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방식, 일률적으로 통일하니 문제 발생"

[인터뷰]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 나신환 부위원장

등록 2005.06.16 15:36수정 2005.06.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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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 부위원장은 결식아동의 급식형태를 일률적으로 통일해서는 안 되며 각 지역별 환경에 따라 급식지원 형태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부위원장은 결식아동의 급식형태를 일률적으로 통일해서는 안 되며 각 지역별 환경에 따라 급식지원 형태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장희용


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신환씨는 전라북도 군산시 옥서면 성
화교회 담임목사이면서 성화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한다. 또 옥서면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은 물론 공부와 체력단련을 위한 태권도 등의 아동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

한적한 시골에서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던 그가 '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 부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게 된 이유는 올해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실도시락 사건' 때문이었다.

'부실도시락 사건'이 발생하자 군산시는 사태수습을 위해 도시락 단가를 인상하는 한편 시와 복지관련 단체, 학부모,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때 나신환씨가 부위원장을 맡게 된 것이다.

나 부위원장은 "결식아동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군산지역의 결식아동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 읍면동별로 그 지역 사정에 맞는 급식방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5일 옥서면 성화교회에서 나신환 부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아동급식위원회, 제 역할 못하고 있다

- 부실도시락 사건 이후 '군산시아동급식위원회'가 설립되었는데,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위원회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식사를 못하는 아동들에게 적정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구성되었으며, 군산시의 급식아동 조사 및 선정에 관한 사항 및 급식지원 방법 등을 심의ㆍ결정하는 위원회다."


- 위원회가 그동안 어떤 방안들을 논의했고, 의결했나?
"지난달 4월 21일 첫 모임을 통해 위원회 조직과 급식 아동수, 학기 중 토‧일‧공휴일 아동급식방법, 여름방학 중 급식방법을 심의 의결했다. 급식 아동수는 기존의 급식아동수 그대로 2902명에 대해 급식을 하기로 했고, 방학에는 식품권으로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위원회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지역의 올바른 아동복지에 관한 방향과 구체적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는 것 같다."

-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회의에 앞서 그날 논의할 자료가 위원들에게 미리 배포된 후 각 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한 후에 회의가 진행됐어야 한다고 보는데 당일에 회의 자료를 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논의를 위한 자리였다기보다는 행정이 결정해 놓은 것을 추인하는 분위기였다. 부실도시락 사건 이후 군산시가 관과 민이 참여하는 급식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여전히 관 주도의 성격이 짙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여름방학 식품권 지급,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a 나신환 부위원장은 현재 아동급식위원회가 관 위주로 가면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신환 부위원장은 현재 아동급식위원회가 관 위주로 가면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장희용

- 이번 여름방학에 결식아동들에게 식품권을 주기로 의결했다고 들었다. 식품권의 경우 '조리 능력이 없는 아동들에게 부담만 주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여론이 있는데….
"주ㆍ부식과 급식, 도시락 배달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식중독 등 위생문제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지역에서 결식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저나 민간위원들은 사실 흔쾌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 왜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나. 문제점이 예상되는데 시행하는 것이 더 문제 아닌가.
"행정에서 어느 정도 결정된 분위기에서 민간위원들이 강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분위기였고, 여름철이라는 계절특성상 식중독 등 위생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자는 시의 의견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일단 실행하되 문제점을 파악하여 보완하자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 보완한다는 것은 무엇을 보완한다는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결식아동의 급식 형태인데, 행정은 자꾸만 편리한 방식으로만 가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급식방식을 일률적으로 통일하려고만 한다.

현재 결식아동들의 경우 각 읍면동 별로 결식아동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고, 또한 해당 지역의 복지단체의 시설 등이 다르다. 예를 들면 급식시설과 자원봉사자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곳은 도시락이 좋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이 없는 곳의 경우에는 식품권이든, 주ㆍ부식이든, 급식소든 현실에 맞게 대안으로 채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은 이런 점보다는 가급적이면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 편리한 방식으로만 가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 군산 시내권도 불균형 발전에 따라 결식아동 문제에 있어서도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복지관련 시설이나 단체가 없는 지역은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일 텐데...
"특히 면단위의 시골지역이 그런 경우인데, 기존의 복지관련 단체는 그대로 복지사업을 하되, 그 같은 시설이 없는 곳은(제가 목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보완책으로 지역에 뜻이 있는 종교단체(교회)가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에서 교회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가 군산이다. 교회가 헌신성을 갖고 올바른 역할을 해 줄 수만 있다면 결식아동 문제해결에 큰 돌파구가 생길 것이다.

- 중앙정부가 분권화 차원에서 복지 문제도 지역으로 이관하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복지현장을 지키신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국토균형발전과 맞물려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보는데, 분명한 것은 복지는 재정이 확보될 때 가능하므로 지방재정의 형편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더욱이 재정자립도가 대단히 낮은 군산의 경우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다."

-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결식아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결식아동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 조사는 행정으로 하면 안 된다. 해당 지역민들이 인정하는 뜻있는 민간단체와 인사들 위주로 '읍면동별 아동급식위원회'를 구성해 결식아동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을뿐더러, 도시락을 할 것인지, 주ㆍ부식을 할 것인지, 식품권을 줄지 결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아동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 일에 시장논리로 다가서면 안 된다. 원론적인 말 같지만 오직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실천하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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