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으니 나이 먹어도 일해 좋겠다"

잊혀져가는 풍경을 찾아서-장산장 톱 가는 할아버지

등록 2005.06.18 02:14수정 2005.06.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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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장(5일과 10일 등등)에 가면 20년째 톱 가는 할아버지가 있다. 정산장은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장터에서 열린다.


올해 일흔아홉인 김유희 할아버지는 장날마다 한자리에 앉아 톱, 호미 등 농기구를 벼리러 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톱을 팔기도 하고 갈기도 한다. 한번 갈 때 20분 걸리는데 3천원, 겨울철에는 나무를 베는 톱을 많이 쓰기 때문에 봄까지 주로 벼리고 요즘은 호미날을 간다. 새 호미를 3천원에 파는데 오래쓰기 위해 강철로 날을 붙여서 가져가면 1천원을 더 받는다.

오래된 단골들도 이제는 저 세상으로 가서 하나 둘씩 발길이 끊어지고 젊은 사람들은 톱날을 갈아서 쓰지 않기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정산장에서 호미날을 갈고 있는 김유희 할아버지.
정산장에서 호미날을 갈고 있는 김유희 할아버지.김명숙
부여가 집인 김 할아버지는 이 일을 한 지 40년이 됐고 정산장에 오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지금도 큰 비가 오지 않으면 집에서 오토바이에 물건과 도구를 싣고 정산장 뿐만 아니라 부여군에 있는 은산, 홍산장, 예산군에 있는 예산장까지 본다.

하루에 잘 하면 10만원, 못하면 2~3만원 벌이를 하는데 장에 나와서 구경하는 노인들이 "기술 있으니 나이 먹어도 일해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집에 있으면 몸이 무겁고 장에 나오면 좋다"는 김유희 할아버지는 부인과 자식들이 일을 그만 하라고 말리지만 사람 살아가는 풍경이 있는 시장이 좋아서 몸 움직일 때까지 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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