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 206회

등록 2005.06.23 07:58수정 2005.06.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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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소첩은 두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과 친구가 되고자 당신을 기쁘게 할 한 가지 일을 하려고 해요."

"말해 보시오."


"이곳 개봉의 난전에서 벌인 일과 용화사의 참극은 당신이 벌인 짓인가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오만… 또 한 가지는?"

"첫 번째 질문과 관련이 있어요. 강중 장군과 직접 말을 나누어 보았나요?"

몽화의 질문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의 목적이었다. 담천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몽화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한 시선은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특히 상대가 여자라면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몽화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당신의 질문은 대답하기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오. 하지만 대답을 하기 전에 나 역시 한 가지 물을 것이 있소."


"말해 보세요."

"당신네 천지회는 담가장의 혈사에 얼마나 관여되어 있소?"


너무나 노골적인 질문이었다. 그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그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었다.

"관여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대답은 잠시 후에 나왔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것은 그녀가 원했던 상황은 아니었고, 또한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러서게 된다면 오해할 여지가 많았다.

"확신하오?"

"소첩이 알고 있는 바로는 확실해요."

"내가 알고 있기론 천지회에는 세 명의 회주가 있다고 들었소. 그들 세 명은 완전하게 모든 정보나 일을 공유하오?"

"거의 다…."

"거의라는 말은 분명 공유하지 않는 정보나 일이 있다는 뜻이구려."

몽화는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떠올렸다. 자신은 말을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담천의는 여전히 그녀를 주시하고 있을 뿐 변화가 없었다. 그것이 몽화로 하여금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더욱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옷가게에서의 일은 내가 한 짓이 분명하오. 그들은 나를 노렸고, 나는 그들이 무슨 목적이 있는지 알아야했소."

"그럴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용화사의 일은 내가 벌인 일이 아니오. 나는 실수를 했소."

그 말은 몽화가 했던 두 가지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한 것이다. 그는 강중과 만나지 못했다.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르는 것이다. 담천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중 장군은 이미 살해된 상태였소. 그곳에서도 나는 기습을 받았고, 그들을 쫓았지만 결국 그들의 시체만 보게 되었소. 운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들 시체 곁에 누워있었을지도 모르오. 하지만…."

그가 말끝을 흐리자 몽화는 호기심을 나타냈다. 분명 그는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린 것이고 몽화는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호기심을 내비쳤다.

"나는 강중 장군께서 남기신 한 가지 형상을 보았는데 나는 그것이 매우 중요한 단서라 생각하고 있소."

"그것이 무언가요?"

그녀 역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가 말을 꺼낸 것은 자신에게 일러주기 위한 것이고, 어쩌면 자신의 도움을 원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렇다면 분명한 자신의 태도를 보여 주어 상대와 솔직하게 대화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 가장 좋았다.

"나는 이것까지 당신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소."

"왜죠?"

그녀의 물음에 담천의는 여전히 신경을 쓰이게 몽화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매우 모호해서 몽화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담천의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을 믿고 있지 않기 때문이오. 다만 당신이 한 가지만 시인한다면 당신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오."

"그것이 무언가요?"

"당신은 천지회의 세 회주 중 한 명인 탐화 유곡이오. 그렇지 않소?"

몽화의 얼굴이 굳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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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지회?"

조국명은 구효기의 짧은 질문에 고개를 끄떡였다. 천지회 역시 위험을 느낄 것이고, 또한 유곡 정도라면 기회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제의 적이라 해서 영원한 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천지회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고, 그들의 조직은 황실에까지 스며들었다.

그들은 백련교도처럼 황실을 전복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들은 많은 실리를 챙기고 있었고, 은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담명 장군이 조금만 더 살아 있었다면 그들의 맥을 완전히 끊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끈질기게 살아났고, 예전보다 더 치밀하고 조직적이 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유곡의 힘이 컸지만 유곡을 제거한다고 해서 기세가 꺾일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유곡을 제거한다면 그들의 조직은 더욱 비밀스러워지고 그에 대한 보복 역시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백련교가 되살아난 마당에 그들과 적대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했다.

"자네는 담공자가 청화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겐가?"
"아마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 쪽에 알아 볼 사람은?"
"이미 심어 둔 아이들이 있습니다."

"연락이 올 것 같은가?"
"누군가가 가서 접촉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이었다. 청화원에 이곳 사람을 심는 일도 매우 어려웠다. 섣부르게 접촉을 하려 하다가 힘들게 심어 놓은 사람만 상대가 알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었다.

"그냥 놔두게. 단지 그곳에서 담공자가 나오는지만 철저하게 주시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조국명은 힐끗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구양휘를 바라보고는 방을 나섰다. 조국명이 나가자 구효기는 구양휘를 바라보았다.

"왜… 나 보고 가보라는 거요?"

못할 것도 아니었다. 이미 유탐화하고는 적당한 선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다. 그라면 청화원에 가서 떳떳하게 담천의를 만나러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유탐화는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구효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갈 필요 없네. 아마 담공자가 조만간 자네를 찾아올게야."

"그가 어떻게 알고?"

"유곡이 가르쳐 주겠지. 하지만 굳이 그가 노부를 만나고 싶지 않다면 그냥 보내도 괜찮다고 생각하네. 자네와 계속 연락만 된다면 말일세."

"구숙의 일이라 거절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것이 그 친구를 이용하는 일이라면 구숙과 등을 돌리게 될지 모르오. 소질은 비원의 사람이 아니오."

구양휘는 지금껏 참았던 말을 했다. 분명히 선을 그어놓지 않는다면 그는 후회할 일을 만들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가 되면 안 된다. 상대를 형제나 친구라 생각하는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다. 사내들의 세계에서 친구나 형제를 이용하는 일은 그들이 추구해야 할 의(義)를 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

다시 한번 구효기는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 역시 구양휘가 말한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 더욱 그를 답답하게 했다. 도대체 그 분에게는 무슨 복안이 있을까? 이러한 시급한 상황에서 어떠한 방안이 있을까?

하지만 분명 그 분은 또 다시 어떠한 계기를 만들 것이다. 다시 담천의를 자연스럽게 끌어안을 수 있는 모종의 계기를 준비할 것이다. 해금령을 가지고 그를 무림에 끌어냈던 그 계기와 마찬가지로….

(제 52 장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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