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나의 손에 끼워준 반지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을 받다

등록 2005.05.28 13:52수정 2005.05.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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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중학교 1학년에 다니는 아들 아이가 직접 만든 작은 액세서리를 선물로 받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나이 사십을 훌쩍 넘은 제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과는 무척 다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아들 아이는 모듬별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음식 재료를 준비해 가고는 했었는데, 그 음식들의 종류로는 비빔밥, 김밥, 샌드위치, 떡볶이, 스파게티 등 다양했습니다. 가끔 빈 그릇에 담아오기도 했던 음식맛은 그런대로 먹을 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아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을 하더니 1주일마다 구슬공예 수업이 있다며 그 시간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돈으로 5000원을 요구했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서너번 재료비 5000원을 주면서 무슨 재료를 그렇게 자주 구입하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좋아하는 색상으로 만든 핸드폰 고리를 아들아이가 저의 핸드폰에 걸어 주는 순간, 그동안 아들아이가 가져 간 재료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들아이가 처음으로 선물로 준 핸드폰고리입니다.
아들아이가 처음으로 선물로 준 핸드폰고리입니다.한명라
저는 이제까지 제 핸드폰 고리를 사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들 아이가 만들어 준 핸드폰 고리보다 더 예쁜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작은 구슬을 한개, 두개 가느란 실에 꿰어가며 만들었을 아들의 핸드폰 고리보다 예쁜 핸드폰 고리는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후, 아들아이가 두번째로 만들어 준 선물은 하늘색의 귀고리였습니다. 무더운 여름날에 귀에 걸면 달랑 달랑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시원스럽게 보이는 그 귀고리를 아들아이는 "엄마~ 아프지 않아요?"하고 물으면서 제 귀에 조심스럽게 걸어줍니다.

사실 저는 액세서리를 제 몸에 착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결혼 반지도, 남편과 똑같은 모양으로 만든 커플 반지도, 팔찌도, 손목시계도 번거롭다고 착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5년 전 남편이 생일 선물로 사 준 귀고리와 평범해 보이는 가느다란 목걸이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 선물, 하늘색 귀걸이입니다.
두번째 선물, 하늘색 귀걸이입니다.한명라
그런 제가 아들 아이가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하늘색 귀고리를 며칠동안 하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감을 때마다, 잠을 자는 동안에 달랑거리는 느낌이 영 부담스럽고, 어쩌면 귀고리 형태가 변질될까 봐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제(5월 27일) 오후, 아들 아이가 보낸 "반지 완성함"하는 짧은 문자 메시지가 제 핸드폰에 도착했습니다. 세번째로 엄마에게 줄 반지를 만들었는데, 이제 완성을 다 했다는 기쁜 마음을 한시라도 빨리 저에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인 듯했습니다. 어제 저녁 집에서 엄마를 내내 기다리고 있던 아들 아이는 퇴근해 집에 들어 간 제 손에 너무나 예쁜 반지를 끼워 줍니다.


지금도 끼고 있는 예쁜 반지입니다.
지금도 끼고 있는 예쁜 반지입니다.한명라
"와~ 너무 예쁘다. 승완아, 고맙다~"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저의 말에 아들 아이는 쑥스럽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저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는 그냥 바라만 봐도 마음이 뿌듯해지고, 누구에게든지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예쁩니다. 이 세상의 돈으로는 감히 얼마라고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반지입니다.

집안 일을 할 때에는, 특히 설거지할 때면 반지를 망가뜨릴까 봐 화장대 위에 올려 놓았다가,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다시 반지를 끼었습니다. 앞으로도 아들 아이가 그 어떤 악세사리를 저에게 선물로 줄지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예쁜 목걸이일지, 아니면 팔찌일지.

이제까지 아들아이가 저에게 선물한 핸드폰 고리, 귀고리, 반지 때문에 저는 요즘 유행에 뒤지지 않는 신세대 아줌마가 된 듯 합니다.

덧붙이는 글 | Daum의 블로그 "낮은 울타리의 마당 넓은 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Daum의 블로그 "낮은 울타리의 마당 넓은 집"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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