어 읽어보았지요. 가지 위에 걸린 구름 조각을 가져다가 빵을 만들어 먹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고양이 형제 이야기입니다. 급히 출근하는 아빠에게도 갖다 주고요. 반입체기법이라는 방식으로 만든 그림이 얼마나 신기하던지…. 창은 고양이 형제가 비상하는 출구였습니다. 그렇게 창은 '거두절미하고'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통로입니다.
그 구름을 대형빌딩의 창에 기대어 봅니다. 구름은 지상의 어떤 사물과도 어울릴 줄 아는 넓은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서양미술 400년' 전의 그림들에서처럼 구름은 배경을 멋지게 마감하는 소재로 빈번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최첨단의 기교로 건축기술을 발달시킨 현대인들도 이내 구름과 하늘을 받아들일 마음으로 전체가 반사되는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에 반하다가도 이내 자연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 사람인가 봅니다.
인공의 도시 서울 그 중에서도 화려함과 호화로움이 극치를 이루는 곳에서 구름을 만났습니다. 언제든 원하면 바라볼 수 있는 구름을 오늘 한 번 쳐다보세요 '원해야' 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늘을 바라본 눈은 이내 다른 눈이 되어 세상을 바라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