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축제위원회는 경주만이 가지는 문화의 정체성을 소박한 축제를 통해 정립시켜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해 월명재 모습경주문화축제위원회
경주는 유난히 달과 연관이 많은 고장이다. 찬란했던 신라의 천년 수도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옛 서라벌땅 경주는 환하나 분답스럽지 않고 고즈넉하나 축 쳐지지 않는다.
지금도 사천왕사터에 가면 달을 벗 삼아 피리를 불었던 월명대사의 옷자락이 느껴지고, 남산의 미륵세존께 차 공양을 하던 충담사의 향기로운 맘이 전해지고, 환한 보름달에 비춰지는 둥근 능을 통해 죽음이 결코 애처롭지 않음을 말해주는 곳이 경주다.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여전히 공존하는 신라 서라벌과 신라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한다.
경주문화축제위원회(위원장 백홍수)는 이러한 녹록치 않은 신라의 멋과 맛을 흥겨운 축제로 풀어내는 단체다. 화가, 언론인, 국악인, 장인, 음악인에서부터 문화해설사, 일반 직장인에서 의사까지 경주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생문화모임이다.
처음엔 신라의 달밤에 만나 술 한 잔 걸치며 풍류를 즐기다가 '놀라믄 제대로 놀자' 하고 판을 벌린 것이 월명재였다. 음력 9월 보름에 열리는 월명재는 피리를 불면 가던 달도 멈추고 듣는다는 신라시대 피리의 달인인 월명대사를 기리는 행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