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초당'의 들꽃학교 교장인 배동문씨.모형숙
배동문씨 부부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아이에게도 그런 마음을 심어주고 싶은 게 교육원칙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개념보다는 나눌 줄 아는 소박한 마음씨를 가르치고 싶다.
얼마 전에 별과 꽃들이 숨바꼭질을 하는 그림을 보고, 설명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는 야생화의 습성을 알아 가는 딸아이의 모습 속에서 착한 마음씀씀이를 읽었다고 한다.
5일부터 주부 들꽃학교 열어
처음에는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연락이 왔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야생화에 대해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리 세상이 급변해도 아내가 야생화에 반했던 은근한 깊이의 무게 때문임을 사람들도 깨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는 오는 5일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들꽃학교를 개최한다. 우선은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화요일 오전마다 시작할 예정이다.
배동문씨는 자연체험학습장 운영을 위해 익산의 백제문화와 금강을 문화체험으로 활용했다. 특히 입점리고분이나 웅포의 함라산 숭림사, 금강의 철새, 체육공원, 웅포대교 근처에서 바라보는 낙조 등을 코스로 삼아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분을 강화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자연체험 학습장은 지난해에는 방학 때나 주말을 이용해 학생들이 찾아왔지만 아내와 둘이서 이곳을 관리하다보니 마음처럼 학생들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당일코스로 주변의 학생들에게 이곳을 개방하고 있다.
▲전시장의 작은 연못에는 물아카시아, 고사리, 노랑머리어린연 등 30여종의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모형숙
"꽃이 무엇인가?"
쉬우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에너지를 모은 자연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당연 꽃차는 꽃잎을 말려 물에 풀어서 마시는 것으로,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구절초를 꽃차의 으뜸으로 꼽았다. 농약을 칠 줄도 모르는 배동문씨는 모든 야생화를 순수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특히 구절초 꽃차는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끈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가볍게 하고 골수를 보하며 눈을 밝게 하고 두통을 치료하는 약재인 구절초 꽃차는 뜨거운 물에 넣어 꽃향기가 우러나면 뜨겁게 마셔도 좋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음료수처럼 마셔도 별미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에서 우려내야 구절초 꽃차의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먼저 눈으로 꽃을 즐긴 다음, 코로 향기를 마시고 혀로 맛을 음미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 | 하지감자 | | | |
| | ▲ 백두산 초롱꽃. 고산지역에 사는 백두산 초롱꽃은 낮게 자란다. | | 장마전 동네 박 집사님께서
농사지은 감자 한 포대를 보내주셨다.
참 황송하였다.
푸성귀와 농사지은 작물을
가끔 장에 내다 파는 박 집사님…
그냥 놔두면 별 소용없는 미나리를 열심히 갈무리해서
세상에 쓸모 있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데
박 집사님은 틈나면 오셔서 풀도 매주고
미나리도 다듬어 보내시고
김치 거리도 주신다.
농사짓기 전에는
오이 상추 호박 부추…
이런 푸성귀를 얻어먹는 것이
그리도 고마운지를 몰랐던 것 같다.
1000원이면 사는 걸 뭐…
대량생산이 보편화되면서
물자가 흔해져 아끼는 것은 바보,
버리는 것이 미덕이 일상화된
<이상한 나라>에 나도 모르게 편입된 결과였다.
어설픈 농사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이 좀 된 듯하다.
땡볕에 나가 풀을 매보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때맞춰 심고 가꾸고
돈으로 바꾸면 아무 것도 아닌 한 톨의 곡식을
갈무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요즘은 감자 값이 싸서
하지감자 한 포대를 만원이면 산다고 한다.
만원이면 사는 감자 한 포대를
비로소 인간이 된(?) 우리는
하나님처럼 소중하게 모시는 마음으로 감자를 먹는다.
박 집사님이 보내주신 하지감자 부처님을
매일매일
쪄먹고
볶아먹고
지져먹는.
인간이 되기 전(?)에 먹던 감자보다
백 배는 맛이 더 좋다
이렇게 맛난 하지감자가 처서가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제철음식 속에 기운이 들어있다는 걸
가끔씩 와서 아주 아주 맛있게 밥을 먹어주는
동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아침도 채원이의 아침밥은 삶은 감자 두 개였다.
*이 글은 함라초당 홈페이지의 안주인인 보리피리님이 일기 형식으로 올린 글 중 한 편이다. | | | | |
덧붙이는 글 | 함라초당 찾아가는 길: 전북 익산에서 황등을 지나 웅포방면으로 15㎞쯤 방면
문의 063-856-1364, www.hamrachodang.com
*익산벼룩시장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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