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서천 장포해변양허용
오전 7시.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째 계속 이어지고 있는 장맛비가 그칠 생각을 않는다. 조금 잦아드는 것 같기는 하지만 뉴스에서는 계속 비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우리가 떠나려는 충청남도 쪽으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이런 장마철에 여행을 떠난다는 건 미친 짓임이 틀림없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은 포기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현준이는 영화를 본다고 인터넷을 통해 영화관을 검색하고, 그러는 동안 예약을 해 두었던 서천의 민박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못 내려가겠으니 다음으로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 쪽에는 비가 안 오니 안심하고 내려오란다. 당황스럽고 황당하다. 이미 여행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비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하고 있었기에 음식조차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거의 빈손이나 마찬가지였다. 집 밖으로 나서니 비가 더 많이 내리는 듯하다. 과연 이 비를 뚫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잘 하는 일인지….
집을 나선 후에도 갈등은 계속됐다. 장맛비 때문에 한산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고속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들의 행렬로 주차장이 되다시피 변해 있었다. 게다가 줄기차게 내리는 비. 몇 번씩이나 중간에 차를 돌리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을 취소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를 서천 장포 해변으로 정한 건 그곳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친구 분의 친정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그 친구 분을 만나기로 했다. 그 약속 때문에 아무리 길이 막히더라도 그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목적지인 서천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30분. 무려 8시간이 걸린 셈이다. 맙소사. 현준이는 왜 이렇게 힘든 여행을 하느냐고 화가 잔뜩 나 있다. 자기 의견은 무시당한 채 아빠의 의지에 따라 지루한 여행을 해야 하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