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집 대문 앞에 작은 화분 하나

이웃들과 함께 작은 꽃밭을 가꿉니다

등록 2005.07.05 00:35수정 2005.07.06 09:0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요일 오후에 진료소에 돌아와 뒷마당에 주차하고, 대문에 걸어 둔 안내문이 비에 젖지 않았을까 싶어 살펴보러 나갔더니 대문 앞에 작은 화분이 하나 놓여져 있다.


지난 금요일에 노인회장님이 진료소에 오셨을 때 화초 얘기를 하다가, 화초고추를 몇 개 키우고 있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소리를 듣고 "어머~~ 그거 키워놓으면 진짜 이쁘겠어요"했더니 "아직은 모종이라 작은데 내가 진료소에 화분 하나 가져다줄게요" 그러셨다.

지난 주말이 주 40시간 근무에 따른 토요일 전면 휴무제에 따라 쉬는 토요일이었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그래서 금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진료소를 비웠는데 그 사이에 화분을 들고 진료소를 다녀가셨나 보다.

화분에는 아직 너무 어린 싹이 자라고 있었다. 폭우는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계속 맞고 있는 화분을 얼른 현관 앞으로 옮겼다.

그 동안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손질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잔디보다 잡초가 많아져 관리하기가 힘들었다.그래서 올 초에 풀밭이 된 잔디를 걷어내고 그 위에 자갈을 깔았다

자갈을 깔면서 마당 한 옆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봄에 꽃모를 사다 심었다. 그 동안 화분에 꽃을 가꾸거나 나무를 가꾼 적은 있지만 이렇게 화단에 꽃을 심어본 적은 없다보니 꽃을 심으면서 너무 띄엄띄엄 심어 꽃이 소담스럽게 피지는 않는다. 올해를 경험삼아 내년에는 더 예쁜 화단을 가꿀 수 있을 것 같다.


대문 앞에 놓여져 있던 화분
대문 앞에 놓여져 있던 화분이금희

동네 할머니가 가져다 주신 꽃
동네 할머니가 가져다 주신 꽃이금희

벌도 꽃 구경 중
벌도 꽃 구경 중이금희

처음에 패랭이꽃, 금잔화, 팬지를 심었는데 나중에 동네 할머니가 마당에 있는 것을 솎아 오셨다며 서너가지를 가져오셨다. 꽃 이름은 잘 모르지만 많이 보던 꽃들이라 반가운 마음에 여기저기 자리를 만들어 가며 심고 나니 작은 화단이 꽉 찼다.

화단 안쪽 구석으로는 풋고추를 먹으면 좋겠다 싶어 고추모를 사다가 심었는데 요즘 제법 많은 고추가 올망졸망 달리고 있다. 한동안 싱싱한 풋고추를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봄에 꽃모를 사다가 화분에 심은 사랑초는 제법 많이 자라 올해는 부녀회장님에게도 나눠 드리고, 오늘은 노인회장님도 나누어 드렸다.


올망졸망 열린 고추
올망졸망 열린 고추이금희

색깔이 제일 화사한 패랭이꽃
색깔이 제일 화사한 패랭이꽃이금희

조금씩 나누어 주고 휑하게 빈 사랑초 화분
조금씩 나누어 주고 휑하게 빈 사랑초 화분이금희

그 동안 진료소에서 근무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올해처럼 제대로 된 화단을 가꾸어 본 적이 없다. 담장에 선 나무였거나, 담장 밑으로 심은 화초였거나 혹은 화분에 심은 화초가 전부였다.

그런데 올해 작은 화단이 하나 생기고 보니 풀을 뽑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아침이나 저녁으로 시원하게 물을 줄 수도 있고, 답답할 때 풀을 뽑는다는 핑계로 마당에 나가 앉아 있을 수 있어 좋다. 이런 핑계나마 없다면 2차선 도로를 접하고 있는 진료소 앞마당에 할 일 없이 나가서 지나다니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면서 앉아 있기가 조금은 민망했을 것이다.

이제 곧 금잔화가 더 활짝 필 것이고, 가을이 되면 동네 할머니가 주신 과꽃이 화단 앞을 화사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이웃들과 함께 가꾸는 작은 꽃밭은 가을이 되어 찬바람이 불 때까지 내 놀이터이자 작은 쉼터가 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골살이하는 직장인

이 기자의 최신기사 100번째 기사를 보내면서...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김건희 "우리 오빠" 후폭풍...이준석 추가 폭로, 국힘은 선택적 침묵
  2. 2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신체·속옷 찍어 '성관계 후기', 위험한 픽업아티스트 상담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