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의문사법 전철 밟아선 안돼"

"일단 과거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즉각 시민사회단체와 열린우리당, 민노당 같은 모든 양심 개혁세력이 협조해 개정 입법안을 마련해서 법개정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의문사법의 파행적이고 기형적인 장애를 받았던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겁니다."

"과거사법 시행 전에 법개정 이뤄내야"

한상범(동국대 명예교수) 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누더기 과거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질타하며 '지금 당장 국민적 합의를 내오도록 법개정 국민운동과 서명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국에서 서명운동과 시민홍보를 하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선언운동도 조직해 반드시 법 시행 전에 잘못된 부분을 개정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과거사법 제정에 대해 한상범 교수는 의문사위의 경험을 예로 들며, "수구세력은 정면 반대하는 거론 개혁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기에 국부적인 트집 잡기와 각종 법조문을 본래 법 취지와는 다르게 만들어 (위원회가) 파행 운영되도록 전술을 써왔다"고 꼬집었다.

"교활하게 혹 붙여 운영 자체 표류하게 만들어"

▲한상범 전 의문사위 위원장은 "일단 과거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즉각 시민사회단체와 열린우리당, 민노당 같은 모든 양심 개혁세력이 협조해 개정 입법안을 마련해서 법개정을 이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이민우

"의문사위가 그렇잖아요. 조직구성이나 권한뿐 아니라 주요 쟁점인 공소시효를 인정 안 해 껍데기는 그럴 듯하지만 내용 실지 면에선 알맹이는 가동 안 되게 하는 전술을 쓴 거거든요. 이번에는 더 교활하게 거기에다 혹을 붙여서 운영자체가 표류할 지경으로 구성이나 조사대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한 교수는 또한 '과거사법'의 조사범위 문제를 질타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 어쩌구 하는데 이건 아주 60년간 매카시즘해서 빨갱이 몰이 해온 것의 변조판"이라 꼬집고, "교묘한 조문을 덧붙여 이러한 조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 '그럼 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오히려 공격하는 매카시즘으로 악용될 지뢰를 매설한 꼴"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조사위원과 관련 "사회단체나 시민단체의 운동 구성원이 조사에 참여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 이유는 과거사 조사라는 게 학자들의 연구실 연구 정리가 아니라 개혁이나 역사의식에 대한 각오와 집념, 투쟁 경험까지 있어야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3일 오후 6시 30분께 서울 정동에 있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한상범 교수를 만났다. 7시부터 시작되는 <대학언론인 민주주의 배움터> 강연이 있기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상범 교수는 격정적인 심정을 거침없이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밀실 합의'를 했다는 각계의 비판을 받던 과거사법이 통과됐습니다. 법 통과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2000년을 전후해서 수구세력은 정면 반대하는 거론 개혁의 물결을 되돌릴 수 없기에 국부적인 트집 잡기에 나섰습니다. 각종 법조문을 본래 법 취지와는 다르게 만들어 (위원회가) 파행 운영되도록 전술을 써온 겁니다.

의문사위가 그렇잖아요. 조직구성이나 권한뿐 아니라 주요 쟁점인 공소시효를 인정 안해 껍데기는 그럴 듯하지만 내용 실지 면에선 알맹이는 가동 안 되게 하는 전술을 쓴 거거든요. 이번에는 더 교활하게 거기에다 혹을 붙여서 운영자체가 표류할 지경으로 구성이나 조사대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 과거사법 내용 중 가장 비판을 많이 받았던 조사 범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사범위 문제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 어쩌구 하는데 이건 아주 60년간 매카시즘해서 빨갱이 몰이 해온 것의 변조판이에요. 그렇게 빨갱이를 이 잡듯 해놓고도 다시 매카시즘을 이용해 보겠다는 속셈인 겁니다. 교묘한 조문을 덧붙여 이러한 조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면 '그럼 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오히려 공격하는 매카시즘으로 악용될 지뢰를 매설한 꼴인 거죠."

"조사위원 추천에 사법부는 빠져야"

- 조사위원에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배제됐고, 공무원과 교수, 변호사, 종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과거사위원회에) 사회단체나 시민단체의 운동 구성원이 조사에 참여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 이유는 과거사 조사라는 게 학자들의 연구실 연구 정리가 아니라 개혁이나 역사의식에 대한 각오와 집념, 투쟁 경험까지 있어야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성직자 이외에 사회단체 시민단체 활동가도 제약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개혁과 역사의식에 새 바람을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관료가 꼭 끼는데, 관료는 행정적인 걸 보조하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조사와 위원회 의원에 관료가 낄 필요는 그간의 각 위원회 운영을 봤을 때 필수적인 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조사위원에 대한 추천 비율이 국회가 8명, 대통령이 4명, 대법원장 3명으로 국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해 놓았는데요?
"우선 대법원이나 사법관계쪽은 수구적이고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입니다. 사법부는 군사정권 30여년동안 엉터리 재판이라든지 잘못된 사법관계 처분에 대해서 한번도 사과하고 그걸 바로잡은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현재까지도 노골적인 수구 반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사법부에서 추천을 해야 되겠느냐. 오히려 사법부는 3자로서 과거사와 관련해 겸허하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국회 추천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좋은 사람을 뽑기 바라는 당위론이고 원칙론일 뿐이고, 실제 절반은 개혁 반대의 정치 상황 아닙니까. 원천적으로 위원 구성에서 일단 수구적인 세력의 입장 반영이고 정치적인 나눠 먹기식, 개혁반대세력 끼워 넣기식이기에 앞으로 법 개정을 통해 바꾸어야 합니다."

- 지적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법안이기에 시행되면 오히려 국가폭력으로 인한 범죄를 은폐하고, 가해자들한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혁 진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단 과거사법이 시행되기 전에 즉각 시민사회단체와 열린우리당, 민노당 같은 모든 양심 개혁세력이 협조해 개정 입법안을 마련해서 법개정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의문사법의 파행적이고 기형적인 장애를 받았던 것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 국민적 합의를 내오도록 법개정 국민서명운동을 펴고 대학교수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선언운동도 조직해야 합니다. 반드시 법 시행 전에 잘못된 부분을 개정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 열린우리당이 개혁 의지를 상실했다는 각계의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시지요.
"개혁의 문제는 개혁에 반발하고 체질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세력과의 타협이나 절충, 조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혁은 민족사적 대의이고, 민주화를 위해 최대의 중대한 과업인데, 여기에 양보니 타협이니 하는 건 개혁반대를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되거든요. 하루빨리 반성하고 의연하게 개혁의 길을 나아가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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