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물씬 나는 들꽃세상 '함라초당'

들꽃 좋아 도시 버린 소박한 자연주의자 배동문·장혜란씨

등록 2005.07.01 11:23수정 2005.07.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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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박 속의 올챙이. 이것보다 더 작은 것은 청개구리 올챙이라고 한다.
함지박 속의 올챙이. 이것보다 더 작은 것은 청개구리 올챙이라고 한다.모형숙
'야생화'.

굳이 사전적 의미를 뒤적이면 산이나 들에서 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의 꽃으로 들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세상이 갈수록 콘크리트에 익숙해지면서 잊혀져 가는 단어이기도 하고 사뭇 어릴 적 동심 속의 소박한 마음이기도 하다.


구절초, 할미꽃, 패랭이, 매발톱꽃, 붓꽃, 수련, 벌개미취 등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천지에 널린 친숙한 꽃이었다.

함라초당 입구에는 울퉁불퉁한 양 길과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눈길을 끌었다.
함라초당 입구에는 울퉁불퉁한 양 길과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눈길을 끌었다.모형숙

6천여평 들꽃들의 천국

익산에서 황등 길을 따라 웅포 방면으로 15㎞쯤 가다보면 조은 주유소 옆 길목에 '함라초당'(들꽃학교, 교장 배동문·장혜란 부부)이라는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목리 소룡마을. 이미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웅포 줄기의 한 가닥이라서 그런지 야트막한 산등성이며 6, 7월의 나무줄기가 유독 파릇파릇하게 눈길을 끌었다.

막연하게 인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찾아갔던 그곳은 울퉁불퉁한 양 길로 뻗은 야생화와 초입부터 눈길을 끌어당긴 함지박 속의 올챙이가 신기하게 다가왔다. 집안 목욕탕에서 청개구리도 같이 산다는 배동문씨의 얘기가 빈말은 아닌 듯싶다.


시골 할머니들이 지네풀이라고 부르는 톱풀은 관절염에 좋은 약재이다.
시골 할머니들이 지네풀이라고 부르는 톱풀은 관절염에 좋은 약재이다.모형숙
6년 전 서울에서 IT사업을 했다가 야생화를 좋아하는 아내의 권유로 무작정 이곳으로 찾아왔다. 익산 안태마을에서 자란 아내는 20년도 훨씬 전부터 야생화를 좋아했고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절로 야생화에 관심을 가졌다.

배동문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사회학을 전공, 아내는 상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감수성이 많은 사람이다. 아내는 유달리 야생화 중에서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태를 간직한 구절초를 가장 좋아한다. 이에 반해 배동문씨는 제비꽃을 1순위로 꼽았다. 제비꽃의 강인한 생명력과 소박함도 좋지만 야생화 맛이 가장 많이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6년 전 이곳에서 터를 닦을 때만 해도 농사일에 서투른 그에게 야생화 재배는 너무도 낯선 일이었다. 집을 짓고 하우스를 만들어 야생화를 키우며 처음 결실로 할미꽃을 재배했다. 지금도 그때의 할미꽃이 이곳 언저리에서 자생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약채. 옛날에 사약 만들 때 사용되던 재료이다.
사약채. 옛날에 사약 만들 때 사용되던 재료이다.모형숙
막막하게 시작했던 야생화 사업은 2003년 자생화 벤처농으로 선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지금은 6000여평에 800평 규모의 하우스 재배사 7동과 200평의 전시실 4동, 자연학습 체험장의 숙소까지 마련하는 등 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지난해까지는 적자였지만 인터넷 사업도 활성화되고 입소문으로 많이 알려져 올해부터 조금씩 흑자로 돌아섰다.

함라초당은 홈페이지(www.hamrachodang.com)를 통해 야생화와 꽃차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야생화를 대량으로 재배할 생각은 없다. 대량재배를 하다보면 자칫 상업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량 다품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수련
수련모형숙
연. 수련과 연은 비슷하지만 수련은 틈이 있는 반면 연은 한 치의 틈이 없는 게 차이점이다.
연. 수련과 연은 비슷하지만 수련은 틈이 있는 반면 연은 한 치의 틈이 없는 게 차이점이다.모형숙
'도가 안정되면 돈이 된다'는 배동문씨의 철학은 자기 일을 하다보면 그 일에서 생활의 깊이를 발견하고 안정을 찾게 되는 의미처럼 삶에 있어 지극히 묵묵함이 필요함을 담고 있다.

아내의 취미생활로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애착을 갖다보니 돈에 욕심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돈이 되는 순리가 꼭 자연과 비슷하다.

"사람에게는 각기 살아가는 기준점이 있지요. 어떤 사람은 돈이 될 수도 명예나 권력이 될 수도 있지만 아내와 저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연이 그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버려두면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너무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맞는 얘기이다. 돈이나 명예를 좇고 살다보니 소중한 것을 잊고 살기도 하고, 드러내놓고 생색내다보니 순수함이 결여되어 있다.

