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상의 '꼬마 나이팅게일의 진찰하기 어! 소리가 안 들리네'와 은상의 <손길> 작품박미향
우리 집 아이들이 4살~8살일 때 자주 하던 놀이가 병원놀이었다. "언니는 의사야, 나는 간호사 할 거야 그리고 넌 환자!"라고 놀던 딸아이와 비슷한 모습의 여자 아이가 사진 속에서 나를 향해 너무나 재미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콧잔등에 잔뜩 주름이 져 있으면서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윗니가 보이게 환히 웃는 여자아이는 자신의 손등에 장난감 청진기가 아닌 제법 묵직해 보이는 청진기를 올리고 있었다.
금상을 받은 심명숙(서울대병원)씨의 '꼬마 나이팅게일의 진찰하기 어! 소리가 안 들리네'는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아닌 평범한 다가구 주택의 계단에서 찰칵 찍은 모습이라 더욱 친근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큰아이가 4살일 때, 사진 속에서와 같은 계단에 앉아 놀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또 은상을 받은 임용준(이대 동대문병원)씨의 '손길'이란 작품은 손의 여러가지 활동을 담아서 병원 내 간호사들의 활동을 표현하고 있었다.
집에서나 사용할 만한 빨간색 고무장갑을 낀 손, 볼펜과 마우스를 잡은 손, 포대기에 싸여 있는 아기를 안은 손 등 많은 손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손은 역시 주사기를 다루거나 의료 행위를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손이었다.
요즘은 사람이 태어나는 곳도 병원이고 사람으로서의 생을 마치는 곳도 대부분 병원이다. 그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손은 생로병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손길이 앞으로 병든 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마음 아픈 이들의 가슴까지 달래주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