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는 방법

부동산에만 몰린 부동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 만들어야

등록 2005.06.17 01:15수정 2005.06.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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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부동산 투기나 가격 급등이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로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겠다고 공언까지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각오와 기대와는 달리 강남의 아파트 값은 취임 초보다 30% 정도 상승했다. 계속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로 하듯 전국의 땅값이 들썩이고, 이른바 '판교 로또'는 서민층의 아픈 가슴에 비수를 꼽고 있다.

점진적 금리 인상은 필요

끝을 모르고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지난 몇 년 동안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고 부동산으로 몰려가 가격을 급등시켰다는 것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6월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은 것 아니냐'며 박승 총재에게 질문했으며, 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도 저금리 정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며 정부의 저금리 정책 재고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적지 않은 사람은 낮은 금리를 이용해 큰 부담 없이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고 부동산에 투자해 이자를 갚고도 훨씬 남는 큰 이윤을 부동산에서 보고 있다. 그것도 중대형 평수 아파트나 토지 등에서 큰 이익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금리 인상론자들은 정책적 실효를 거두기 위해 1-2% 포인트 정도 금리가 인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기대한 만큼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한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부동자금이 예금 등 은행권으로 들어가겠지만 중소기업과 중하위 계층 등이 상승된 이자분에 대한 부담이 커져, 결국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체감경기가 나쁜 현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상은 산업계의 투자를 감소시켜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부동산 대책에 관한 한 백가쟁명(百家爭鳴), 다기망양(多岐亡羊)인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선택은 당국의 몫이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signal)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더 큰 이익을 기대하며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경기상황을 고려해 1-2% 포인트의 금리 인상보다는 0.5% 정도에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부동산 열풍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필요 이상의 기대심리를 가라앉히고, 주식/채권 등의 자산가치 하락과 같은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즉 과도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업계의 투자가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세심한 정책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저금리 기조에서도 은행의 대출 중 (부동산 담보)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는 점에서, 과연 기업의 투자를 위한 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기업의 부실과 낮은 투자의욕 때문만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은행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안정적 이익창출을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에 주력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공급확대가 대안은 아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최근 "판교 신도시에 중대형과 소형 임대아파트 등을 혼재시킴으로써 시장의 수요를 정부가 충분히 따르지 못했다"며 판교신도시 대책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였다. 판교 신도시 정책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6월 15일자 <한국경제> 시론에 조명헌(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시장의 흐름을 외면하고 규제일변도의 정책,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현재의 상황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했다. 그 해결책으로 조 교수는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에 호응해야 할 것을 주문하였다.

시론에서 조 교수는 서울 강남이 가진 경제적 가치와 희소성에 주목하고, 강남에서 수요가 많은 중대형 평형 건축과 자유로운 재건축을 허용하고, 용적률 규제도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간단히 설명해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른다면 공급을 늘려서 균형가격을 잡아주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경제학의 기초에서 출발한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은 구두와 옷과 같이 공장에서 더 생산해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일반적 재화가 아니다. 강남과 같이 편리하고 교육여건이 좋은 곳을 무한적 공급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강남 등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30평대 아파트라는 실제적 가치보다는 투기적 가수요가 시장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는 판교 신도시 건설과 같은 정부 정책이 부동산 가격 급등을 초래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이전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정책 즉 공급확대정책은 수용될 토지의 가격상승을 부추겼고, 그 여파로 주변의 지가와 건물의 가격이 상승하였다. 높아진 수용토지 가격으로 결국 분양가만 높아지고 정부와 건설업계는 막대한 이익을 누렸다.

한 예로 토지공사는 판교 신도시 개발을 통해 매입한 택지를 9배가 넘는 가격에 건설업계에 넘겨 엄청난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14일, 김동철 의원). 그리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 역시 전매를 통한 프리미엄이든 세금을 다 낸 거래이든 단 번에 목돈을 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돈의 흐름을 다양하게 분산시켜야

6월 15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는 이 지역에서 분양된 주거용 오피스텔 청약자 5000여명이 모여 분양권 추첨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청약 경쟁률은 38대 1이라고 한다. 광풍(狂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돈은 어쩌면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익이 되는 곳이 어디든 찾아가 몰리는 것이 바로 돈이다. 시중에는 4백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고 있다고 한다. 시중 부동자금 중 상당수는 아마 돈냄새, 대박냄새가 나는 부동산에 몰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려드는 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막고자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과연 지금까지의 저금리 정책이 경기회복과 산업계의 투자로 이어졌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10년 동안 저축하고 절약해 모은 돈이 지난 몇 달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분보다 적다면 누가 희망을 가지고 일을 하겠는가? 장비나 기계에 투자해서 돈 버는 것보다 땅에 투자하고 건물을 사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면 누가 기업활동에 매진하겠는가? 정부와 여당은 저금리 정책을 재검토하고 어마어마한 시중의 부동자금이 다양한 곳에서 투자될 수 있도록 유인(incentives)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난 이후 금융위기를 감당하는 것은 IMF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우리 국민에게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일보>(6월 16일자)의 여론조사를 역으로 뒤집어 볼 때, 만약 정부/여당이 부동산 대책만이라도 잘 마련해 해결한다면 그동안 무능과 혼란이라는 이미지를 해소하고 20%도 안 되는 집권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사회경제적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분명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정부와 여야는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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