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 한정판매’ 정말 선착순 맞나요?

1등으로 갔는데도 조기 품절이라니

등록 2005.06.07 18:21수정 2005.06.0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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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다 보면 현관 입구에 빼곡히 붙어 있는 것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대형할인점에서 할인행사를 알리는 전단지이다.


a 아내는 현관문에 붙어있는 전단지만 보아도 화를 냅니다. 아마 그 때 일이 생각나서 그런가 봅니다.

아내는 현관문에 붙어있는 전단지만 보아도 화를 냅니다. 아마 그 때 일이 생각나서 그런가 봅니다. ⓒ 장희용

나 같은 경우에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재래시장을 자주 애용하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대부분 곧바로 떼어 종이쓰레기 함에 버린다. 하지만 모든 생활용품을 재래시장에서 팔지는 않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가는 날을 정해 대형할인점을 찾기도 한다. 그래서 대형할인점을 가기 전에는 평소에는 버리던 이 전단지를 모아두었다가 하루 전 쯤 살 품목에 대해 가격비교를 해 본다. 가급적이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니까.

그런데 이 할인행사 전단지를 가만히 보면 할인행사를 하는 품목 중 적지 않은 품목이 ‘선착순 한정판매’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그 ‘선착순 한정판매’라는 것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물론 ‘선착순’이라는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으니 ‘소비자 현혹을 위한 의도적 상술’이라고 단정적으로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연 정말로 해당 물품에 대해 선착순 인원이 다 와서 품절이 됐느냐’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얼마 전 모 할인점 전단지에 아기용 두유를 ‘선착순 한정판매’한다는 전단지를 보았다. 둘째가 이 두유를 먹기 때문에 1주일에 한 번씩은 구입해야 한다. 전단지를 보니 집 앞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4200원이 저렴했다.

아내는 ‘4천원이 어디냐’며 그곳에서 구입해야겠다면서 모 할인점을 찾았다. 하지만 아내가 할인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선착순 인원이 다 차서 할인가에 구입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아내가 할인점을 찾은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다고 한다. 아내는 10시에 개점을 하니까 자신이 늦게 가서 그럴 수도 있다면서 다음번에는 개점 전에 가서 기다려야겠다고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아내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가서 그랬다면서 다음번에는 좀 일찍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두 번째 할인점을 찾은 날 저녁 아내는 몹시도 화가 나 있었다. 할인행사를 이틀간 하기 때문에 두 번째 날에는 개점을 하는 시간에 맞춰 사러 갔는데, 할인가격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이틀 동안 적지 않은 거리를 힘들게 왔는데, 첫날은 늦게 와서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은 문 열자마자 왔는데 ‘선착순이라 물건이 다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니 (그것도 아내가 살려고 하는 두유 매장에는 겨우 사람이 4, 5명 정도였단다) 기가 막힌 것이었다.


아내는 갑자기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한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할인점 직원에게 “문 열자마자 왔는데, 그리고 선착순으로 치면 내가 1등인데 무슨 선착순이라 조기 품절이 되느냐”며 다소 큰 목소리로 따졌다고 한다. 직원들은 ‘잘 모르겠다’ ‘코너 담당자를 불러줄테니 그 분한테 물어보아라’ ‘선착순 한정판매 품목이라 조기 품절될 수도 있다’는 말만 계속해서 들었다고 한다. 누구하나 제대로 아내의 항의에 성실히 답변을 해 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자 억울한 마음에 한참을 그곳에서 서 있었다고 한다.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난 뒤 속으로 욕을 실컷하고 집으로 오려는데, 그래도 아쉬워 아내는 계산대 부근에 왠지 높아(?) 보이는 듯한 사람이 있어 그간의 사정을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시계를 보더니 “지금 이 시간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 매장에 오신 손님이 수백 명은 된다. 전단지 못 봤느냐, 이건 선착순이라 조기품절 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아내를 억척스런 아줌마로 몰아세웠다고 한다. 아내는 또다시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났지만 내가 1등으로 왔다”면서 다시 한 번 선착순이란 말에 항변을 했지만 여전히 할인점 측은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더란다.

아내는 그 순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보는 바람에 창피해서 그냥 그 할인점을 나왔다고 한다. 아내는 아직도 그 생각이 나는지 ‘선착순 한정판매’라는 전단지를 보기만 해도 ‘이거 다 거짓말’이라며 ‘이거 다 사람들 오게 하려는 상술’이라며 화를 낸다. 그런 아내를 보자니 괜히 아내를 고생시키는 것 같아 아내한테 미안하다.

그래서 아내를 대신해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다.

‘선착순 한정판매’, 정말 선착순으로 한정판매 되는 것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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