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월세 살며 보증금 떼이는 한국 사람들

보증금 계약 똑 부러지게 잘해야 안 떼여

등록 2005.05.06 17:30수정 2005.05.0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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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上海)에 살면서 이사를 해야 할 사정이 생겨 3개월 만에 이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집에는 2개월분의 보증금(야진, 押金)이 걸려 있었다. 상하이에서 임대 계약 기간은 보통 1년으로 하기에 보증금 2개월분을 고스란히 받지 못하였다.

월 임대료가 중국 인민폐로 6200원이었으니까 보증금 2개월분은 인민폐로 1만2400원이었다. 그 당시의 환율로 따지면 인민폐 1원이 한국 돈 140원이었으니 보증금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73만 6000원이었다.

이사 가기 1달 전부터 임대인에게 사정이 생겨 이사를 가야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1달분은 반환해 달라”고 말하였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계약서에 있는 그대로 하자”며 “임차인이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았기에 돌려 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였다.

중국 상하이에 여러 이유로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컨테이너 선박에 실려 서해(西海)를 건너온 이사 짐들이 상하이의 한국인 밀집 거주 아파트 단지 앞마당에 풀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상하이의 한국인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는 구베이(古北) 지역에 있는 대형할인마트 ‘까르푸’ 앞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한국인 형색의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고 , 귀에 익숙한 억양의 한국어가 자주 들려오기도 한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상하이는 중국의 핵심 경제 도시답게 하루가 다르게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발길 또한 끊임없이 많아지고 있는 상하이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용어인 ‘국제도시’이다.

상하이에 새로 지점을 개설하거나 현지공장이나 현지법인을 세우는 한국 사업체가 늘어나면서 상주하는 한국인 주재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상하이에는 조기유학생, 언어연수생, 대학 본과 진학생 등 많은 수의 한국인 유학생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인 유학생 숫자가 상하이에 유학 온 외국 유학생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다” 고 상하이에 있는 한국 유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나이 어린 유학생과 같이 와서 체류하는 한국의 ‘신사임당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친척이나 같은 학교이거나 친척관계인 아이 몇 명씩 조를 편성하여 아파트 방을 얻어 주고, 부모들은 교대로 상하이에 체류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신신사임당형(新申師任堂形)’ 부모도 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하이 체류 한국기업의 주재원 뿐 만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불황으로 중국에서 무언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보려는 ‘모색형 체류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찍 명예 퇴직한 40대 후반과 50대의 남성들이 비교적 한국보다 저렴한 생활비의 혜택을 누리면서 장기체류하며 앞날을 모색하는 모습도 이젠 상하이에서 그렇게 낫선 풍경이 아니다.

상하이영사관에서 집계하는 공식적인 숫자만으로도 상하이 거주 한국인이 3만 명 가깝다고 한다. “비공식적으로 상하이를 오가는 사람들과 집계되지 않는 사람까지 합한다면 4~5만 명은 된다”고 교민들은 말한다. 한국인 유입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3~4년 내로 그 숫자는 10만 명이 넘어 갈 거라고 모두들 전망하고 있다.


나날이 늘어나는 한국인들로 인해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朝鮮族)을 연상하며 “한일합방 이전에 살기가 어려워 압록강을 넘었던 구한말의 선조들처럼 상하이에 정착하는 요즘의 한국인들이 ‘신선족(新 조선족)’이 되는 게 아닌가?” 하고 교민들 사이에서는 우스개 소리를 주고받기도 한다.

야진(押金-압수하는 돈, 보증금) 이란 보증금 문화는 불신 조장하는 최대화 장치

중국에 생활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야진(보증금)을 내어야 합니다”라는 소리다. 보증금은 주택임대, 상가임대 때 적용될 뿐만이 아니라 중국 사회 여러 부분에 광범위 하게 적용된다. 심지어 병원에 입원해서도 보증금을 내어야 수술이 가능하고 보증금이 예상 치료비에 모자라면 입원 치료중일지라도 통상적으로 주입하던 ‘포도당 주사’도 잠시 중단 된다. (상하이에서 반일 시위가 거세게 일어나 일본대사관에 페인트가 투척되고 일본 음식점이 파괴되던 그 시간에 나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시위가 일어나기 이틀 전의 급성맹장염으로 ‘상하이홍차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서 소염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상하이의 시위를 취재하지 못하였다.)

