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님에 대한 고언

등록 2005.05.28 22:20수정 2005.05.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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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님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부터, 호칭을 뭘로 써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목사라 불러야 하나 당신은 이미 목사직을 버렸다고 하시고, 그래서 스스로 그 버린 그 호칭으로 당신을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냥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서 흘러가듯이 님이 내셨다는 책이야기와 님의 사진 그리고 관련기사를 봤습니다. 흘러가듯이 봤지만 그동안 님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관심을 갖고 그 글을 읽었습니다. 교계신문사에서 일할 때 대광고등학교 문제와 당시 님의 근황을 기사로 다룬 적도 있었던 탓입니다.

저 역시도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개인적인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를 읽고 난 다음에는 이건 아닌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쫓겨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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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난 다음 오마이뉴스에 실린 류상태님의 기사를 읽습니다. 우선 기사를 읽은 제 느낌을 말하자면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내용은 님께서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뜻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님이 낸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목회에 바쁜 나머지 못 보았습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차분하게 읽어 보겠습니다.

책을 읽고 차분하게 글을 쓰지 못하고 기사만 읽고 글을 쓰는 데는 제가 읽은 님과 관련된 두 기사가 기독교와 교회 일반이 다 부정되고 무시되는 듯한 안타까움이 너무 앞섰기 때문입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제 50줄에 막 들어선 목사입니다. 대전 빈들교회라는 작은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교계언론사에서 5년이 넘도록 편집부장으로 지냈습니다. 그리고 목회를 하기 위해 현재 섬기는 교회로 부임한 지 3개월쯤 됩니다.

우선 제가 느낀 점 몇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류상태님이 지적하신 한국교회의 모순은 타당한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한국의 보수신앙의 행태와 일부 교회의 세습문제나 대형성전건축과 같은 문제점들은 옳은 지적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옭은 지적을 하는데도 저는 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우선 님께서 지적하시고 비판하시는 대상은 한국보수교회의 행태입니다. 보수교회가 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신앙을 가진 이들의 행태에는 님의 지적을 따갑게 들어야 할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수신앙의 일반적인 행태가 한국의 모든 교회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오류입니다. 우선 기사에서 님께서 지적하셨다는 다섯 가지 부분을 봅시다.

➀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모습을 한 상대를 모두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배타성

➁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했지만 십자가는 주님이 지셨으니까 그 공로로 이 땅에서 편안하게 예수 믿다가 천국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

➂ 하느님의 뜻을 따라 책임을 느끼고 이끌어가야 할 역사에의 무관심

➃ 직제 구분에 불과한 목사와 장로, 집사를 신분 차별로 받아들이는 권위주의

➄문자주의에 갇힌 성서 해석으로 하느님 뜻 왜곡, 종말론적 환상주의 경향 등등이 그가 진단한 한국교회가 앓고 있는 중병의 증상들이다.


님께서 지적하신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첫째, 보수신앙을 가진 이들의 일반적인 행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제가 섬기는 감리교회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고백하는 교리와 신조를 버리면서까지 다른 종교를 수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제 생각은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하듯이 나의 다름 또한 존중받아야 하고 또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 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세포적인 배타성을 가진 이들만이 한국교회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님의 그 편협함이 저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들째,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했지만 십자가는 주님이 지셨으니까 그 공로로 이 땅에서 편안하게 예수 믿다가 천국 가면 그만이라는 생각'. 이 정말 님께서 오늘 교회의 전부라고 생각하는가요. 정말 그렇게 한국교회를 읽습니까? 님의 이 지적은 오늘 가난한 민중들의 삶의 자리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는 많은 사역자들의 가슴에 꽂는 비수입니다. 스스로 거두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셋째, '직제 구분에 불과한 목사와 장로, 집사를 신분 차별로 받아들이는 권위주의'에 대해서는 불과 3개월의 목회경력을 가진 제가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요즘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님의 지적을 수용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적인 이해를 가지고 이 문제를 보고 싶습니다. 독재적인 권위와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순종이 미덕이던 시대는 갔습니다. 교회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교회 안에 건강한 목회지도력과 평신도지도력을 전면적으로 부정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넷째, '문자주의에 갇힌 성서 해석으로 하느님 뜻 왜곡, 종말론적 환상주의 경향 등등'에 대해서는 님도 이 지적이 지극히 편향된 한 부분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아신다고 믿습니다. 적어도 제대로 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훈련받은 이들은 다 압니다. 성경해석 방법이 다양하며, 여러 가지 설화와 이야기들이 성경이라는 하나의 경전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을. 이것은 상식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일반 신도들도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님이 지적하신 '문자에 갇힌 성서해석'이란 축자영감설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알기에는 이 축자영감설은 보수교단의 신학교에서도 버린 지 오래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말론적 환상 경향과 그 밖의 등등'은 어떤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몸에 종기가 있다고 해서 몸이 다 썩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지적만 있었다면 그냥 덮어두고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지적(님께서는 세 번째로 지적하셨지만 저는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거론합니다)에 대해서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이 들어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님은 한국교회의 문제점 가운데 '하느님의 뜻을 따라 책임을 느끼고 이끌어가야 할 역사에의 무관심'을 지적했습니다. 님과 저는 거의 동년배입니다. 그런데 님은 전혀 제가 살아온 시대와 같은 살아온 사람 같지가 않네요.

