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전국 교직원노동조합 등 14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와 한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은 28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흥사단 대회의실에서 '학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8일에 이어 두 번째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속적 관심 필요"
폭력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 '우리 아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지민양은 '학교폭력에 대한 몇 가지 상상'이라는 주제 발제를 통해 "학교폭력은 '모 연예인 음주 운전 사건'도 아니고 '동물원 코끼리 집단 탈출 사건' 같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탈출한 코끼리는 동물원에 가두고 사고를 낸 연예인은 처벌하면 된다는 시각으로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장양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우선되어야 보다 조직적인 예방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또 장양은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있도록 법제화된 학생회를 상상한다며 "▲ 시범 운영이 아닌 교사들이 쉽사리 풀어내지 못한 우리 고민과 해결을 함께 나누고 함께 치료할 수 있는 옆집 언니 같은 사회 복지사의 배치를 상상한다 ▲ 승진이나 실적 위주의 교사의 기본적 마인드 변화를 상상한다 ▲ 교사의 체벌은 학교폭력의 해결책이 아닌 방관이며 방조죄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신뢰하고 웃을 수 있는 날을 상상한다 ▲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된 스쿨폴리스 제도 같은 정책 말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학생들의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하나됨을 상상한다" 등의 다섯가지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학교는 청소년 유해 지역, 교육인적자원부는 유해 사이트"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idoo.net)의 웹마스터인 이준행씨는 '폭력의 내면화- 학교의 군사주의'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사이트는 가장 많은 욕설이 게재된 청소년 유해사이트고, 가장 많은 폭력물과 폭력적 언사가 오고가는 청소년 유해지역은 학교"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학생들의 인격을 거침없이 짓밟는 우리의 학교, 대학 입시 전선의 병참으로 가해지는 무수한 폭력들이 학교폭력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학교폭력 문제가 나오면 학생과 학생 사이의 폭력만 생각나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교사는 언제나 존경의 대상이고 학생은 언제나 교사를 섬겨야 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의 대화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고교 재학 시절 체육시간마다 선생님께 군대식으로 출결 보고를 하고 틀리면 단체기합을 받는다. 대열 속에 존재하는 학교 안의 '나'라는 존재는 명문대 합격 전쟁의 최전선 병사로서 입시 산업 동원을 위한 관리대상으로만 취급될 뿐이며, 힘과 폭력을 동경하는 식민지적 인간상을 구축코자 하는 일제 30년대 군국주의 학교 병영화 교육을 우리는 다시금 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조선일보> 1990년자 1월의 신문기사 자료를 참조해 "두발 규제가 90년대 노태우 군사정권이 '범죄와의 전쟁'과 '사회기강확립' 과정 속에서 조직적으로 부활했다는 사실과 학생들을 향한 온갖 폭력은 결코 '어쩌다가 생긴 것'이 아닌 군사주의 폭압 정권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하며 두발규제가 군사문화에서 온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교원평가 학생 배제와 학도호국단 부활 등 교육정책 실망"
한국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의 출범 준비위원인 김원(전 개포 고등학교 학생회장)씨는 "교원평가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배제 시키고 학도호국단 제도를 부활하려 들면서 좌경학생과 양호학생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려 하는 등 시대의 역행하는 행동양식을 보여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김씨는 "1등부터 꼴등으로 줄을 세우면 모두 자신이 1등이 되길 바라지만 필연적으로 2등부터 꼴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그 줄에서 이탈해 다른 줄에서 1등이 되려 한다. 이때 학교는 이런 학생들에게 폭력적인 제재를 가하고 자신들의 욕구를 표출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학생들 역시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려 한다. 이것이 또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같은 단체 소속인 김갈뫼(전 인천외고 학생회장)씨는 "누구나 잠재적인 폭력은 존재한다. 그것을 어떻게 억제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긍적적으로 분출해 내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폭력성을 억제만 한다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학생회 법제화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동아리를 활성화 시켜 각자가 지닌 '끼'를 분출해 낸다면 장기적으로 학교폭력 문제 완화의 긍정적인 역할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학교폭력은 사회적 질병이며 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약을 먹고 진찰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질병이 만성질환일 경우, 약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생활습관을 바꾸고 질병에 맞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등 점진적인 방법으로 조금씩 질병을 치료해 나가야 한다"며 "학교 폭력도 '가해학생의 교육적 처벌'과 '피해학생의 적극적 보호'와 같은 약의 처방도 필요하지만 '교내 자치권 인정'과 '동아리 활성화' 등의 생활 습관 개선 역시 요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CCTV 시범운영? 20억 예산 편성후 700개 학교 중 626개 학교 설치"
학생들의 발제가 끝나자 학부모, 교사들의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학교폭력 대책 피해자 가족 협의회 조정실 대표는 "경찰청에서 열렸던 학교폭력 관련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가 CCTV 설치를 반대했다. 경찰청 측은 시범적으로 일부 학교에서 실시해 보고 전체 학교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실과 달랐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CCTV를 학교에 설치하는 예산으로 20억원이 편성됐으며 전국에 14개 도시에 있는 700여개 학교 중에 90%에 달하는 626개 학교에 이미 CCTV를 설치했다"고 폭로했다.
