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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에 위치한 정의공주 주말농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각종 채소들의 목록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솔직히 모르는 것이 많아 적지 못한 종류가 열 가지도 넘는다.
사람은 누구나 땅에서 자란 먹을거리를 통해 영양을 흡수한다. 대지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주말농장의 땅을 밟고 서 있노라면 포근한 엄마의 가슴에 안긴 듯 편안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주말농장이라 자주 가지만 오늘은 색다른 기분으로 초록이 넘쳐나는 주말농장을 둘러본다. 난 개인적으로 시골에 나만의 농장(?)이 있어 이곳에는 내 땅이 없다. 다만 나의 농사지도(?)를 원하는 분들이 몇 분 있어 자주 방문한다.
정성스레 채소를 가꾸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 학생, 꼬마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분주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도시인의 얼굴이 아니다.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힘겹게 기른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무정한 주인이 방치한 불쌍한 채소에 물도 준다.
몇몇 가족은 벌써 저 아래 보온덮개로 만든 하우스 안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늘 열린 문으로 쌈을 뜯어 나르는 손길이 바쁘다.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으로 항상 수도꼭지에서는 지하수가 쏟아져 나온다. 채소에 줘버리기에는 아까운 지하수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네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누고 먹을거리를 건네는 주말농장은 행복의 바다다.
농장은 2평가량에 9만원이다. 봄에 충분하게 거름을 뿌리고 기계로 갈아엎은 다음 골을 파 경계를 나누어 분양한다. 물과 삽, 조루 등의 농기구는 무료로 대여해 준다. 씨앗과 모종은 각자 마련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도 판다. 보온덮개로 만든 하우스에는 평상이 20여개 놓여 있는데 하루 사용료는 오천 원이다.
손수 가꾼 채소를 쌈으로 해서 지인들을 불러 삼겹살을 구워 소주 한잔 하는 재미는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맛이다. 난 가끔 지인들을 불러 가보처럼 보관하고 있는 커다란 돌판에 삼겹살을 구워먹는다. 도시의 한 구석에서 벌이는 야외 삼겹살 파티는 일류 호텔 만찬이 부럽지 않다.
꼭 정의공주 주말농장이 아니라도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주말농장이 서울에 많으므로 사람 사는 정이 그리운 분들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의공주 주말농장은 도봉산 우이암의 끝자락인 연산군묘 건너편에 있다. 미아로나 도봉로 중앙차로에서 130번 버스를 타거나 노원역 또는 창동역에서 1161번 마을버스를 타서 정의공주묘에서 내려 걸어오면 된다. 사람이 사는 정이 그립거나 삼겹살이 생각나시는 분은 주변의 주말농장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
덧붙이는 글 | 사진은 못올렸으니 양해 바라고, 사진이 포함된 이 기사를 원자력문화재단 아토메니아 웹진 6월호(15일경 발행예정)에 게재할 생각으로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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