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비정규직 문제 '경총'등 사용자 입장에 치우쳐

비정규직법안 관련 지역신문은 어떻게 보도했나?

등록 2005.05.03 17:53수정 2005.05.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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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2개 법안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 후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되었는데 이를 대구경북지역신문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본다.

비정규직 늘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더 벌어져

비정규직의 규모는 산출하는 기관에 따라 다르다. 노동부는 2004년8월 현재 전체임금노동자의 37%인 539만4천명을 비정규직노동자로 인정한다. 반면에 같은 기간 노동사회연구소는 전체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815만2천명을 비정규직노동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의 자료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비정규직의 규모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79만1천명의 비정규직이 더 늘어났다. 그리고 노동부에 따르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노동자가 무려 179만2천명 늘어났다. 3년 전에 비해 50%나 증가한 수치다.

또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도 계산하는 기관마다 다르다. 정부는 2004년 현재 비정규직노동자의 임금은 대략 정규직노동자 임금의 65%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통계청은 56% 수준,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1.9%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들 통계의 공통된 문제점은 비정규직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간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는 2000년에 비해 3%,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1.8%가 더 벌어졌다.

이처럼 비정규직노동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정규직노동자와의 임금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상황이 현재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에도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법안, 수(數)만 늘리고 보호는 글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수를 얼마나 줄일 것인가 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내놓은 법안은 그 수를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더 늘릴 공산이 크고, 또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데도 별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정부는 사용사유를 제한하는데 반대한다. 이렇게 되면 기간제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이를 초고하면 해고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해 9월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회원사 121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기간제의 정규직화보다는 교체사용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들은 “해고 제한기간까지 사용한 기간제 근로자의 활용에 대해 20.7%만이 정규직으로 전환, 53.7%는 교체사용”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실제로 기간제 노동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대부분 해고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파견노동자의 경우 정부는 파견 업종을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합법 파견의 3배가 넘는 불법 파견을 합법화시켜줄 뿐만 아니라 파견 노동자들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파견노동자의 파견 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기간 만료 뒤 휴지기간 3개월을 두어 이 기간의 공백을 우려한 기업으로 하여금 파견노동자를 정규직화 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그리고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직접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파견기간 2년을 초과하면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파견노동자는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앞의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서도 조사대상 ‘기업의 11%만이 파견기간이 지난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정부는 차별 시정 기구를 설치해 불합리한 차별을 해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별 시정 기구에서 현재 80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또 노동권은 물론 생존권조차 위협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용자의 차별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지 솔직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위 : 매일신문, 아래 : 영남일보 (4월 11일)
위 : 매일신문, 아래 : 영남일보 (4월 11일)매일신문/영남일보
국가인권위, '비정규직 줄이고 동일임금 명문화해야'

지난 달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는 비정규직노동자 관련 2개 법안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하여 법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첫째, “기간제 근로자의 지나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사유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또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기간을 일정하게 제한하며…위반할 경우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둘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최소한 가장 중요한 근로기준인 임금에 있어서만큼은 차별적 처우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한다.

셋째, “파견 대상 업무의 허용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할 경우 파견근로 남용의 문제가 한층 더 악화될 위험이 있다…대상 업무의 허용 범위를 일정한 업종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파견근로자가 사용업주를 상대로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사용업주의 파견근로자에 대한 책임 부분을 확대하거나 사용업주의 사업장 노사협의회에 파견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남일보 (4월 11일)
영남일보 (4월 11일)영남일보
인권위 의견, <영남일보> ‘바람직!’ <매일신문> ‘무소불위의 힘 과시?’

우선 형식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4월14일부터 5월2일까지 영남일보는 모두 8개의 비정규직법안 관련 기사를 실었다. 연합뉴스 인용 4회, 자사 보도 4회였고 3단 크기 이상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모두 4회였다. 또 사설이 1회 게재 되었고, 지면 배치에 있어서도 1면 3단 기사 한 차례, 사회면 4단 크기 탑 기사 한 차례 등 주요한 곳에 기사를 실었다.

한편 매일신문은 같은 기간 모두 6개의 기사를 실었는데 연합뉴스 인용 5회, 자사 보도 1회(단신)였고 3단 이상 비중 있게 다룬 기사는 2회에 그쳤다. 또 지면 배치에 있어서도 1면이나 사회면 탑에 게재한 기사는 없었다. 영남일보보다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떨어졌다.

다음으로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국가인권위가 비정규직 관련 정부 법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서 이를 영남일보는 ‘①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 ②기간제 근로자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 ③파견근로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④파견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사용 사업주의 사업장 노사협의회에 파견근로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4.14 1면)는 등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매일신문은 같은 연합뉴스를 인용해 보도했으면서도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사유 제한 규정이 필요하다’(4.14 2면)는 부분만 언급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4월13일 대구․경북의 여성단체들이 모여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는데, 이를 영남일보만 “법안이 통과되면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현실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며, “비정규직 여자의 임금이 정규직 남자 임금의 37%에 불과한”(4.14 27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는 등 여성의 관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짚었다.

반면에 매일신문은 4월16일 대구경영자총협회에서 밝힌 국가인권위의 의견과 관련한 성명 “인권위 결정은 오히려 비정규직에 피해를 준다.”(4.16 22면)는 내용을 보도했다.

매일신문 4월 22일 사설
매일신문 4월 22일 사설매일신문
또 영남일보는 ‘인권과 경제, 조화 불가능한가’란 사설(4.15)에서 “인권위가 의견을 표명한 것은 그럴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정부, 국회, 사측에서도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매일신문은 4월21일 국회에서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유보적 발언을 사설 ‘북한 인권에 입도 뻥긋 못하는 정부’(4.22)에서 문제 삼으며 “세간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한다는 평을 받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며 국가인권위를 흠집 내려는 듯한 보도를 했다.

5월2일, 타결이 점쳐졌던 비정규직 법안 협상이 결렬됐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사유 제한과 사용 기간, 그리고 사용 뒤 정규직화에 대한 노와 사․정의 의견이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비정규직 법안 문제는 ‘제2의 근로기준법’이라고 이야기 될 정도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이다. 언론의 올바른 보도가 올바른 법안을 만드는데 기여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비정규직 노동 현장 등의 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 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덧붙이는 글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 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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