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후기] 누군가 제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세계시민기자포럼 참가후기]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참세상을 부르는 기자다

등록 2005.06.29 18:02수정 2005.06.3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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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포럼 둘째 날 코엑스 회의실에서 시민기자들이 조별 모임을 마쳤을 때입니다.


"최육상 기자님이시죠?"

누군가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중년의 남성 분이 생활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채 제 앞에서 선한 미소를 머금고 계십니다.

"네?"

다소 놀란 저는 한 마디 비명을 지르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 분을 바라봤습니다.

"평소 최육상 기자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픈 말을 어찌나 속 시원히 하시는지, 쪽지로 연락을 할까 하다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이렇게 뵙게 되었네요."


그 분은 알 듯 모를 듯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시면서 제게 명함을 건네셨습니다. 명함을 받아보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박00’님입니다.

"아 예, 그냥 평소 생각한 바대로 부족하나마 글을 썼는데, 이렇게 저를 찾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5분 남짓 저는 그 분의 눈을 바라보며 과분한 칭찬에 어색해 했습니다. 학벌과 학력지상주의에 대해 논했던 제 주장성 글이 가슴에 와 닿았다는 말씀이 저를 어색하게 만들었거든요.

그 분은 대전지역에서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며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계셨습니다. 평소에 그 분의 글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그 자리에서는 그것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저에 대한 과찬에 이리저리 변명하기 바빴거든요. 하지만, 선생님이 저를 그렇게 의미 있게 찾아 주셨다는 것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하찮은 존재를 반갑게 불러 주신 박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지난 24, 25일 <오마이뉴스> 세계시민기자 포럼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전 포럼 기간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면서 새로운 것들을 얻고 깨달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오래도록 잊지 못할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저의 '시민기자' 존재를 각인 시켜주신 선생님의 정겨운 부름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포럼 개막식 때 한국시민기자를 대표해 한국국기를 들고 단상에 올랐던 것입니다.

지난 6월 25일 오마이뉴스가 개최한 세계시민기자포럼 개막식 행사. 21개국을 대표하는 시민기자들이 자국의 국기를 들고 단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오마이뉴스가 개최한 세계시민기자포럼 개막식 행사. 21개국을 대표하는 시민기자들이 자국의 국기를 들고 단상에 오르고 있다.김혜원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선언을 21개국을 대표하는 시민기자들과 더불어 외쳤던 것은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나라와 인종과 성별을 초월할 수 있었습니다. 각기 외치는 언어는 달랐지만 의미는 한 가지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의미 속에는 모든 기득권과 기존 권력에 얽매이지 않는 시민기자들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존재했고, 세계시민기자연대를 향한 우렁찬 함성이 있었으며, 함께 어울리고 껴안는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소중하고 따뜻한 감동을 안겨 준 세계시민기자 포럼이 참 고맙습니다. 살면서 '아, 이것은 쉽게 경험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데 제게는 이번 포럼이 그러했습니다. 바쁘고 피곤하기도 한 일정이었지만 여러 발표를 경청하고 새벽 늦게까지 여러 사람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던 것도 모두 그런 이유였습니다. 지나고 나니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흐뭇함이 가슴을 울립니다.

박 선생님이 저를 부르듯 누군가 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를 부르는 독자들이 그렇고 생활의 이모저모를 정성스레 가다듬어 기사로 세상을 부르는 시민기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자가 될 수 있다는 놀라운 발상은 더없이 즐거운 일입니다. 모두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을 바꿔 나가는데 거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제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새삼스럽기는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더불어 사는 삶에는 책임이 따르겠지요. 다만, 그 책임지는 삶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모레가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고 여유로워져야 하겠지요.

풍요로운 삶을 위해 스스로 책임을 다한다는 약속을 하면서 어제처럼 오늘도, 제 이름을 부르게 한 <오마이뉴스>를 저 역시 나지막이 불러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참세상을 부르는 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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