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이렇게 하면 제대로 한 건가요?

2박 3일의 맛여행 덕분에 허리가 1인치 늘었습니다

등록 2005.06.08 12:06수정 2005.06.0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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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환갑을 넘긴 나이에 부모님은 충청북도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감행하셨습니다. 잘 적응을 하고 계신지 확인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뵙고 싶어 연휴가 시작되자 아침 일찍 가족들을 깨워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멀기도 한 길이지만 마음이 조급하다 보니 더 멀게 느껴집니다. 부산에 들어서 해운대로 향하던 길에 좌회전 차선이 없어 머뭇거리다가 광안대교로 들어섰습니다. 아름다운 다리를 지나며 광안리 해수욕장도 보고 요트도 보며 목적지를 찾아갔습니다.


며칠 부산에 머물며 알아낸 사실이지만 부산의 도로는 좌회전 차선을 따로 만들어 놓지 않고 1차선에서 대부분 좌회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좌회전과 직진이 동시 신호라고 써 있는 곳에서도 사실 그렇지 않아 초행길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부산의 별미를 다 먹어보겠다고 벼르던 남편은 첫 날부터 주변 식당을 물색하고 다니더니 '밀면'을 발견했습니다. '돼지국밥'도 부산에서 처음 보는 메뉴였지만 남편은 밀면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2박 3일의 계획을 복국, 멸치회, 밀면 이렇게 세웠습니다.

a 따뜻한 바다.. 해운대입니다.

따뜻한 바다.. 해운대입니다. ⓒ 전향화

해운대는 부산을 갈 때마다 찾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따뜻해서 좋고 무엇보다 파도가 찰싹여야 바다라고 생각하는 제겐 늘 봐도 그리운 곳입니다. 부모님과 아이들과 함께 해운대를 찾았습니다.

충북은 여름같은 날씨가 계속 되지만 해운대는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바닷가에서 밀려온 해초와 파도를 신기해 하는 아이들에게 바다는 아주 신나는 놀이터였습니다. 바다는 그때 그때 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날은 부모님 곁이라서인지 아주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연인들과 가족들과 갈매기가 있는 바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a 해운대 신시가지와 20분정도 떨어진 기장시장,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해운대 신시가지와 20분정도 떨어진 기장시장,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 전향화

부산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권해 드리고 싶은 곳은 해운대에서 15~20분 정도 걸리는 기장읍에 있는 기장 시장입니다. 두 달 동안 부산 탐색을 하신 아버지가 추천한 곳입니다. 기장 시장은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었습니다. 해산물을 많이 보지 못한 나는 청각도 신기해 보이고 저울 위에서 춤추는 홍게도, 혀를 내밀고 있는 대합도 신기했습니다.


기장은 멸치와 다시마, 미역이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멸치는 멸치젓으로 많이 팔기도 하지만 멸치회로 해서 많이 팔고 있었습니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늘 먹던 고등어와 조기를 샀습니다. 죽은 척하는 생고등어는 탄력 있는 몸매를 자랑하고 누워 있습니다. 참조기는 소금을 뿌려두면 숙성되면서 더 맛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a 갈증을 느끼는 대합들이 혀를 빼고 늘어져 있다.

갈증을 느끼는 대합들이 혀를 빼고 늘어져 있다. ⓒ 전향화

기장 시장을 나와 우회전해서 이정표를 따라 20분 정도 달려가면 대변항이 나옵니다. 대변항을 지나쳐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바위와 어우러진 바다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은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해운대나 송정 해수욕장과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은 작은 고동을 잡으며 또 바퀴벌레처럼 생긴 기어 다니는 벌레까지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a 대변항을 지나 길을 따라 5분 정도만 가면 바위와 어우러진 바다를 볼 수 있다.

대변항을 지나 길을 따라 5분 정도만 가면 바위와 어우러진 바다를 볼 수 있다. ⓒ 전향화


a 멸치가 유명한 대변항입니다.

멸치가 유명한 대변항입니다. ⓒ 전향화


a 도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상점의 아주머니가 생선을 말리고 있다.

도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상점의 아주머니가 생선을 말리고 있다. ⓒ 전향화

다시 대변항으로 돌아와 멸치회 맛을 봤습니다. 멸치회는 각종 야채와 초고추장을 버무렸는데 무척 부드러웠습니다. 대변항의 멸치는 반찬을 해먹는 그런 작은 멸치가 아니라 15㎝는 돼보이는 생선입니다. 대리석으로 구운 반건조 오징어도 그곳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였습니다.

a 반건조 오징어를 돌로 구워 팔고 있다.

반건조 오징어를 돌로 구워 팔고 있다. ⓒ 전향화


a 대변항은 멸치로 유명하다. 신선한 멸치를 회로 떠서 팔기도 하고 젓갈로 담아 팔기도 한다.

대변항은 멸치로 유명하다. 신선한 멸치를 회로 떠서 팔기도 하고 젓갈로 담아 팔기도 한다. ⓒ 전향화


a 회로 뜬 멸치, 비린내가 나서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회로 뜬 멸치, 비린내가 나서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 전향화


a 각종 야채와 무쳐놓은 회, 멸치회는 무척 무드럽다.

각종 야채와 무쳐놓은 회, 멸치회는 무척 무드럽다. ⓒ 전향화

3일 동안 엄마 곁에 있어서인지, 맛난 부산 별미를 먹어서인지 며칠만에 돌아와 벗어놓은 바지를 입으니 허리가 작아진 것 같습니다. 작별을 하며 늘 남동생 혼자 객지에 남겨 놓고 오기가 맘에 걸렸는데 든든한 엄마, 아버지와 함께 남겨 놓으니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부모님 앞에서는 늘 아이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돌아와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멀리 계셔서 더욱 그리운 부모님 때문에.

덧붙이는 글 | .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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