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문 대학은 중고생들의 놀이터?

중고생들 야간에 캠퍼스 출입…탈선장소 될 소지 있어

등록 2005.07.08 22:38수정 2005.07.0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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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고등학생들, 무서워요."

초등학생들의 말이 아니다. 어엿한 대학생들의 하소연이다. 밤이 되면 학교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고성을 질러대는 중고생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교내 분위기를 해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늦은 오후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늦은 오후 캠퍼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임기창
특히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학교 담장 허물기'를 실시한 대학에서 이러한 모습이 눈에 띈다. 서울시는 그간 '폐쇄적인 상아탑'으로 인식되었던 대학을 인근 주민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2002년부터 '대학 담장개방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실제로 담장이 개방됨에 따라, 담장 주변의 공간을 공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대학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교내를 어지럽히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 특히 캠퍼스가 야간에 중, 고교생들이 들어와 버젓이 음주, 흡연행위를 하는 곳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외국어대 포털사이트의 'illillilli'라는 누리꾼은 지난 기말고사 기간 중에 중, 고교생들이 캠퍼스에서 '대놓고 음악을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술 먹고 취해서는 건물 화장실로 토하러 오고 복도에서 누워 자'는 등의 모습을 보았다며 '여학우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사고라도 날까봐 걱정'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담장을 개방한 한국외국어대 후문 전경.
담장을 개방한 한국외국어대 후문 전경.임기창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의 'thdtkdal'이라는 재학생도 '최근 학교 개방으로 인근 주민들이 학교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에 서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지만, 아이들이 음주, 흡연 등 교정을 탈선의 장소로 삼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학교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 가운데서는 재학생들로 이루어진 '자치방범대'를 만들어 학교 주변을 단속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지역 주민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우려한 학교측에서 이를 꺼리는 상황이다. 대신 학교측은 인근 경찰서에 집중순찰 요청을 하는 한편 자체 경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담장개방사업'은 현재 중앙대,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서울대 의대 등이 공사를 완료한 상태이며, 연세대, 숙명여대, 서울산업대, 숭실대 등도 공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거나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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