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 아빠는 왜 사랑 안 해?"

출산의 조건이 사랑 하나면 충분한 사회는 가능할까?

등록 2005.07.12 11:50수정 2005.07.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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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 아빠는 왜 사랑 안 해?"
"…왜?"
"동생이 안 태어나니까 그러지. 사랑 많이 안 할 거면 결혼하지 말고 애인하면 되지."
"그래, 그럼 동생 또 낳으면 니가 볼래?"
"아니, 나는 동생 한 번 봤으니까, 또 동생 태어나면 빈(자기 동생 3살)이가 보면 되잖아."



민이가 동생은 돌보기 싫으면서 엄마 아빠 사랑은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더니 성(性)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성교육을 받았는지 아니면 친구들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정자가 어떻고 난자가 어떻고 하며 난처한 질문을 많이 합니다.

'어떻게 남자의 몸속에 아기씨가 생겨? 그 씨가 어떻게 여자 몸속의 아기 방에 들어가 여자 아기씨와 만나? 아기는 아기 방에서 어떻게 살아?' 참 구체적으로도 묻습니다.

'밥 많이 먹고 아빠처럼 크면 아기씨도 생기고 사랑하면 아기도 생긴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랬더니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나 봅니다.

그런데 민이 생각처럼 사랑할 때마다 아기가 생겨도 곤란한 일입니다만 '사랑이 부족해서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생각은 여운을 남깁니다. 저출산이 사회 문제가 된 요즘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개개인의 사랑보다는 사회적 사랑이 부족한 때문은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 현재 출산율이 1.17로 매우 낮습니다. 저출산으로 유명한 프랑스나 일본보다도 더 낮은 수치입니다. 지금의 출산율이 유지된다면 2100년 우리나라의 인구는 162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에 사회적 사랑이 부족한 듯합니다. 지난 달 30일 통계청이 밝힌 자료는 출산과 육아의 주체인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잘 보여줍니다.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시간(96.6:100)을 일하지만 임금은 남성의 절반(56%)밖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자녀 양육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로 밝혀졌는데, 자녀가 있는 여성의 65%가 자녀 양육 문제로 일을 중단한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녀를 둔 여성의 미취업 사유 가운데 ‘자녀 양육과 가사’가 그 으뜸(72%)으로 꼽혔습니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

여성에 대한 차별과 자녀 양육 및 가사에 대한 여성의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사회에서의 저출산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출산의 원인이 부부가 셋째 아이를 낳지 않아서가 아닌데도 정부는 셋째 아이 낳는 것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또 대한가족협회에서는 ‘결혼 뒤 1년 내에 임신을 해서 2명의 자녀를 30살 이전에 낳아 잘 기르자’는 이른바 ‘1·2·3 운동’이란 표어를 들고 출산 장려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최대의 고민거리를 안고 있는 이십 대 중반 여성들에게 서른 살 전에 아이를 둘 낳아서 잘 기르자는 운동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가 아닐까요.

우선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받고 있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을 해소해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여성이 자녀 양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계속된다면 자아실현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출산은 점점 더 기피 대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또 여성에 대한 일반적 차별도 해소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비슷한 시간을 일하면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절반 정도 임금을 적게 받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없습니다. 딸 아들 구별 없이 낳는다고 하는 요즘도 실상은 여아 낙태가 빈번해 성비(10대, 여100:남112.8) 불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2005년 통계청 자료). 봉건적 남아선호사상과 더불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때쯤에는 어떤 사회가 되어 있을까요? 그때는 출산의 조건이 부부간의 사랑 하나면 충분한 그런 사회가 되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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