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분교에서정근영
스트레스를 받아서 기가 뭉쳐서 흐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병이 들었나. 동생에게도 시험해 보았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들 일행의 손바닥 위에 추를 가져가니 추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신기하다.
내가 그 추를 들고 그들을 시험해 보자고 하니 추를 넘겨준다. 추를 들고 그들 일행의 손바닥 위에 가져가도 꿈쩍하지 않는다. 내게 기가 흐르지 않아서라고 한다. 그들에게 정말로 기가 흐른다면 그 추를 누가 잡고 있던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닐까.
내가 이렇게 말을 하려니 "그만, 가이소"라고 한다. 정말 기가 흘러서 추가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속임수를 쓰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제3폭포를 갔다 나오면서 노인들 일행을 만났다. 앞서서 제3 폭포를 가고 있는 친구에서 "그 뭐 볼 것 있노, 아무 것도 볼 것 없다, 그만 가자"라고 소리친다. 남 따라 바지게 짊어지고 장에 간다더니 그 짝이다. 절에 가면 절에 뭐 볼 것 있노. 절은 다 같다며 절에도 가지 않고 폭포에도 볼 것 없다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이런 이들이 더러 있다.
관광버스 대절 내어 여행을 갔다 차에서는 아예 내리지도 않고 고스톱만 쳤다고 자랑스레 이야기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여행길에 1박을 하면서도 고스톱으로 밤을 새우는 이들도 있다. 관광버스 안에서는 술 마시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두고 여행이라고는 보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마을 내원 마을로 향했다. 도시락도 들어있지 않는 물과 커피만 들어있는 빈 배낭생각을 하니 배가 고프다. 내원 마을에 가서도 일행을 만나지 못하면 그곳에서 점심을 사먹을 수도 있을 테지 하는 생각으로 내원 마을로 갔다.
내원분교, 폐교된 학교인 것 같다. 다행히도 조금 전 식사를 마친 일행을 여기서 만났다. 내원분교, 등나무 잎사귀가 창문을 덮었다. 교실 안은 어둡다. 민속품들이 진열되어 있고 아마도 찻집이나 식당 같아 보이는데 누가 주인인지,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마당가에는 나무 의자와 탁자들이 놓여있어 등산객들이 도시락을 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돈을 벌기보다는 손님들의 편의를 보살피려는 주인의 마음씨가 고와 보인다.
글이 너무 길어졌다. 말이 너무 많았다. 여기까지 온 독자들은 얼마나 지루할까. 1,000자 수필이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는 데 나는 이렇게 늘 지루한 글로 독자를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렇게 횡설수설 말이 많아진다.
그렇지만 따로 글을 쓰기도 그렇고 주산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 하겠다. 주산지, 연못이다. 숙종 임금 때 만든 저수지로 60여 호 농사꾼들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연못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 작은 연못이 그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을 부른다. 150년 넘은 왕버들이 물속에서 숨을 쉬고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신비감을 자아내게 한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정말 아름다운 연못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져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넓지는 않았지만 주차장엔 차 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영화제목 그대로 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는 주산지, 직접 보는 주산지는 액자속의 풍경처럼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시간과 물의 양이 적절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