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돌면 대박 맞는 기분이에요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일산호수공원 탐방기

등록 2005.07.11 00:44수정 2005.07.1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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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나 그 주변 도시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의 숨결에 목말라 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가족 단위 여행에 대한 수요는 많아졌지만, 막상 원거리 여행을 떠나자니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여행 경비도 그렇고 오고가는 길에 교통이 막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많지요.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서울 근교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쉴 만한 공원이 여럿 있습니다.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호수공원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호수교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호수교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 :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이 호수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다.이호준
일산호수공원은 1993년에 착공되어 약 3년의 조성기간을 거쳐 완공되었습니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는 기본이고, 전통정원과 인공폭포, 그리고 조각공원과 노래하는 분수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과 방문자들에게 매우 다양한 볼거리와 휴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조성된 지 10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보행자 전용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구분해 놓은 것처럼 사람들이 보다 안락하게 공원을 이용하도록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도로의 성격을 구분해 놓은 표지 :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도로의 성격을 구분해 놓은 표지 :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이호준
일반인들에게는 주로 세계 꽃 박람회가 열리는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곳의 진정한 매력은 인공적으로 가꾸어진 행사보다는 다양한 동식물군이 자기에게 맞는 생태적 특성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의 식구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동식물들의 모습에서 일종의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덩굴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행나무 : 덩굴 2그루가 은행나무에 기대어 하늘로 향한다. 은행나무는 그 덩치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을 받아주고 있었다.
덩굴과 더불어 살아가는 은행나무 : 덩굴 2그루가 은행나무에 기대어 하늘로 향한다. 은행나무는 그 덩치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그들을 받아주고 있었다.이호준
전통정원의 경우에는 제법 나이가 많은 소나무를 비롯해서 배롱나무 등과 같은 정원수가 심어져 있었고, 그 안에 자리한 작은 연못에는 수련과 노랑어리연과 같은 연꽃들이 신비로운 몸짓으로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읍니다.

전통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 안쪽으로 연꽃이 빼곡히 자리한 연못이 보인다.
전통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 안쪽으로 연꽃이 빼곡히 자리한 연못이 보인다.이호준
보일 듯 말 듯 고운 자태를 반쯤 숨긴 수련 : 옛날 양반집 규수처럼 수줍은 듯 얼굴을 숨기고 있다.
보일 듯 말 듯 고운 자태를 반쯤 숨긴 수련 : 옛날 양반집 규수처럼 수줍은 듯 얼굴을 숨기고 있다.이호준
자연학습원에 이르면 오리며 거위들이 꽥꽥거리는 소리로 반기고 물 아래에는 비단잉어들이 오색찬란한 빛깔로 단장한 채 유유히 헤엄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호수 아래에 거대한 용궁이라도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자연학습원에서 바라본 풍경 : 저 멀리 자리한 아파트촌이 갈증이 나는 것처럼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언뜻 호수공원이 일산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심장처럼 느껴졌다.
자연학습원에서 바라본 풍경 : 저 멀리 자리한 아파트촌이 갈증이 나는 것처럼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언뜻 호수공원이 일산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심장처럼 느껴졌다.이호준
하늘과 숲과 비단잉어 : 자연의 모든 게 호수 속에 들어있다. 이제 그들이 우리와 더불어 잘 사는 것만 남았다.
하늘과 숲과 비단잉어 : 자연의 모든 게 호수 속에 들어있다. 이제 그들이 우리와 더불어 잘 사는 것만 남았다.이호준
호수공원이 키우고 있는 식구들은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자연학습원을 거쳐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면,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대박의 기분을 만끽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심장부에서 제주도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상나무 같은 녀석을 만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지요. 이 외에도 뽀얀 피부를 자랑하는 자작나무들이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넉넉한 공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구상나무 :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영양분이나 햇볕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쟁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자라고 있다.
넉넉한 공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구상나무 :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영양분이나 햇볕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쟁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자라고 있다.이호준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없는 자작나무들 : 길 안쪽 조용한 곳에 자리해 있어서 사람들과는 가끔씩 눈인사만 할 뿐 철저히 독립성을 보장 받고 있다.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없는 자작나무들 : 길 안쪽 조용한 곳에 자리해 있어서 사람들과는 가끔씩 눈인사만 할 뿐 철저히 독립성을 보장 받고 있다.이호준
호수공원 중간쯤에 자리한 달맞이섬을 거쳐 장미원으로 내려오면 넓게 펼쳐진 화원을 만나게 됩니다. 탁 트인 공간에서 만나는 온갖 종류의 꽃들은 그곳을 거니는 사람들의 마음을 절로 깨끗하게 정화해 줍니다.

장미원에 펼쳐진 꽃들 : 굳이 꽃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들이 주는 생기와 여유를 받아 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장미원에 펼쳐진 꽃들 : 굳이 꽃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들이 주는 생기와 여유를 받아 안는 것만으로도 족하다.이호준
일산호수공원은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품어주고, 많은 동식물들을 불러들여 대지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비록 그것을 처음 만든 게 우리 인간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만들어가는 것은 자연과 그 속에 속한 생명들의 힘입니다. 그 힘이 우리들을 정화하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계속 최고의 휴식을 줄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살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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