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물에도 재첩이 살까?

포항시 형산강 하구 재첩 채취 현장

등록 2005.06.05 16:26수정 2005.06.0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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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 재첩. 쾌 큰 재첩이 많이 보인다. 산란을 앞둔 지금이 채취에 적기라고 한다.
형산강 재첩. 쾌 큰 재첩이 많이 보인다. 산란을 앞둔 지금이 채취에 적기라고 한다.추연만

반들반들한 색이 유난히 많아 눈길이 재첩에 오래 머물고
반들반들한 색이 유난히 많아 눈길이 재첩에 오래 머물고추연만
"할아버지, 형산강에도 재첩이 있었군요?"
"예전엔 여기에도 재첩이 많았어. 물이 참 깨끗했거든. 지금 재첩을 한창 잡을 때지. 종철(포스코)이 생긴 후 재첩이 사라져 속을 많이 태우기도 했지."
"요즘, 형산강 재첩이 잡힌 것은 물이 맑아 그런가요?"
"몇 년 사이에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야. 그러나 한창 재첩을 잡을 철에 겨우 요만큼 잡았으니(웃음), 형산강은 더 맑아져야 해."


환경의 날인 6월 5일 오전 11시. 형산강 하구에는 빠른 손놀림으로 재첩을 채취하는 네 분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난생 처음 재첩을 채취하는 모습을 본 행운을 얻었다. 할아버지들은 허리춤까지 오는 물 장화를 신고 강에 들어가 '재첩용 갈퀴'를 강바닥에 밀착시키고 한 걸음씩 발길을 옮기며 채취에 열중하고 계셨다.

재첩을 넣는 고무대야를 끼운 탱탱한 타이어 튜브를 한 손에 거머쥔 채, 갈퀴를 움켜쥔 다른 손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곧 갈퀴를 타이어 튜브에 올려놓고 잡힌 재첩은 대야에 모으고 다른 것들은 강에 돌려보내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재첩채취. 타이어 튜브로 만든 '고무보트'를 한 손에 잡고 갈퀴를 움켜쥔 다른 손은 연신 강바닥을 끌고 있다.
재첩채취. 타이어 튜브로 만든 '고무보트'를 한 손에 잡고 갈퀴를 움켜쥔 다른 손은 연신 강바닥을 끌고 있다.추연만

재첩채취 갈퀴
재첩채취 갈퀴추연만
강가로 나온 한 할아버지가 "많이 잡으셨나?"는 질문에 고개를 돌려 도리질을 반복하신다. "네 시간 작업해 겨우 요만큼 잡으니 재미가 별로 없네. 그래도 손자 놈에게 용돈도 주고 담배 값은 되겠지."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길게 내뱉으신다.

할아버지가 잡은 재첩은 시장이나 식당에서 흔히 봐온 재첩보다 훨씬 굵고 반들반들한 색깔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속에 할아버지는 대야에 모아둔 재첩을 재빨리 마대자루에 옮기신다. 채취를 마무리할 작정이신가 보다.

또 다른 할아버지가 강가에 나오시자 "행님요, 고마하시더. 힘이 부쳐 더는 못하겠니더"하신다. "니는 일찍 와 고마해도 된데이. 내는 쪼매만 더 하다 갈란다." 재첩 할아버지들 사이에 오간 사투리가 정겹게 들리는 건 내년에도 형산강에 재첩잡는 모습을 또 볼 것을 기대한 탓일까?


대야를 얹은 고무보트와 할아버지는 줄로 하나가 되어 강을 누빈다
대야를 얹은 고무보트와 할아버지는 줄로 하나가 되어 강을 누빈다추연만

형산강 재첩 채취 모습. 물이 맑았던 예전엔 이곳에도 재첩이 많이 잡혔다 한다. 내년엔 영일만이 맑아져 더 많은 재첩이 형산강에 살았으면.
형산강 재첩 채취 모습. 물이 맑았던 예전엔 이곳에도 재첩이 많이 잡혔다 한다. 내년엔 영일만이 맑아져 더 많은 재첩이 형산강에 살았으면.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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