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확대의 명분으로 개발이 시작된 판교는 결과적으로 투기꾼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판교 관할 중부지방국세청 및 성남세무서직원들이 판교 신도시 분양 예정지인 분당구 판교동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 현장단속을 실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상균
영역 확대를 끊임없이 노리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 썼음직한 계략을 생각해 보자.
투기 세력은 속셈을 숨긴 채, 강남의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 아래 "공급을 늘여야 한다"는 원론을 되풀이한다. 어벙한 정부는 그 말을 옳게 믿고 판교를 개발한다. 그 결과 판교는 투기 세력의 사냥감이 된다. 판교가 집값 안정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기의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다. 투기 세력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강남에 국한되었던 영역이 강남에서 판교에 이르는 벨트로 확대된다.
경실련의 조사에 의하면, 택지분양을 앞두고 있는 판교 신도시 사업으로 분당·용인 등 판교의 영향을 직접 받은 지역에서 총 11조원의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23조원이나 오른 강남의 아파트값도 상당부분 판교 신도시의 영향을 받아 상승한 것이라고 하니, 투기 세력의 계략은 적중하였다.
그렇다면 좋다. 이제 삼국지에 나오는 장계취계(將計就計)를 본받아, 투기 세력의 계략을 역이용하자. 투기 세력이 영역 확대를 위해 판교를 이용한 것처럼, 토지정의 세력도 판교를 통해 적을 궁지로 몰아넣어야 한다. 투기 세력의 주장대로 판교 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이되, 그 누구도 판교에서 불로소득을 얻지 못하게 하는 거다.
장계취계와 혼비백산
방법은 간단하다. 판교의 택지를 공영 개발하여 임대하면 된다. 아파트가 건물 평당 얼마로 거래되니까 아파트의 불로소득이 건물에서 생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건물은 지은 후 시간이 지나면서 낡게 마련이고 또 추가 공급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건물 불로소득이란 시장 적응과정에서 예외적·일시적로만 존재할 수 있고, 부동산 불로소득은 근본적으로 토지에서 생길 뿐이다. 그러니까 토지를 임대하면 아파트의 불로소득도 없다.
투기 세력의 양식은 불로소득인데 양식을 차단당한 투기 세력은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판교에서 물러갈 것이다. 더구나 공급 확대로 주변의 집값이 하락하므로 투기 세력은 판교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식량도 잃게 된다.
토지정의 연합군 산하의 어떤 장수는 판교에 영구임대주택을 짓는 계략을 내기도 한다. 이 계략도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토지만 임대하면 충분한데 건물까지 임대로 할 필요가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함보다 오히려 못한 수가 있다. 공공임대주택으로 하면, 건설업체는 정부한테서 공사를 따면 그만이므로 정부쪽에만 신경을 쓰지 소비자의 만족에는 둔감해진다. 입주자도, 주택이 자신의 소유가 되지 않으면 집을 함부로 사용하기 쉽다. 또 정부의 불필요한 권한으로 인한 부정부패의 소지도 있다. 그러니까 건물은 건설회사가 지어 개인에게 분양하도록 놔두자.
과유불급과 원천봉쇄
한편 공급을 늘이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일반론을 믿는 정부는 실수요에 대한 정밀한 진단도 없이 여기저기를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한다. 개발계획의 발표는 그 자체로 투기 세력의 활동 무대를 넓혀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더구나 실수요와 무관하게 개발을 서두르면 과잉 공급을 초래하여 건설경기를 침체시키고 그 악영향이 경제 전체에 파급될 위험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