무릇 보증금이라 함은 계약이나 채무 이행을 목적으로 미리 일정 금액을 담보로 지불하는 것으로서 사용기간이나 약속을 잘 지켜 문제없이 끝나면 돌려주는 게 보증금이다. 계약 당사자인 상대방이 서로 잘 모르는 관계이며 믿을 수도 없는 상태이기에 예상하지 못한 사고나 계약 불이행을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받도록 만든 금액이다.

그런데 중국에 살고 있는 많은 외국인들에게는 ‘신뢰받는 상거래를 위한 최소화 장치가 아니라 필요 이상의 보증금을 강요하여 상거래 불신을 조장하는 최대화 장치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며, 막상 당하고 나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중국 상하이의 주택임대 방식은 한국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전세금’이란 제도가 없고, 집주인이 임대를 놓기 위해 집의 규모에 상당하는 가전제품과 가구, 통신시설(전화, 인터넷 사용)까지 갖추어 놓고서 임차인을 찾는 형식이다.

이때 임대 보증금액은 주거지역과 아파트 단지의 규모와 시설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인이 들어가는 아파트 단지는 일반적으로 월세의 2개월분을 내고 1개월분의 월 임대료를 선불로 내는 경우가 많다.

구베이 지역 대표적 아파트 단지인 명도성의 경우 월 임대료가 방 2개(한국평수 35평)에 인테리어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중국 돈으로 월 1만원 가량 한다. 그러면 보증금으로 2만원을 내고 1만원을 선불로 월 임대료를 내게 된다. 보증금 2개월분은 계약이행의 담보물이고 월 임대료도 선불로 내었기에 이것도 따지면 보증금인 셈이다.(한국은 임대비가 후불 방식이므로.)

여기서 한번 새겨보아야 할 점은 “왜 보증금으로 2개월분을 내어야 하는가”하는 점이다. “돌려받는 최소화 장치로서의 보증금이 아니라 임대인의 편의에 따라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보증금이라면 필요 이상 금액의 보증금을 낼 필요가 없다“라고 여겨진다.

보증금을 최소 단위인 1개월만 걸어도 이사 나갈 때에 정산해야 할 가스비, 전기비 등 여타 공과금을 제하고도 충분히 남는다. 보증금을 거는 애초의 목적이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편의성에 의해 변질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택 임대 보증금 제도는 중국의 주택 관련 상법상의 문제점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부동산을 중개하고 적용시키는 상하이의 부동산중개상들의 개입과정에서 이윤추구라는 상업성과 맛 물려 보증금의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임대료도 상승된 측면이 있다.
보증금 떼는 한국인들 속속 늘어나

그런데 중국에서 집을 임차해 살면서 보증금을 돌려 못 받고 떼이는 한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계약기간을 지키지 않아 도중에 나올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고 계약 기간 1년을 어김없이 지키고 1달 전에 이사를 갈 것이라고 미리 예고를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배상을 요구하여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돌려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파트 이사 들어오는 날, 여주인이 이삿짐 푸는 걸 지켜보다가 이삿짐에 마룻바닥이 긁히는 것을 보고 ‘이 집이 내 자식 같은 집인데 ’하며 서럽게 울더니 계약기간인 1년이 지나 나가려고 하니 ‘ 긁힌 것 때문에 마루 전체를 보수해야한다’ 라며 터무니없는 보수 금액을 요구하며 2개월분의 보증금을 지불하지 않는 임대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계약기간인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를 가야하는 급한 사정이 생겨 1달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1달분만이라도 돌려 달라” 고 임대인에게 사정하였지만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오듯 나온 한국인도 있고, “아파트 위층의 소음이 너무 심해 도저히 살 수 없어 이사를 가야하는 데도 2개월분의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하는 지인도 있다.