우선 하나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님께서 마흔 아홉 살이면, 제 나이에 대학을 다녔다면, 유신과 전두환군사독재시절에 대학을 다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때 님께서는 뭘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님의 고백으로는 대학에서 미팅을 하다 너무 잘해주는 여학생에 의해서 교회로 이끌림을 받았다고 하셨더군요.

죄송합니다만, 그 시점이면 뜻있는 젊은이들은 유신독재권력에 항거하다 중앙정보부나 사찰기관에 끌려가 죽도록 고문을 당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다 불구가 되고 대로는 주검이 되어 명을 달리한 이들이 적지 않았던 그런 시절입니다. 그때 님께서는 어디서 뭘 하셨나요.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에서는 까닭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야수적인 정치군인들에 의해서 처참하게 살육을 당했던 그 5월에 님께서는 무슨 꿈을 꾸고 살아가셨나요.

님의 지적처럼 '하느님의 뜻을 따라 책임을 느끼고 이끌어가야 할 역사에의 무관심'이 님의 경험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몰아세우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는 그때 님께서 뭘 하고 계셨는지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는 한국현대사의 인물들 가운데는 70년 11월 13에 돌아가신 전태일열사나, 광주항쟁을 고발하면서 '동포여 일어나라고' 절규하며 산화한 청년 김의기열사,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목회를 하던 중에 보안대에 끌려가서 끝내 돌아가신 고 임기훈 감리사 등등, 우선 제가 생각나는 몇 분들만 꼽습니다.

이 분들은 제 몸을 담고 있는 감리교회의 인물들입니다. 분단의 사슬을 깨고 통일의 물고를 트신, 같은 교단은 아니지만 존경하는 문익환목사님도 계시네요. 이렇게 돌아가신 분들만 하나님의 정의를 위해서 일하신 것은 아닙니다. 수 많은 목회자와 신도들이 불의에 항거하다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갇히면서 민족이 당하는 고난의 십자가를 가꺼이 지고 갔던 자랑스런 역사가 불과 십수년 전까지 눈앞의 현실로 있던 교회의 역사였습니다. 갑오경장때 이야기가 아닙니다.

님의 논리대로 그런 한국교회라면 저도 모든 것을 버리고 당연히 떠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개독먹사'로 교회를 지키고 있습니다. 떠나지 못한 제가 님께 용서를 빌어야 할 것처럼 느껴지는 님의 오만과 그 의(義)는 님의 진정성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유상태님! 보수교단의 경험이 교회의 전부다가 아닙니다. 한국교회의 일반이 아닙니다.

저는 님께서 몸담았던 그 교단만이 한국교회의 주류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철학을 전공하신 님께서 일반성과 특수성을 구분하지 못하고, 보수교단의 비난받아야 마땅할 행태를 마치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행태로 몰아세우는 것에 서글픔을 느낍니다.

오늘처럼 우리 사회가 형식적이나마 민주화를 이루기까지에는 수없이 많은 이들이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수많은 목사들과 성도들의 피도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는 우리 역사의 제단에 뿌려졌습니다. 단편적인 지적입니다만,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목회자들이 가슴에 님이 다시 못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저의 지나친 기우만이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어떤 조직이나 어떤 운동도 다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교회만 모순된 것이 아니지요. 자신을 성찰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교회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님의 성찰만 대단하고 남아 있는 자들의 반성과 성찰의 아픔을 무시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국교회 전체를 똥물에 처박아 넣으면서 마치 대단한 성자나 예언자로 미화되는 것은 님의 진정성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러나 잘 보십시오. 언론에 의해서 당신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고, 한국교회는 어떻게 개차반이 되고 있는지를. 비판은 제대로 해야 합니다. 아이를 목욕시킨 구정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함께 하수구에 쏟아 버리는 것은 비판이 아닙니다.

두서없는 글입니다. 그러나 오늘 토요일입니다. 설교준비에 바뿐 와중에도 님의 말로 진실이 가려지고 왜곡되는 것은 바로 잡아야 했기에 이렇게 급히 글을 올립니다. 이왕에 다른 길을 들어선 님의 그 결단과 생각이 우리 모두를 더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님의 길을 주께서 축복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류상태님의 생각에 대한 반론입니다.

덧붙이는 글 류상태님의 생각에 대한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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