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태어난 나비의 날개는 걸레처럼 쭈글거려 끝내 펼쳐지지 않았다.정철용
두 번째로 태어날 나비에게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일이 지난 5월 10일, 아내와 함께 빅토리아 할머니 집에 다녀와서 보니 속이 들여다보여 나비 날개가 선명하게 보였던 다른 번데기 하나가 역시 찢겨져 있었다. 나비 나무의 바로 밑에서 마르지 않아 아직도 심하게 쭈글쭈글해진 날개를 단 애처로운 나비의 모습을 보면서도, 내 마음속에서는 또 그 순간을 놓쳤다는 실망감이 더 앞섰다.
나중에 이 나비 역시 날개를 끝내 펴지 못하고 잔디밭을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서야 나의 실망은 슬픔이 되어 그리고 자책이 되어 아프게 내 마음을 찔렀다. 5월 14일, 변색이 시작된 마지막 세 번째 번데기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아, 이제는 네 탄생의 순간을 내가 지켜보지 못해도 좋으니, 제발 온전하게 날개돋이를 해서 저 푸른 가을 하늘로 날아가렴.
3.
내 소망이 통했던 것인가. 아직 캄캄한 새벽녘에 날개돋이를 해서 오늘 아침에 그 아름다운 날개를 내게 보여준 세 번째 나비는 마당에 떨어지지도 않았고 날개가 접혀져 있지도 않았다. 나비 나무의 가지를 꼭 움켜쥐고 아침 서늘한 가을바람에 날개를 말리고 있는 어린 나비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잔디밭을 기어 다니던 첫 번째로 태어난 나비는 어제 이후로 꼼짝도 안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죽은 모양이다. 두 번째로 태어난 나비는 그보다 더 단명해서 이틀 만에 개미들의 밥이 되었다. 아,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가진 날개가 얼마나 슬펐을까. 활짝 펴지지도 않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날개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날개가 아니라 멍에를 짊어지고 짧은 생애를 살다간 이 불운한 나비 두 마리에게 부디 축복 있으라.
오늘 태어난 세 번째 나비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탓인지, 좀처럼 하늘 높이로는 날아오르지 않고 짧게 날아다니며 안뜰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고 있다. 마치 자신이 태어난 정든 땅을 그렇게 훌쩍 떠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그러나 오늘 태어난 세 번째 나비야, 네 앞에 남아 있는 날은 그리 길지 않단다. 가을의 햇빛이 남아 있는 동안 죽은 저 두 나비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려면, 이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부지런히 네 짝을 찾아야 된단다.
그리고 곧 다가올 겨울아, 가을 끝자리에 태어난 이 나비를 위하여 너도 조금만 고삐를 늦춰줄 수 없겠니. 내리는 빗방울에 날개를 적시고 있는 나비 앞에서 나는 하늘을 잠깐 올려다보았다. 햇빛 환한 맑은 날이 나비의 첫 비행 앞에 펼쳐져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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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안뜰에서 태어난 세 마리 나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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