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극을 보고 있는 어머니이금희
마을 사람들과 일 년에 몇 번씩 관광버스를 타고 구경을 다니시기는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차 안에 있거나 차에서 내려도 관광지 입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시곤 하신다.그래서 이렇게 차근차근 구경하면서 다니는 게 참 오랜만이라고 좋아하셨다.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리 아픈 엄마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엄마와 나란히 손 잡고 걸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횟집에 모시고 갔다.제일 좋다는 자연산으로 모듬회를 주문했다. 틀니를 끼운 잇몸이 아파 생각보다 많이 드시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다.어디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항상 엄마가 마음에 걸려 다음에 엄마도 이것을 드시게 해드려야지 싶을 때가 있다.가까운 곳이면 모시고 갈 때도 있고,조금 먼 곳은 포장해 달라고 해서 가져갈 때도 있다.그런데 회는 아직 그렇게 가져다 드린 적이 없어,간혹 회를 먹을 때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 그런 아쉬움을 모두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오랫동안 운전을 하느라 좀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는 조카 편에 보낸다며 주문진에서 산 생선을 나누어 싸고,잠깐 사이에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고 계셨다.엄마도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올 초에 엄마와 내년 봄에 제주도에 유채꽃이 피면 제주도 구경을 가자고 약속했다.그래서 한 달에 얼마씩 적금을 넣고 있는데 이 적금 찾아서 제주도에 다녀올 때까지 지금만큼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읽은 책 중에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가 있다.책 속에 있는 마흔 다섯 가지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께 무엇을 했고,무엇이 부족한지 손가락 꼽으면서 세어봤다.평소에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책 속에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챙겨 볼 생각이다.
아버지가 떠나신 다음 아버지께 미처 해드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 때문에 지금도 간혹 가슴 시릴 때가 있는데,아직 내 옆에 엄마가 계셔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챙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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