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다가가는 호주, 미·일 '눈치'

<호주는 지금> 중국과의 경제관계 돈독...자유무역협정 체결 부심

등록 2005.05.17 11:49수정 2005.05.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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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가까이,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호주 정부의 노력이 최근 양국간 자유무역 협정(Free Trade Agreement) 체결을 위한 발판 마련으로까지 결실을 거두었다.

존 하워드 호주 수상은 지난 달 중순 중국을 전격 방문, FTA협정에 관한 협상에 동의하는 양국간 양해각서(MOU)에 합의함으로써 최근 고도 경제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졌다.

'중국이 호주의 운명을 좌우한다(China will shape our destiny)'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까지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은, 최근 들어 양국간의 교역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경제 파트너로서 중요성을 새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호주의 제3대 무역 대상국이다. 지난 해 호주의 대중국 교역량은 수출 110억, 수입 180억 호주달러 규모로 이 수치는 최근 들어 해마다 20%씩 늘고 있다.

중국과 호주간의 활발한 경제 교류는 잘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상호 의존적인 양국의 경제구조에 기인한다.

중국이 경제 호황을 누릴수록 필요한 원자재나 에너지원을 호주에 의존하게 되고, 호주는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된 저가의 공산품을 중국시장에서 수입함으로써 공산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자국 경제에 이득을 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지난 2년간 전세계 에너지 및 원자재 물가지수가 14~30%나 인상돼, 호주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철광석을 지난해보다 71%나 오른 값을 받고 팔아 차액을 남겼다.


중국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자재 가격은 인상되고, 중국에서 생산된 완제품 단가는 낮아짐으로써 호주 경제도 덩달아 수월하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호주 정부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다면 양국간 경제관계에 더 탄력적인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경제효과로만 본다면 향후 2006-2015년 사이 244억달러의 GDP 증가폭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중국 다가서기'는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최대한 흩뜨리지 않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존 하워드 수상은 최근 일본군 보호 명분으로 이라크에 추가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중국 행보에 대한 일본의 곱지 않은 시선이 어느 정도 무마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방문 하루 전 이라크 추가 파병을 단행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외교적 전략으로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욱 더 고깝지 않은 미국의 눈치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전을 통해 이미 우방으로서의 관계 다지기에 최선을 다했다는 판단이 앞서 있기는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중국의 시장 개입을 비난하며 시정을 요구해온 미국의 태도에 호주가 정면 도전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불거져 나오게 될지 모르는 미국과 일본의 불편한 외교 관계를 감내하면서 자국의 경제 실리를 위해 중국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로 작정한 호주 정부의 행보가 과연 탁월한 선택이 될지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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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1992년 호주 이민, 호주동아일보기자, 호주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냈다. 시드니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비스트로 메메를 꾸리며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부산일보 등에 글을 쓰고 있다. 이민 칼럼집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과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공저 <자식으로 산다는 것>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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