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입소 당시부터 모든 군사훈련을 소화했던 그가 집총을 거부한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그의 남다른 가족사를 알게 되자 평화적 군복무를 주장하던 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그는 어려서 양친을 모두 잃었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마저 중학교 2학년 시절 먼저 세상을 떠났다. 행복했던 그의 가정은 부모의 죽음으로 한 순간에 어둠이 드리워지게 되었다.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꿋꿋하게 성장한 그는 대학 2학년에 올라갈 무렵, 그간 당연한 순리로만 받아들였던 부모의 죽음과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새로운 자각의 시선을 갖게 되었다.
부모의 죽음은 그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여러 날을 심히 고뇌하게 되었다. 그의 비무장 신념은 이같은 죽음에 대한 쓰라린 경험에서 기인됐다.
'왜 나만…'이라고 비관하던 그의 질문은, 군대에 가게 되면서 '나 같은 사람을 만들지 말자'라는 내적인 다짐으로 바뀌게 되었다. 결국 이 다짐이 자신의 인생화두가 되어 스스로 철저한 비무장을 결심하게 하는 시작점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죽음과 관련된 경험에서 기인된 '죽음을 남에게 옮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자신의 삶에 커다란 의무감을 주었고, 집총거부는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첫 걸음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지금도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던진다. "집총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만 죽이지 않으면 된다"라고.
하지만 그에게 집총거부는 총을 포함한 모든 무기를 내려놓는 것을 의미했다. 남에게 죽음을 주는 것은 비단 총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적극적으로 그렇게 살겠노라고 결심하는 스스로를 향한 평화적 실천이요, 다짐이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불행한 운명을 적극적으로 막고 싶다는 생각. 그는 그러한 신념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총거부'라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표현하고 선택했던 것이다.
2003년 3월 집총거부로 1년 6월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복역 후 다니던 학교에 복학, 목회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