중국 아파트는 분양 후 입주를 시작하면서 집주인이 새로 장식을 모두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와 같은 사실을 잘 모르고 신규 아파트에 들어갔다가 입주하여 사는 3개월 동안이나 계속되는 옆집과 아랫집의 인테리어 공사 소음에 도저히 못 참고 이사 나가려고 하니 임차인의 사유에 의한 계약 파기라며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는 한국인도 있다.

어떤 경우는 보증금을 노리고 주변의 소음이 심하고 수돗물도 새고 하수도 제대로 되지 않고, 겨울에는 난방마저 잘되지 않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악조건의 주택을 고치지 않고 임대를 놓아 임대인 스스로 나가게 하여 보증금을 챙기는 비양심의 임대인도 있다.

이처럼 많은 수의 한국인이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현지 제도에도 익숙하지 않고 모든 것이 낫 설어 잘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임대 들어오며 걸었던 보증금을 떼이는 불이익을 당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한국처럼 전세금을 많이 안주고도 임대 집에 살 수 있는 장점도 있지 않는가?” 라든지 “집 없는 중국 사람들도 똑같이 당하는 문제인데 한국인이 그 문제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너무 ‘표내는’ 것도 이로울 게 없다”는 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한국인의 숫자라든지 중국에서의 한국인의 위상 등 또 다른 점들을 생각할 때 한국인이 중국 생활 중 가장 먼저 부딪치는 주택임대 문제에서의 부적절한 관행과 사례 등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똑같은 피해를 교민들이 당하지 않도록 나름의 대처 지침을 마련하고, 상하이 거주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여러 홍보 수단을 통해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된다.

계약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보증금 반환 불이익 안 당해

보증금과 관련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임대계약을 잘해야 한다. 교통이나 부대시설, 인테리어 등이 마음에 들어 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계약을 하기로 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주의하면 보증금 돌려받을 때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첫째, 계약자가 주택의 소유자인 방산증(産權証)의 등기인과 같은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가구, 마루, 벽 등의 현존 상태를 같이 점검하고( 마루의 흠은 나기 쉬우므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집주인에게 어린 아이가 있음을 인지하도록 하고 그 책임을 지나치게 묻지 않도록 하게 한다) 가전제품, 보일러, 조명, 에어컨 등 임대인 소유 물건 상태를 명기하고 계약서에는 그 책임여부를 명기하여야 (계약서 외에 별첨으로 ‘물품목록 리스트’를 보통 만들어 놓는다 ) 나중에 배상을 거론하며 보증금 반환을 기피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둘째, 주택 임대 보증금을 상하이 시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월 임대료가 5,000원 이상인 곳은 2개월분을 보증금으로 받고 있으나 2개월 받아야 한다는 어떤 규정도 없으므로 가능하면 1개월분으로 계약하도록 하여 불이익을 최소화 하도록 한다.

셋째, 보증금을 2개월분을 걸더라도 ‘1년 이내에 임차인이 이사를 해야 할 경우 1개월분은 되돌려 준다 ’ 라고 계약서에 명기한다.

넷째, 계약기간을 1년으로 못 박지 말고 이사를 긴급히 가야할 여러 변수가 잠복해 있다면
6개월로 계약을 한다.

다섯째, 사는 동안에도 고장 수리 등 임대인에게 통보하여 인지하도록 한다. 가전 가구의 수리, 보일러 등의 수리 등 정상적인 고장은 주인에게 통보하여 수리하도록 하여 계약 종료 시 마찰을 최소화 한다.

여섯째, 각종 공과금 영수증은 잘 보관하여 이사할 때 마찰요인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이사할 때에도 깨끗이 청소를 하여 임대인에게 좋은 인상이 남도록 하여 보증금 반환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 (중국에서는 이사 나가는 집에서 일정 정도 깨끗하게 청소를 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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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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