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건빵 선생과 별사탕> 홈페이지. 학교를 무대로 한 대부분의 드라마는 '로맨스'만 내세울 뿐 정작 중요한 학교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SBS
MBC 드라마 <사랑해 당신을>, SBS 시트콤 <여고시절> 등을 보듯 90년대 후반까지 남교사와 여학생의 사랑이 드라마의 소재로 각광받았다. 이제 2000년대의 코드는 남선생과 여제자가 아니라 여선생과 남제자의 사랑이다. 대개 남제자는 싸움을 잘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여교사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약하고 남제자가 감싸고 보호해야 할 인물로 설정된다. 이 때문에 남성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드라마의 소재로 애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10대의 대중 문화 소비성을 염두하고 학원소재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여기에 사회 금기적인 내용을 채워 눈길을 잡아 두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남교사와 여제자에 비해 여교사와 남제자의 사랑은 사회적 금기가 더 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점에 기대어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여선생님과의 포옹과 키스까지 시도하는 등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고자 했다.
식상하기도 하겠지만, 남교사와 여제자 사이의 사랑은 원조교제와 교사 성매매, 성희롱이라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를 휩쓴 이래 더욱 매력이 없어졌다. 하지만 여교사와 남제자와의 이러한 염려에서 벗어나 있다. 남교사는 강자, 여학생은 약자의 구도이지만 여선생은 약자, 남학생은 강자의 구도를 보인다.
이때 교사라는 사회적 위치를 가졌어도 '여자는 여자일 뿐이라는 인식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더구나 여교사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인물로, 남제자는 거친 세상 살이를 다 아는 듯한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와 만화에서나 쉽게 보는 학교 짱들의 폭력에 여선생이 적극적으로 시각적 효과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영화 <두사부일체> <화산고> <말죽거리 잔혹사>의 짱인 주인공들이 드라마에서 여교사에게 구애를 하는 판이다. 이 때 남자제자는 폭력을 화려하고 멋있게(?) 행사하는 멋진 남성이기 때문이다. 남제자는 나이만 어릴뿐 어른 뺨치는 외모에 행동, 사고를 보인다. 이것은 현실의 역반영인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장 교사들은 우려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러한 설정 자체는 이미 식상해졌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낮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여교사를 선망하지 않을만큼 공교육과 학교 체제가 무너졌는 지도 모른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여교사가 겪고 있는 학교 조직 차원에서 겪는 문제들은 너무나 피상적이거나 아예 도외시 한다. 초점은 오로지 한 제자와 연결된다. 무엇보다 학교에는 아름다운 미혼 교사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에는 커다란 구멍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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