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혈맥 끊은 대형철침 제거

길이 110cm 무게 80kg... 등반객들 "너무 화 난다"

등록 2005.06.25 19:48수정 2005.06.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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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철침이 발견된 지리산 옥녀봉. ⓒ 임윤수

지리산 동남쪽 옥녀봉에 박혀있던 대형 철심이 25일 오전 완전히 제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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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철심을 발견해 경찰서에 신고한 최원환씨. ⓒ 임윤수

철심은 지리산에서 뻗은 주맥이 동남쪽으로 흘러내리는 해발 1600m 정도의 옥녀봉 정혈자리에 박혀있었으며, 지름 11cm, 길이 110cm의 순동제 봉으로 그 무게가 무려 80kg을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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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에 약간만 솟아오른 철심은 마치 폭발물처럼 보였다. ⓒ 임윤수

지난 40여 년간 전 국토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던 사단법인 소윤하 한배달위원장(민족정기 선양위원회)은 "지금껏 88개의 철심을 제거했지만 이렇게 육중하고 대규모의 철심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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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에 나란하게 세워진 필기구에서 그 굵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다. ⓒ 임윤수

철심은 지난 7일(음력 5월 1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하산하던 최원환(42, 법계사 근무)씨에 의해 발견되어 관할 경찰서에 폭발물로 신고되었다고 한다. 경찰 및 군 폭발물 담당자들이 현장을 발굴 확인한 결과 그 형태가 대형 탄두와 유사한 철심으로 확인되어 제거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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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로 올라 온 철심의 길이는 무려 110cm나 되었으며 그 무게가 80kg을 넘어 장정 혼자서는 취급하기가 어려웠다. ⓒ 임윤수

명산에서 발원한 지기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끊어놓기 위하여 혈맥에 박는 철심이기에 혈침(穴針)이라고도 부른다는 이 철심은 관계당국에 의해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민족정기선양위원회의 주관으로 25일 제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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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심을 제거한 후 소금을 뿌려가며 흙으로 공간을 메우고 잘 다져주는 것으로 원상회복을 기원하였다. ⓒ 임윤수

철심제거작업은 민족정기선양위원장인 소윤하씨를 비롯한 위원 10여명에 의해 25일 오전 9시경부터 간단한 산신제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되어 약 30여분 간의 작업으로 어렵지 않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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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청 공무원들이 철심을 운반하고 있다. ⓒ 임윤수

뽑힌 철심은 육중하여 운반에 애로가 많았으나 산청군청공무원 및 지로사(지리산 로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회원들의 자발적 협조로 별다른 사고 없이 11시쯤에 법계사 뒤 공터까지 운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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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로타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지로사)도 자발적으로 철심운반에 나섰다. ⓒ 임윤수

철심이 운반되는 동안 천왕봉 등반길에서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너무 화가 난다"거나, "어처구니없다"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박수를 치는 것으로 철심을 제거하거나 운반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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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정기 선양위원회 소윤하(62)씨가 철심이 옮겨진 공터에서 제를 지내기 위해 의복을 입고 기다리고 있다. ⓒ 임윤수

누군가가 한민족을 시기하고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한 주술적 의미로 명산 지리산에 박았던 철심이 제거되는 것을 본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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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를 지내고 있다. ⓒ 임윤수

낮 12시경, 지리산 지기를 이어받아 훌륭하고 큰 인물이 많이 나고 모두에게 좋은 일만 생길 것을 기원하는 제를 지냄으로써 철침 제거작업은 모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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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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