'함라초당'의 들꽃학교 교장인 배동문씨.
'함라초당'의 들꽃학교 교장인 배동문씨.모형숙
배동문씨 부부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에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싶은 게 교육원칙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개념보다는 나눌 줄 아는 소박한 마음씨를 가르치고 싶다.

얼마 전에 별과 꽃들이 숨바꼭질을 하는 그림을 보고, 설명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는 야생화의 습성을 알아 가는 딸아이의 모습 속에서 착한 마음씀씀이를 읽었다고 한다.

5일부터 주부 들꽃학교 열어

처음에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연락이 왔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야생화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아내가 야생화에 반했던 은근한 깊이의 무게 때문임을 사람들도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오는 5일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들꽃학교를 개최한다. 우선은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화요일 오전마다 시작할 예정이다.

배동문씨는 자연체험학습장 운영을 위해 익산의 백제문화와 금강을 문화체험으로 활용했다. 특히 입점리고분이나 웅포의 함라산 숭림사, 금강의 철새, 체육공원, 웅포대교 근처에서 바라보는 낙조 등을 코스로 삼아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분을 강화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자연체험 학습장은 지난해에는 방학 때나 주말을 이용해 학생들이 찾아왔지만 아내와 둘이서 이곳을 관리하다보니 마음처럼 학생들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당일코스로 주변의 학생들에게 이곳을 개방하고 있다.

전시장의 작은 연못에는 물아카시아, 고사리, 노랑머리어린연 등 30여종의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전시장의 작은 연못에는 물아카시아, 고사리, 노랑머리어린연 등 30여종의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모형숙
"꽃이 무엇인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에너지를 모은 자연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당연 꽃차는 꽃잎을 말려 물에 풀어서 마시는 것으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구절초를 꽃차의 으뜸으로 꼽았다. 농약을 칠 줄도 모르는 배동문씨는 모든 야생화를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특히 구절초 꽃차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가볍게 하고 골수를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두통을 치료하는 약재인 구절초 꽃차는 뜨거운 물에 넣어 꽃향기가 우러나면 뜨겁게 마셔도 좋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음료수처럼 마셔도 별미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야 구절초 꽃차의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먼저 눈으로 꽃을 즐긴 다음, 코로 향기를 마시고 혀로 맛을 음미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감자

▲ 백두산 초롱꽃. 고산지역에 사는 백두산 초롱꽃은 낮게 자란다.

장마전 동네 박 집사님께서
농사지은 감자 한 포대를 보내주셨다.
참 황송하였다.
푸성귀와 농사지은 작물을
가끔 장에 내다 파는 박 집사님…

그냥 놔두면 별 소용없는 미나리를 열심히 갈무리해서
세상에 쓸모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박 집사님은 틈나면 오셔서 풀도 매주고
미나리도 다듬어 보내시고
김치 거리도 주신다.

농사짓기 전에는
오이 상추 호박 부추…
이런 푸성귀를 얻어먹는 것이
그리도 고마운지를 몰랐던 것 같다.

1000원이면 사는 걸 뭐…

대량생산이 보편화되면서
물자가 흔해져 아끼는 것은 바보,
버리는 것이 미덕이 일상화된
<이상한 나라>에 나도 모르게 편입된 결과였다.

어설픈 농사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이 좀 된 듯하다.
땡볕에 나가 풀을 매보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때맞춰 심고 가꾸고
돈으로 바꾸면 아무 것도 아닌 한 톨의 곡식을
갈무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요즘은 감자 값이 싸서
하지감자 한 포대를 만원이면 산다고 한다.
만원이면 사는 감자 한 포대를
비로소 인간이 된(?) 우리는
하나님처럼 소중하게 모시는 마음으로 감자를 먹는다.
박 집사님이 보내주신 하지감자 부처님을
매일매일
쪄먹고
볶아먹고
지져먹는.
인간이 되기 전(?)에 먹던 감자보다
백 배는 맛이 더 좋다

이렇게 맛난 하지감자가 처서가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제철음식 속에 기운이 들어있다는 걸
가끔씩 와서 아주 아주 맛있게 밥을 먹어주는
동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채원이의 아침밥은 삶은 감자 두 개였다.

*이 글은 함라초당 홈페이지의 안주인인 보리피리님이 일기 형식으로 올린 글 중 한 편이다.

덧붙이는 글 | 함라초당 찾아가는 길: 전북 익산에서 황등을 지나 웅포방면으로 15㎞쯤 방면
문의 063-856-1364, www.hamrachodang.com

*익산벼룩시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함라초당 찾아가는 길: 전북 익산에서 황등을 지나 웅포방면으로 15㎞쯤 방면
문의 063-856-1364, www.hamrachodang.com

*익산벼룩시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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