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분교어린이들의 바이올린 공연 장면장옥순
"곡식 농사는 적자를 보아도 자식 농사만 잘 지으면 원이 없겠으나, 자식 농사가 안 되어 다들 농어촌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농어촌 현실, 매년 통폐합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지로 언젠가는 폐교 될 것이라는 불안을 키우는 교육 행정.
우리 연곡분교장은 폐교의 계곡을 지나 이젠 도약의 걸음마를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답니다. 그 1등 공신은 바로 '전교생 바이올린 지도' 입니다. 시골 학부모님들이 가장 원하는 방과 후 교육 활동의 갈증을 풀어 드린 것이, 학교와 학부모, 아이들을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바이올린 강사에게 아이들만 배우게 할 경우, 학생 지도나 성과 면에서 소홀할까봐 우리 학교에서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사이에서 같이 배웁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복습도 시킵니다.
전교생 16명과 선생님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바이올린 현을 고르며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음악 가족’이지요. 작년에는 군 학예발표회에 나갔고 올 가을에는 산골분교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 계획으로 오늘도 열심히 연습한답니다.
저도 아이들보다 앞서 가려고 손가락 끝이 부르트도록 연습을 하곤 합니다.
오늘처럼 내 아들 같고, 내 제자 같은 젊은이들이 유명을 달리한 슬픈 날에는 비무장지대에서 고생하는 아들이 유난히 보고 싶어서 눈가에 고이는 물기를 참으려고 바이올린을 더 만집니다.
그리고 간절히 빕니다. 이 땅에 빨리 통일이 와야 한다고. 귀한 젊은이들의 아까운 시간을 아름답게 쓰도록 해야 한다고.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세상의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그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래도 우리 희망을 노래합시다. 우리 학교 작은 음악가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가 되시기를 빕니다.
덧붙이는 글 | 아무리 슬퍼도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너무 슬퍼 아무 생각도 없던 오늘, 그래도 아이들을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함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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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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