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대전에서 검거된 전주교도소 탈주범 최병국.장재완
전주교도소를 탈옥했다가 13일 오후 대전에서 검거된 최병국(29)씨의 탈옥과정이 너무 쉽게 진행됐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있다.
경찰에 붙잡힌 최씨는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춘천에 있는 아내와 두 딸을 보고 싶었던 이유도 있지만 교도소 내 처우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어떤 불만이었느냐?'는 질문에 "신학공부를 하고 싶어 독방에 보내달라고 여러번 요청을 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었다"며 "힘 있는 재소자나 소란을 피우는 재소자들의 말은 잘 들어주고, 우리 같은 사람들의 말은 잘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탈옥하다가 붙잡히면 독방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한번 해보자고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나오게 됐다"며 "밖으로 나오는동안 특별히 제지하거나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는 사전에 다른 사람과 공모를 하거나 예행연습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혹시나' 해서 시도했던 탈옥이 곧바로 성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냐?" 믿지 못하는 기자들
이러한 최씨의 진술에 대해 일부 취재기자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기자들은 '그냥 해본 것이 사실이냐', '나오는 동안 한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느냐', '말을 거는 사람조차 없었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고, 최씨는 모두 사실이라고 답했다.
최씨의 진술에 의하면 운동장 구석의 철조망을 넘는 동안 이를 감시하던 두 명의 교도관의 눈을 쉽게 피했고, 철조망을 넘자 나타난 벽을 통과할 때는 마침 닫힌 철문을 열쇠로 열고 나가는 직원을 따라서 나갔는데도 이 직원이 말 한마디 붙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보안과 운동장과 로비를 유유히 걸어서 나왔는데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고, 마지막으로 정문을 나올 때도 경비를 맡고 있는 교도대의 검문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철저한 사전 준비도 없이 그저 한번 시도한 탈옥이 너무 쉬워서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에 이르렀다는 게 최씨의 주장인 셈이다.
| | 탈옥수 최병국의 2박3일 | | | |
| | ▲ 탈옥수 최병국이 충남대학교 캠퍼스에서 탈취해 사용했던 코란도 승용차. 최씨는 이와 똑같은 차량 두대에서 번호판을 떼어내 앞뒤가 다르게 붙여서 사용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최병국은 지난 11일 오전 11시40분경 운동을 위해 운동장으로 나왔다. 이 때 이미 3일전에 빨래줄 밑에서 주워온 군청색 운동복 하의와 교도소 내에서 착용이 가능한 줄무늬 니트 반팔티셔츠를 관복안에 입고 있었다.
최씨는 운동장 뒤 쪽 철조망을 뛰어넘어 관복을 벗었다. 주변을 살핀 최씨는 철문을 따고 밖으로 나가고 있는 교도소직원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 보안과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보안과를 출입하는 민간인들과 섞여 교도소 건물 밖으로 나왔고, 유유히 걸어서 정문을 빠져 나왔다.
교도소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 최씨는 청주에 가자며 10만원을 준다고 말했다. 그 뒤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간다고 하며 도망쳐 국도 변으로 나왔다.
다시 택시를 잡아탄 최씨는 오정동으로 가서 친구를 만나 "귀휴 나왔다"고 한 뒤 다시 삼성동으로 가 동생을 만나서 6만원을 건네받았다.
이후 최씨는 충남대학교 캠퍼스로 가 키가 꽂혀있고 차문이 열려있는 코란도 승용차를 탈취, 몰고다녔다. 최씨는 검문을 피하기 위해 같은 차종의 코란도 승용차 두 대에서 번호판을 훔쳐 앞뒤를 서로 다르게 붙여서 달고다녔다.
12일 밤 10시30분쯤 중리동 여관 앞에서 모 다방 여종업원을 불러 "돈을 줄테니 같이 있자"고 말하고 목원대학교로 이동해 3시간여 동안 함께 있다 풀어주기도 했다. 이 날 밤을 용운동 모 저층아파트 앞의 차량안에서 보낸 최씨는 다음날(13일) 오후 대덕구 신대동 중고자동차판매센터 근처의 아는 사람을 찾아갔다가 아무도 없어 돌아오던 길에 붙잡혔다. | | | | |
경찰은 1계급 특진... 교도관은 줄 징계
허술한 교도관들에 비해 경찰은 이번 사건만큼은 박수를 받을 만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
탈옥 당일인 11일 오후 최씨가 대전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듣고 경찰은 대전을 빠져나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고 검문검색에 들어갔다. 최씨는 대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톨게이트로 향했지만 검문이 심해서 되돌아와야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물샐 틈 없는 검문검색이 실제로 효과를 본 것이다.
또한 최씨를 검거한 신탄진 지구대 소속 이덕우 순경 등은 비번임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은 지휘관의 지휘 아래 출근해 순찰을 돌던 중 용의차량을 발견했고, 북부경찰서 형사들의 조력을 받아 잠복한 결과 결국 최씨를 검거하기에 이르렀다.
최씨의 검거소식을 들은 허준영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5시40분 대전 북부경찰서를 방문해 유공자들을 1계급 특진시키고, 북부경찰서와 충남지방경찰청에 위로금을 전달했다.
반면 전주교도소는 이번 사건이 마무리되면 근무태만 및 경비 소홀 부분에 대해 엄중 문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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