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커닝, 규제 필요하다

등록 2005.06.21 12:06수정 2005.06.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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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 기말고사 기간 막바지다. 학점에 아예 초탈한 사람이라면 모르되, 정상적인 대학생이라면 평소에야 어땠건 간에 최소한 시험기간에는 교재나 노트 정도는 들춰보기 마련이다.


아직 대학교 시험에 익숙하지 않아 선배들을 붙잡고 늘어지는 새내기, 군인정신으로 무장하고 며칠 밤을 지새우는 복학생 등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은 가지각색이지만, 시험 준비가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데 이견을 보일 학생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시험 걱정은 좀 덜 수 있으려니 했는데 대학생들에게도 시험은 짐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학점관리를 위해 눈에 불을 켠다.

문제는 이 부담을 덜어보고자 매우 부적절한 방법을 택하는 학생들이 일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서울 소재 모 대학의 포털 사이트에는 시험기간 동안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각 게시글에는 그에 동의하는 다른 학생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축소복사를 해 와서 버젓이 무릎 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쓰더라."
"OHP 필름에 복사해서 깨알같이 해서 책상에 깔아놓고 시험 보더라."
"A4지에 빼곡히 써 놓은 걸 바닥에 놓고 막 베끼더라."

더욱 심각한 것은 이처럼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일부 대학들이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행위를 통해 좋은 성적을 취득한 학생들로 인해 선량한 학생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즉, 한 학생이 커닝으로 A를 받을 경우 그 학생만 아니었더라도 A를 받을 수 있었던 선량한 학생이 B로 내려앉아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같은 부정행위를 감시해야 할 담당 교수나 조교들은 시험 감독에 그다지 철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이제는 하도 이골이 나니까 오히려 그 상황을 방치하는 교수님이 더 미워진다. 조금만 신경 써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건데"라며 부정행위 방지에 대한 교수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인식 제고와 더불어 규제 강화해야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는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험이 존재하는 한 부정행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학 내 부정행위가 학생들 사이에 전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정행위를 오히려 '대학시절의 낭만' 따위로 여기는 학생들도 아직까지 적지 않다.

교수들 역시 '설마 대학생 정도 되어 가지고' 등의 안이한 생각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부정행위에 대한 학생들의 의식 자체가 바뀌어야 하겠으나, 단순히 시험기간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인 의식 개선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보다는 학교 측에서 한층 더 강화된 시험 감독 및 처벌규정을 제도적으로 확립함으로써 '부정행위는 곧 범죄행위'임을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시험기간의 부정행위는 단순히 양심을 파는 행위를 넘어, 불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타인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학은 지성과 인성의 전당'이라는 어구가 무색하지 않도록 지킬 책임은 바로 대학 구성원들에게 있다.

일차적으로는 학생들이 먼저 '믿을 수 있는 양심'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으나, 무작정 그들을 믿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기에 학교 측은 합당한 규제를 통해서라도 부정행위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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