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꿈의 요람

비산1동 청소년 공부방과 새마을문고

등록 2005.07.05 10:17수정 2005.07.0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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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에는 28개의 청소년공부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용자가 많기로 소문난 비산 사거리에 위치한 비산1동 청소년 공부방을 찾아갔다.

a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비산1동사무소 5층에 위치한 공부방은 신축건물이라 외형부터 산뜻한 느낌을 주며 승강기가 있어 이용하기 편리했다. 밤 9시 공부방에 들어서자, 번호가 부착된 107석의 의자마다 청색 신발주머니가 가지런히 걸려 있다. 테이블마다 널찍한 칸막이와 개인 스탠드가 편리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출입구는 전체가 어둠침침하게 소등된 반면, 안쪽은 대낮처럼 밝아 대조적이었다. 이용자들은 취향대로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선택해 앉아 있었다. 숨소리와 이따금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릴 뿐,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말이 청소년 공부방이지 초등학생에서 노인까지 이용계층도 다양하다.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 승진시험을 대비하는 직장인. 공인중계사 시험 등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터전으로 공부방은 둥지를 튼지 오래였다.

밝은 쪽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던 이선옥(방통대)씨는 "집에서 가깝고, 아침부터 이용할 수 있어 아주 편리해요"라고 밝혔다. 언어 영역을 공부하던 이노운(과천 중앙고3학년)군은 "여긴 분위기가 좋고 집중이 잘 되지요. 야간 자율학습이 없는 날은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두컴컴한 곳에서 문제풀이에 여념이 없던 학원강사인 김내섭씨도 "수업준비를 위해 틈 날 때마다 이용하는데 아주 쾌적하고 좋다"고 공부방 자랑이다.

평상시에는 100여명 정도가 이용하지만, 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94년 개관이래 줄곧 근무하는 정선희씨는 "공부방을 이용했던 학생들이 대학에 합격했다고 음료수 캔 하나 들고 오면 꼭 자식 같아요. 군대에 간다고 인사하고, 휴가 나왔다고 들릴 때마다 사람 사는 보람을 느껴요. 애로라면 '**야 사랑해. 공부 열심히 하자' 등등 아무리 지워도 지울 수조차 없는 낙서는 당연 골머리를 앓게 한다"고 말한다.

a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공부방에서는 이따금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연습장이나 필기도구를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공부방은 안양시 각 동별로 만안구 (14개) 동안구 (14개)가 있다. 이용시간은 월요일부터 토요일은 15시~ 23시, 공휴일과 일요일은 10시~ 23시까지 자유롭게 시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비산1동의 공부방 이용 시간은 좀 다르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휴관 하지만, 매일 10시~23시까지 문을 연다. 인근 중·고등학생들의 시험기간 2주전에는 공휴일과 일요일에도 문을 열며 주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다.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터전인 공부방은 사설독서실에 비해 손색이 없는 시설이었다. 쾌적한 온도와 편안한 의자, 부드러운 조명이 공부하기 좋은 최상의 여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꿈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정진한다면 모든 희망의 문이 스스럼없이 열리리라.

공부방과 나란히 있는 9500권을 장서를 비치한 새마을 문고


a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청소년 공부방(사진 우리안양 제공)

공부방과 나란히 유리벽을 사이에 둔 새마을 문고는 공부방 이용자나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또 다른 공간이다. 1993년 개관한 문고에는 아동도서·문학·교양 과학도서가 종류별로 9500여 권이 비치되어 웬만한 도서는 다 빌려 볼 수 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고는 아침운동을 나온 주부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지 오래다. 이곳은 운영위원(운영위원장 심재인) 38명이 똘똘 뭉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기에 책을 빌려서 공부방으로 향하는 모습이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정선희씨는 "주민들이 책을 많이 읽고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았다며 한턱 내겠다고 할 때 기분이 좋아요. 또한, 방학 때면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서서 기다릴 때 보람을 느껴요" 라고 말한다.

벽면에는 책을 읽고 독서 경진대회에서 받은 단체부문 상장들이 이 모든 걸 증명이라도 하듯 즐비하다. 비산1동 주민에게만 대출해주는 명부에는 한 가족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명단도 수두룩하다. 1주일에 1인 5권까지 무료로 대출하지만 전 가족이 개인별로 등록하기도 한다. 엄마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반납하지 못해 대출정지에 걸리면 아빠 이름으로 빌려 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은 이곳만의 풍경이다.

정씨는 "유형별로 보면 4세는 '유아' 책, 엄마는 '자녀 평생 교육' 책을 읽고, 아빠는 '소설', 아이들은 '창작동화나 과학동화'를 주로 읽어요. 초등학생은 마법천자문을 좋아하고, 날씨·환경·지구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라며 목록을 뚜르르 꿰고 있었다.

한 엄마는 '내 마음에 비타민 같은 토마토'란 동화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딸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정씨는 "마음 밭을 촉촉이 적셔주는 새마을 문고와 공부방이 있어 정말 살기 좋은 우리 동네를 떠날 수 없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정선희씨와 공부방을 나섰을 때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라며 서로 정겹게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많은 주민들이 이곳 이용자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월간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월간 <우리안양>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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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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