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사 주지 무심 스님임성식
그 중 한 분이 현재 무상사의 주지로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출신 무심 스님이다. 79년 미국 보스턴 대학교 화학과 재학시절 숭산산 선사를 만나 발심하여 수계를 받고 케임브리지 선원에서 스님 지도 아래 참선 수행을 시작했다.
이후 1984년 26세에 숭산 큰 스님을 은사로 출가, 법명 無心을 받고 숭산 스님을 시좌스님으로 호주, 유럽 등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포교활동에 나섰다.
무심 스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지만 늘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다고 한다. 지식만으로는 알 수가 없고, 정신 세계와 진리에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보스턴 대학교 시절 은사이신 승산 선사와 만나 스님의 인도로 출가하게 되었다.
"케임브리지 선원에서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숭산 스님께서는 '내려놓게! 모두 내려놓게나! 이것이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네' 라는 한 구절을 내리셨습니다. 이것을 보고 저는 출가했고 지난 20년 동안 '내려놓아라! 또, 모를 뿐인 마음으로 곧바로 정진하라'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승산 스님께서는 '베풀며 살아가라고 강조하셨고 한국인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고' 당부하셔서 늘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무상사 조실(사찰에서 최고 어른을 이르는 말)로 있는 대봉스님의 경우 숭산 선사의 5만여 벽안의 제자 가운데 가장 먼저 법을 받았다. 미국 켄터키주립대학 경영학 교수였던 그는 1977년 숭산 선사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됐다. 이후 84년 34세에 미국 프로비던스 홍법원에서 숭산 선사를 은사로 출가해 한국 스님이 되었다.
사부대중이 다함께 스님과 같은 선방에서 수행
한국불교는 15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고 스님들을 위한 선방, 강원, 법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불교를 체험하고 수행하고 싶어도 언어장벽 등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그래서 숭산 선사의 불교의 세계화 취지에 따라 외국인들도 한국 참선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실 한국사찰에서는 선방 입방이 어렵고 번거롭다. 지금은 스님이 계시는 선방을 일반 외국인들에도 개방해 같이 수행할 수 있다. 보통 한국 선원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승속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본성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숭산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승속을 초월해 사부대중(비구승·비구니승·처사·보살)이 같은 선방에서 안거를 한다.
최근 일반 사찰에서도 재가불자들을 위한 템플스테이(사찰체험)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스님은 스님들만의 공간에서, 재가불자들은 또 다른 공간에서 각각 따로 수행을 하고 있음에 비추어 파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