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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의 전나무 숲길입니다. 이 길을 걸으면 마음도 숲을 닮아 갑니다. ⓒ 구동관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찾아갔습니다. 일정이 빠듯하였지만 시간을 쪼개 월정사를 들린 것은 그 전나무 숲 때문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전나무 숲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숲길로 들어서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 길을 조금 걷다가 맨발이 되기로 했습니다.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땅과 숲의 기운을 듬뿍 받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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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에서는 숲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만나기도 합니다. 딱따구리가 집을 지었던 곳에서는 딱따구리가 어떻게 집을 짓고, 먹이를 먹는지 등의 설명이 있습니다. ⓒ 구동관
그런데, 맨발이 되고나서 제 시력과 관찰력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눈으로 볼 때는 흙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맨발의 감촉은 흙이 아니었습니다. 잘 살펴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었습니다. 포장된 지 오래 되어 파손되어 가고 있었고, 그 때문에 흙길처럼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맨발로 시멘트 포장을 걷는 감촉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흙길이 아닌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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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나무 숲에 가신다면 커다란 나무 둥치를 안아보세요. 이렇게 하면 나무와 더욱 친해진답니다. ⓒ 구동관
다시 신발을 신기로 했습니다. 그냥 신발을 신기에는 발이 너무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숲 길 중간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로 내려가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갔습니다. 시원한 물의 감촉이 온몸으로 퍼졌습니다. 경쾌한 물소리는 기분을 더욱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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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벗어나 잠시 오대산 계곡의 물과 만났습니다. ⓒ 구동관
시원한 물소리의 경쾌한 연주에 한동안 취해 있다가 다시 숲으로 나왔습니다. 전나무 숲길이 더 깊어졌습니다. 전나무 숲길을 처음 걸어 들어 올 때는 계곡 쪽으로만 전나무가 늘어서 있었는데, 500m 쯤을 걷다보니 양쪽 길에 모두 전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하늘을 가려 어둑한 길은 마치 깊은 밀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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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길에는 나무가 무성하여 빛이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돌에 낀 이끼도 정겹습니다. ⓒ 구동관
한 시간 남짓... 전나무 숲의 여행으로 마음이 행복해 졌습니다. 여행에서 만나는 이런 자연의 모습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바쁜 시간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 그곳에 들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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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포장되기 전, 오솔길 흔적입니다. 커다란 돌로 만든 자연스런 길이 여러분도 그립지요? ⓒ 구동관
여행에서 돌아와 자료를 찾다가 오대산 전나무 숲길의 포장도로 제거 작업에 대한 내용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 10월쯤에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1km 구간의 기존 포장도로를 제거하는 일을 시작할 계획이며, 지난 5월7일, ‘천년의 숲길’ 걷기대회에 앞서 포장도로의 일부를 걷어낸 행사도 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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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을 걷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나무가지 틈으로 하늘이 보였습니다. ⓒ 구동관
정말 잘된 일입니다. 월정사 전나무 숲을 다녀온 사람들은 숲길을 걷고 행복해 하지만, 포장도로인 것이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 역시 포장된 그 도로는 불만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곳이 흙길이었다면 더 많이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곳이 흙길로 다시 태어난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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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입구 입니다. 나무들 사이에 천왕문이 서 있습니다. 월정사에서는 일주문에서 이곳 천왕문까지 포장도로를 모두 제거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구동관
월정사에서는 지난해 월정사부터 상원사까지 7.4km의 비포장도로의 포장을 반대해 비포장도로를 그대로 남겨두도록 했던 일도 있었으니,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의 시멘트포장 제거 작업도 잘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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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사 앞쪽의 전나무 숲입니다. 전나무 산책길보다 더 빽빽하게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곳은 언제나 컴컴합니다. ⓒ 구동관
그 작업이 모두 끝나면 거추장스런 포장이 완전히 제거되고, 정감 있는 흙길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흙길을 되찾고 나면 저는 그 길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맨발로 그 숲길을 걸을 것입니다. 발도 행복해 지고, 마음은 더 행복해 질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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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꽃은 오대산 입구에서, 아니면 강원도 어느곳에서라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주 바쁜 걸음이 아니라면 잠시 차를 멈추고 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에도 눈길을 주세요. 농작물 생산을 위해 땀흘리는 우리 농민분들을 기억해 주시면 더 좋은 일이겠지요.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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