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리듬에 맞춰 내 길을 간다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등록 2005.06.09 02:57수정 2005.06.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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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샘터
삶에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즐거움이 없는 곳에는 삶이 정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홀로 사는 즐거움이란 어떠한 것일까?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지낸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는 법정 스님. 그의 <홀로 사는 즐거움>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직장 도서관에 있었다. 어제 하루 일과를 대충 끝내고 나서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주는 인생의 선배를 만나는 기분으로.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단지 혼자 지낸다고 해서 과연 '홀로 있음'인가.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다는 가르침은 홀로 있음의 진정한 의미를 가리킨다. 즉, 개체의 사회성을 말한다. 모든 것은 서로 이어져 있다. 바다 위에 외롭게 떠 있는 섬도 뿌리는 대지에 이어져 있듯. (56쪽)

홀로 산다는 것이 고립을 뜻하지는 않는다. 고립은 단절이다. 그래서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는 관계 속에서 거듭거듭 형성되어 가는데, 고독과 다르게 고립에는 그 관계가 따르지 않기에 그렇다.

그가 외떨어져 사는 이유는 사람들을 피하기 위해서가 물론 아니다. 그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자기 길을 가기 위해서다. 그리고 홀로 있어도 의연한 나무들이 그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거들어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다코타 족 인디언 오히예사는 이렇게 말했다.
"진리는 홀로 있을 때 우리와 더 가까이 있다..(중략).. 자주 자연 속에 들어가 혼자 지내 본 사람이라면 홀로 있음 속에는 나날이 커져가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은 삶의 본질과 맞닿는 즐거움이다."(57쪽)


나는 언제부터인가 산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숲길을 걸으면 솟구쳐 오르는 어떤 기쁨을 느낀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나는 산을 찾는다. 나무와 꽃을 바라보면 내 마음은 어느 새 맑아지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자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차츰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땅의 기운을 받아들이며 두 발로 걸어야 대지에 뿌리를 둔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법정 스님은 텅 빈 충만감, 맑고 향기로운 삶, 이웃과의 나눔, 서로 의지해 살면서도 거기에 매이거나 얽혀 들려고 하지 않는 독립과 자유를 들려준다. 행복도 굳이 조건이 따른다면 어디에도 얽매이거나 거리낌이 없는 홀가분함을 전제로 삼았다. 마음에 걸린 것이 있어 본 마음인 그 따뜻함을 잃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서 옛 스승(임제 선사)은 다시 말한다.
"일 없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다. 다만 억지로 꾸미지 말라. 있는 그대로가 좋다."


여기에서 말한 '일 없는 사람'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이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그 일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 일에 눈멀지 않고 그 일을 통해서 자유로워진 사람을 가리킨다.(29쪽)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는 성경 구절이 있다. 13세기 독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엑하르트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욕망, 지식, 소유에서 벗어난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심지어 그는 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사람만이 진정 마음이 가난하다고 했다.

누구나 바라는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행복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우러난다고 법정 스님은 말한다. 풀과 나무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속뜰을 활짝 열어 보이고 있다. 우리도 자신이 지닌 아름다운 속뜰을 열 줄 알아야 행복해질 것 같다.

'입 안에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는 옛 사람의 가르침을 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78쪽)

현대인들의 불행은 모자람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침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그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모자람이 채워지면 고마움과 만족이 있다. 그러나 넘침에는 고마움과 만족이 따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어떻게 말하고,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했는가? 이것이 바로 현재 우리의 실존이다. 순간 순간 우리 자신이 우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라기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웃과 정을 나누고 동물이나 식물 등 살아 있는 생물과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따뜻한 가슴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2004년 6월 1일 1판 1쇄를 펴냈으며, 2004년 8월 5일 1판 28쇄를 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4년 6월 1일 1판 1쇄를 펴냈으며, 2004년 8월 5일 1판 28쇄를 펴냈습니다.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샘터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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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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