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해수욕장방상철
사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떠나는 일을 주저했다. 토요일(9일) 정오를 넘기고 오후가 훨씬 넘어선 시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자, 저녁때가 다 되서 길을 떠났다. 비야! 오려면 와라. 떠나고 싶은 우리 가족의 마음을 이젠 네가 막을 수없게 되었단다.
서해고속도로는 정말 한산했다. 다들 미리 떠나서 그런지, 아니면 장마철이라 나오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 길을 시원하게 달려 주었다.
홍성 나들목을 빠져나와 안면도 방향으로 달렸다. 천수만을 지나고 태안반도와 안면도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려 안면대교를 건넜다. 이제 본격적인 섬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참! 그런데 원래 안면도는 섬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의 안면도는 반도였다는 것이다. 먼 옛날, 충청도에서 거둔 세금(곡식)을 한양으로 운반하려면 안면반도의 남쪽 바다를 멀리 돌아야만 했다. 그래서 좀더 빨리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1638년(인조 16년)에 충정감사였던 김육이 지금의 안면대교 아래의 땅을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면도가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일찍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에, 민박을 구하고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할 요량으로 고픈 배를 부여잡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안면도에 들어서고 삼봉해수욕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민박집은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그렇지! 사람들이 비 온다고 안 왔을 리가 없다. 거의 모든 민박집은 다 찬 상태였다.
그렇게 잠잘 곳을 구하느라고 1시간여를 헤매다가 어느 슈퍼에 딸린 방을 어렵게 구했다. 아들은 어느새 잠자리에 들었고 아내와 둘이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단체로 놀러온 사람들은 밖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노래도 부르며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런 모습을 보면 가끔 부럽다. 학창 시절 생각도 나고, 여행 동호회 사람들 생각도 났다.
자정이 넘어 밖에서 떠들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조금씩 잦아질 때, 우리도 잠을 청했다. 아직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아마 내일 아침에 장대같은 비 소리에 잠을 깰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 말소리에 눈을 떴다. 시원한 빗줄기가 내릴 줄 알았는데 하늘엔 구름만 잔뜩 끼어 있을 뿐 아직 비는 오지 않는다. 오늘 하루 내내 이렇게 흐리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침을 챙겨먹고 길을 나섰다. 왠지 삼봉 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서 해변에 나가보지도 않고 그냥 떠났다. 기지포해수욕장과 안면해수욕장을 지나 두여해수욕장까지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