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향
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 처음 등장한 이는 허리 굽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가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천천히 아주 느리게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이윽고 느린 동작을 보였던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반전이 화려했다. 발차기에 따른 순발력, 그리고 무술 117단 가족의 솜씨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면서 ‘왜 대사나 이렇다할만한 독백 등이 없을까’, ‘어쩌다 들리는 배우들의 음성이 모두 짧은 영어 한마디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런 것이 아이들과 외국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것을 가리켜 넌버벌(Non-Verbal) 형식이라고 하는 것을 공연이 끝난 후 알게 되었는데, 분명 점프가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치였다.
또 다른 훌륭한 장치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머".
점프 (Jump)는 무예로 똘똘 뭉친, 3대가 걸쳐 살고 있는 집안에 도둑이 들어오고 그 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석을 웃기고 또 웃기는 ‘유머’장치가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