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취산의 신록 (1)박도
너희들이 날마다 보다시피 영 말이 아니구나. 고구마는 올해도 순이 뿌리를 잘 내리지 않는구나. 정말 농사 쉽지 않네.
그럼요,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대요. 아저씨는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30년이 넘게 하셨잖아요. 농사일이 그보다는 쉬울 거예요.
글쎄다. 나에게는 이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 없구나.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살아야 해요. 세상일을 쉽게 생각하면 오만하거나 교만해져요. 그게 가장 나쁜 거예요.
좋은 충고의 말을 들려줘서 고맙구나.
아니에요, 아저씨. 저희들 말에 귀를 기울려주신 아저씨가 더 고마워요. 그런데 아저씨는 왜 그렇게 욕심이 없으세요?
내가 욕심이 없다니…?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강원산골에 와서 아저씨 땅 한 뼘 없이 사시잖아요. 하기는 애당초 내 땅, 네 땅이 없는 세상이었지만….
너희들이 모르는 게 없구나. 그래,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조잘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