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구절초가 하얗게 피었습니다

[사진] 산귀래 식물원의 빗장이 풀리길 바라며

등록 2005.06.07 13:58수정 2005.06.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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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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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들국화와 동양의 섬국화를 교배하여 만든 개량종인 샤스타데이지가 초여름 산하를 흰빛과 초록빛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가느다란 꽃대에 단정하게 한 송이씩 피는 흰빛의 꽃이 보랏빛 구절초를 닮았다 하여 여름구절초로도 불리는 꽃입니다.

수도권 식수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제로 아직도 청정함을 자랑하는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에 위치는 산귀래 식물원은 주로 우리 들꽃으로 꾸며진 들꽃 세상입니다. 94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하여 일반 공개되다가 2002년부터 더 이상 훼손을 감당할 수 없어 휴식년에 들어갔습니다.


a 꽃을 찾아서…. 꽃과 나비의 향연

꽃을 찾아서…. 꽃과 나비의 향연 ⓒ 이승열


a 휴식년 동안 식물원을 지키는 우체통, 큰꽃으아리가 진 자리를 능소화가 덮는다.

휴식년 동안 식물원을 지키는 우체통, 큰꽃으아리가 진 자리를 능소화가 덮는다. ⓒ 이승열

우리 꽃에 대한 관심과 홍보로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꽃을 찾고 감탄하고 즐기나, 후대에 물려줘야 할 공동의 재산이라는 인식은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키워낼 능력도 환경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순간의 소유욕에 눈 멀어 마구잡이로 채취해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이 도리어 그들을 멸종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함께 나누고픈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식물원이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만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 보존해 놓은 희귀식물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당당하게 채취해 가는 걸 제지하면 여기저기 널려 있는 꽃을 좀 나누는 게 무슨 큰 일이냐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이 대다수입니다.

씨앗을 발아시켜 간신히 몇 촉 키워낸 노루귀 군락지가 사라지고, 장식을 위해 걸어둔 화분들도 사라지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식물원 깊숙한 곳에 심어두었던 장뇌삼을 고사까지 지내고 캐갔습니다. '심봤다'를 크게 외쳤을 심마니는 믿기지 않는 행운과 담장을 뚫고 획득한 자신의 무용담을 지금껏 맘껏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a 신록처럼 아이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밟았던 이 땅의 감촉을 기억할까?

신록처럼 아이들도 쑥쑥 자라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밟았던 이 땅의 감촉을 기억할까? ⓒ 이승열


a 불두화가 여름구절초 사이로 지고 있다.

불두화가 여름구절초 사이로 지고 있다. ⓒ 이승열


a 여름구절초 사이에 길이 그 사이에 또 푸르름이 자리하고 있다.

여름구절초 사이에 길이 그 사이에 또 푸르름이 자리하고 있다. ⓒ 이승열

사람들에게 치이고 상처받아도 자연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씨앗을 퍼트리고 있었습니다. 6월이 되면 식물원을 온통 흰빛으로 덮는 여름구절초, 여름구절초가 지고 나면 그 자리를 용담과 벌개미취와 같은 보랏빛 꽃들이 채울 겁니다. 산귀래 식물원이 긴 잠에서 깨어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사람들과 만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a 꽃이 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고, 꽃이 핀 자리에 다시 꽃이 핀다.

꽃이 진 자리에 다시 꽃이 피고, 꽃이 핀 자리에 다시 꽃이 핀다. ⓒ 이승열


a 식물원 내의 별꽃방. 밤하늘의 별처럼 꽃들이 흐드러져 있다.

식물원 내의 별꽃방. 밤하늘의 별처럼 꽃들이 흐드러져 있다. ⓒ 이승열

덧붙이는 글 | 휴식년에 들어가 일반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산귀래식물원 별서에 묵으면 식물원 관람이 가능합니다. 당분간은 마구잡이로 사람을 들이지 않고 우리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고 지킬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휴식년에 들어가 일반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산귀래식물원 별서에 묵으면 식물원 관람이 가능합니다. 당분간은 마구잡이로 사람을 들이지 않고 우리꽃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고 지킬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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