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모를 돌보며 기지촌 여성과 혼혈아 돕기에 힘쓰고 있는 송탄 기지촌 거리에서의 김연자씨.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스물 한 살 나이에 기지촌에 들어가 25년 동안 클럽에서 미군들을 상대했고 이후 신학대생, 기지촌 운동가로 변신한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연자씨의 자전적 에세이 ‘아메리카 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 전까지 악을 쓰다’(삼인)가 출간됐다.
흔히 기지촌은 미군을 따라 미군 기지 주변에 모여든 부도덕한 여성들의 성매매 공간으로 여겨져 왔고, 기지촌 여성들은 ‘양공주’ ‘양색시’라 불리며 밑바닥 삶을 살아왔다. 1945년 미군이 이 땅에 들어온 뒤 동두천·의정부·오산·평택 등 전국 18개 도시에 기지촌이 들어섰다. 현재까지 30만이 넘는 여성이 기지촌을 거쳐갔지만 그 곳은 사람들에게 잊힌 공간이다.
김연자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친척 오빠에게 성폭행 당한 상처를 드러내지 못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외로움과 분노를 그대로 가지고 성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년여 동안 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방황을 거듭하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상경한다.
반창고 공장 노동자, 책 외판원, 버스 안내양, 구두닦이 등을 거쳐 기술을 배우려고 들어간 서울시립부녀보호소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잡혀온 여성들을 통해 성매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여성들을 따라 63년 동두천 기지촌에 들어가 그 세계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증오심, 어릴 적 강간의 상처, 생활을 책임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어머니에 대한 갈증, 여고시절 부잣집 친구들에 대한 반항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삶을 자포자기했던 시절이었다”며 기지촌 생활을 시작한 자신의 삶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