또 조 대표는 "경기도에서는 CCTV가 학교 안이 아닌 학교 밖을 향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가며 20억 예산이면 피해자 지원 대책이나 학교폭력 예방 등 다른 곳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을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지난 7일 광화문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자신들의 요구를 당당히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나왔다"고 말하면서 "학생간의 폭력도 심각하지만 교사가 학생에게 두발단속을 하고 체벌을 가하는 것도 학교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사들 "군대식 수련활동, 일부 특정 계층에 소수 의견"
학생들 "소수라고 해서 내버려 두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
흥사단교육운동본부의 정세영씨는 "아이두넷 이준행씨의 발제문에서 개인적으로 원산폭격 등 단체기합은 없어졌고 일부 체육 시간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 체육시간의 출결보고도 옛날과 같이 심각하지 않으며 군대식이라는 수련 활동도 일부 특정 계층의 소수 의견이고 다수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행씨는 "10대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에 일반 청소년들이 들어와서 직접 고발하고 글을 올린 내용이고 일부 특정 계층의 소수 의견이라는 정 교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또 바로 이틀 전에 한 여학생에게서 체육시간에 군대식 출결보고와 관련해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리고 설사 정말 소수의 의견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영삼씨는 "재직 중인 학교에서 학년 초에 학생들의 기강을 잡기 위한 극기훈련을 불과 2~3년 전까지 했으나 '돈 내고 고생하려는 학생들이 어디 있느냐'는 주장에 최근에 군대식 극기훈련을 교육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학교 선생님들 중에선 과거 군대식 극기 훈련을 받아왔던 세대가 있고 그것을 당연시 하는 선생님들도 존재하는데 그러한 교사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영삼씨는 "김원 학생이 발제한 내용 중 전시 학도 호국단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교사들도 충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학내 군대문화는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보며 학생들이 입시 교육이 학생들을 입시 전선으로 내모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세영씨는 또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학생들과 학생 사이에서 일어나는 폭력이 매우 심각한데 교사의 권위가 너무 떨어지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협의회 조정실 대표는 "학생들에게 물어 보면 일진회보다 생활지도부장의 폭력이 더 무섭다고 한다. 그리고 왕따 피해 학생들도 가해학생들보다 교사의 방조가 더 견디기 어렵고 학생을 더욱 왕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볼 때 학교 폭력을 단순히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만 다루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래 상담 활성화'와 '왕따 보험의 공적 활용' 등 이색제안 나와
다음카페 '학교가기 싫어'의 운영자인 김혜민양은 "담임교사나 상담전문교사 등 어른들에게 하기 어려운 말들이 같은 또래끼리의 상담 속에서는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래 상담 교육을 활성화 하고 상담 교육을 시킨다면 학교 폭력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은 "최근 왕따 보험이라는 것이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왕따의 피해자가 될 경우 치료비와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지금은 사적이지만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산재보험을 드는 것과 같이 학생들에게 왕따 보험을 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경은 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청소년회의 의장은 "지역마다 청소년 수련관이 배치되어 있고 수련관 내에 전문 상담사가 존재한다. 이렇듯 지역 청소년 수련관 상담사를 학교와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삼씨는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 안돼 하면 그만이라는 의사결정 구조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원씨는 "학생들이 싸움을 하게 되면 말리지 않는 분위기다. 이것은 학생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학생과 학생 사이가 친구가 아닌 적이 되는 제도의 문제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이 자식이 맞고 들어오면 한 대라도 더 때리고 와야지 왜 맞고 들어오냐고 말을 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때리는 가해자가 영웅인 반면 맞는 피해자가 더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대자보(http://jabo.co.kr)에도 송고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