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놔주고 올 걸!"

안면도 두여해수욕장에서 다녀왔습니다

등록 2005.07.13 15:06수정 2005.07.13 17:47
0
원고료로 응원
바다에서 잡아온 2마리의 물고기가 죽어버렸다. 소라게도 절반이 죽어 4마리만 살아서 기어 다닌다. 바지락 3마리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집으로 가져와서는 안 되는 생물들을 아무생각 없이 가져와서 쓸데없는 죽음에 이르게 했다. 우리가족은 왜 그것들을 집에서 기를 수 있으리라는 허황된 꿈을 꾸었을까?

두여해수욕장
두여해수욕장방상철

사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떠나는 일을 주저했다. 토요일(9일) 정오를 넘기고 오후가 훨씬 넘어선 시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자, 저녁때가 다 되서 길을 떠났다. 비야! 오려면 와라. 떠나고 싶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이젠 네가 막을 수없게 되었단다.


서해고속도로는 정말 한산했다. 다들 미리 떠나서 그런지, 아니면 장마철이라 나오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길을 시원하게 달려 주었다.

홍성 나들목을 빠져나와 안면도 방향으로 달렸다. 천수만을 지나고 태안반도와 안면도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려 안면대교를 건넜다. 이제 본격적인 섬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참! 그런데 원래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의 안면도는 반도였다는 것이다. 먼 옛날, 충청도에서 거둔 세금(곡식)을 한양으로 운반하려면 안면반도의 남쪽 바다를 멀리 돌아야만 했다. 그래서 좀더 빨리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1638년(인조 16년)에 충정감사였던 김육이 지금의 안면대교 아래의 땅을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면도가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에, 민박을 구하고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할 요량으로 고픈 배를 부여잡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안면도에 들어서고 삼봉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민박집은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그렇지! 사람들이 비 온다고 안 왔을 리가 없다. 거의 모든 민박집은 다 찬 상태였다.

그렇게 잠잘 곳을 구하느라고 1시간여를 헤매다가 어느 슈퍼에 딸린 방을 어렵게 구했다. 아들은 어느새 잠자리에 들었고 아내와 둘이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단체로 놀러온 사람들은 밖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노래도 부르며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런 모습을 보면 가끔 부럽다. 학창 시절 생각도 나고, 여행 동호회 사람들 생각도 났다.


자정이 넘어 밖에서 떠들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잦아질 때, 우리도 잠을 청했다. 아직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아마 내일 아침에 장대같은 비 소리에 잠을 깰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말소리에 눈을 떴다. 시원한 빗줄기가 내릴 줄 알았는데 하늘엔 구름만 잔뜩 끼어 있을 뿐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내내 이렇게 흐리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침을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왠지 삼봉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서 해변에 나가보지도 않고 그냥 떠났다. 기지포해수욕장과 안면해수욕장을 지나 두여해수욕장까지 차를 몰았다.

두여해수욕장
두여해수욕장방상철

이곳은 아직까지 개발이 덜 된 곳이다. 그만큼 사람의 발길도 적다. 이 말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확실히 사람이 많은 곳은 편의시설이 잘 들어서 있어 화장실과 물에서 놀다나와 씻을 수 있는 세면대, 그 밖에 매점 등이 많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많으니 복잡하겠지.

그와 반대로 이렇게 조용한 곳은 간이 화장실만 덜렁 있고,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조용한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아주 좋겠다. 이 넓은 해변이 몇몇 사람만의 공간이다. 조금의 불편만 감수한다면 말이다.

두여해수욕장은 기지포, 안면, 삼봉해수욕장까지 하나로 이뤄진 해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보니 정말 해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또 이곳은 지리적으로 형상이 좋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예전 도인들이 도를 닦던 마을이라 하여 도여라 불렀으며 지금은 두여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는 단체로 놀러온 가족들이 벌써 수영도 하고, 조개를 잡기위해 여기저기 모래를 파고 있다. 우리도 손에 호미를 들고 넓은 해변으로 내려갔다. 혹시 뭔가 잡을 수 있을까하는 희망을 갖고.

해변에는 갈매기들도 먹이 사냥에 여념이 없다. 비교적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갈매기는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오로지 기어 다니는 게를 잡는데 열심이다. 나도 갈매기엔 그다지 관심 없다. 다만 조개에 관심이 있다.

바위섬
바위섬방상철

해변의 왼쪽엔 종주려라고 불리는 바위섬이 있다. 좀 멀지만 아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먼저 온 부부들이 열심히 뭔가를 캐고 있었다. 자세히 다가가서 보니 바지락이었다. 그리 크진 않지만 바지락이 확실했다.

바위섬 곳곳에 갯벌이 있어 그곳을 파보니 깊게 파지 않아도 바지락이 잡히는 것이었다. 야! 이거 재밌네. 아들은 소라게를 잡고, 아내는 물고기를 잡고, 나는 바지락을 잡았다.

아내가 잡은 물고기는 모래무지였다. 얕은 물속에서 모래 속에 들어가는 것을 손으로 잡았는데, 잡고 나서도 신기해했다. 정말 운 없는 물고기다. 그렇게 두 마리를 잡았다.

아들은 소라게를 굉장히 많이 잡았다. 지천으로 기어 다니는 놈을 손에 잡히는 데로 잡았다. 하지만 작고 어린놈은 놔주고, 결국 제일 큰 놈으로 8마리만 남겼다.

방상철

나는 바지락을 3개 잡았다. 아까 그 부부들은 잘 잡던데, 나는 처음 한개만 운 좋게 쉽게 잡고 그 다음부터는 영 잡히지 않았다. 결국 손톱만한 것까지 합쳐 4개를 잡았는데, 그것은 놔줘서 3개이다. 페트병에 바닷물을 담고 그 안에 잡은 것들은 넣었다. 집에 가져가 길러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녁 때 집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물고기는 죽어 있었고, 소라게도 반이나 움직임이 없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다에 살던 소라게는 육지소라게와 달리 키우기 힘들다고 한다. 바지락도 무슨 생각으로 가져왔는지 집에 오니 후회가 된다. 먹지도 않을 거 그냥 놔주고 왔다면 좋았을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제일 많이 들은 말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의대 증원 이유, 속내 드러낸 윤 대통령 발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