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에서 얻는 달콤 쌉싸름한 위안

쇼핑에 빠져든 여성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한 <쇼퍼홀릭>

등록 2005.06.13 14:23수정 2005.06.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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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우울할 때 어떻게 기분을 푸는지? 술 마시기? 잠자기? 친구와 수다 떨기? 이 책의 주인공 레베카는 쇼핑으로 마음을 달랜다. 예쁘고 화려한 상점의 물건들 사이를 구경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사면 한결 기분이 나아지니까. 그럼 일이 잘 풀리고 기분이 좋을 땐? 당연히 쇼핑을 한다. 자축하는 의미에서.

a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1권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1권 ⓒ 황금부엉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도시 생활은 소비를 부추긴다. 특히 케이블 TV홈쇼핑과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주변에서도 과소비와 쇼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마구 구입하고, 쇼핑을 하지 못하면 불안과 우울 등 심리적·육체적 부작용까지 느끼게 된다면 쇼핑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쇼핑 중독자’는 100명 당 6명이나 되며, 쇼핑 습관에 문제가 있는 위험군은 무려 37.4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쇼퍼홀릭(shopaholic)이란 이처럼 물건을 습관적으로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 즉 쇼핑중독자를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병적인 중독 수준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충동구매나 과소비의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몰래 카드 값을 걱정하거나, 점찍어 놓은 노트북을 사고 싶어 전전긍긍하거나, 사고 싶은 가방 때문에 고민한 기억 말이다. 요즈음 인터넷을 떠돌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지름신의 강림’도 이렇게 다스리기 힘든 구매욕을 반영한다.

쇼핑은 소비가 주는 흥분과 설렘을 통해 순간적인 행복감과 희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행복감은 비용과 대가가 만만치 않다.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의 주인공 레베카는 그래서 날아오는 고지서와 독촉장을 외면하며 불안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다시 쇼핑의 달콤함 속으로 눈을 질끈 감고 빠져든다. 못 말리는 철부지다.

a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2권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2권 ⓒ 황금부엉이

이 책은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장기 베스트셀러로 영국과 미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쇼퍼홀릭>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가볍고 유쾌한 터치로 쇼핑중독증에 걸린 한 아가씨의 심리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런던의 경제 전문지 기자인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25)의 유일한 관심사는 쇼핑. 로맨스 소설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의 키워드는 단 한 가지, 바로 ‘쇼핑’이다. 카드빚에 몰려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인 주인공이 좌충우돌 벌이는 온갖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스토리와 쇼핑을 즐기는 여성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의 생생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이 책이 공감대를 얻는 이유는 우리 시대 20~30대 여성들의 생활과 내면을 낙관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으면서도 마치 거울을 보는 듯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탁월한 심리묘사는 화려한 물건들과 상점 앞에서 구매욕을 변명하고 합리화하던 나 자신의 모습을 웃음 속에서 뒤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쇼핑 중독에 빠진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 레베카가 새로운 삶을 찾고 일과 사랑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끝내 멋진 부자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장르 소설 특유의 비현실적 설정이라는 지적은 어쩔 수 없이 무릅쓰더라도).

나쁜 습관과 유혹에 번번이 무너지면서도 실수를 만회하고자,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끈질긴 노력 속에서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모습이 발랄하면서도 기특하지 않은가.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나 부자 남자친구의 호의에 무임승차하지 않는 모습에는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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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부엉이

추천사에서 GQ KOREA 이충걸 편집장은 “이 책은 소비중심사회의의 시스템이 아닌 쇼핑이 주는 감정적 원천을 다룬다. 구매 자체가 주는 만족 외에 흥분, 의기양양함, 죄의식까지 덧붙여진. 그건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충족의 문제이다. 결국 뭔가를 찾을 거란 희망의 문제이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쇼핑중독에서 벗어나 현명한 소비를 꾸려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오로지 쇼핑에 몸을 맡기던 레베카가 처음으로 쇼핑하러 가기를 거절하게 된 건, 자신감 없고 소심하던 자신에게 숨겨져 있던 능력을 맛 보고 난 뒤의 일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로 존재를 인정받게 된 그녀에게는 더 이상 쇼핑이 주는 얄팍한 위안이 그렇게 유혹적이지만은 않았던 게다(물론 이어지는 2부에서 그녀는 다시 쇼핑에 빠져들지만 말이다). 그러니, 진정한 충족감은 내면의 안정과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것이겠다. 물론,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꼭 사고 싶었던 물건을 세일하고 있다면 더 좋고.

덧붙이는 글 | 이홍림 기자는 황금부엉이에서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를 편집한 편집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홍림 기자는 황금부엉이에서 <쇼퍼홀릭 :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를 편집한 편집자입니다

쇼퍼홀릭 한글판 + 영문판 세트 - 전2권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황금부엉이,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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